[줄귤레터] 18. 복학생(6)

과연 A는 연애할 수 있을까요?💞

2022.10.12 | 조회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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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귤

귤처럼 까먹는 줄글을 보내드립니다.

A는 슬로우 모션에 걸린 것처럼 아주 천천히 겉담녀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게, 된다? A는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왔다. 겉담녀는 A의 번호를 알게 되자 소주도 반병이나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BA를 노려보았다. 원한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A는 잠시 움찔했지만, 소주를 병째 들고 마시며 남자다움을 과시했다.

 

BA에게서 소주병을 빼앗아 들이켰다. 삽시간에 취기가 올랐다. 마구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보는 눈이 많았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술을 마시는 것이다. B는 남김없이 소주를 비우고, 순대국밥을 한 술 떴다. 입에 넣으려다가 숟가락이 턱으로 직행하는 바람에 속절없이 흘렸다. 새로 산 지 얼마 안 된 청바지에 얼룩이 생기자, B는 인상을 썼다. 그대로 소리를 질렀다.

 

-!!!!! 개빡치네 X!!!!!!!!!

-, 조용히 해.

-내가 먼저 찜했는데엑!!!!!!!!!!

 

B의 괴성에 깜짝 놀란 것도 잠시, A의 핸드폰이 울렸다. 겉담녀의 문자였다. 선배, 제 이름 한연주예요. 저장해요. A는 소중하게, 공들여서 글자를 적었다. '한연주'. 끝에 하트를 붙일까 하다가 아직은 섣부르다 싶어 지웠다. A의 흐뭇한 얼굴을 본 B가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자, 카운터에서 꾸벅 졸고 있던 여직원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B는 위협하는 얼굴로 노려보았고, 직원은 황급히 딴청을 부렸다. AB의 하는 양을 보며 실소가 나와 황급히 B를 불렀다.

 

-, 왜 성질이야.

-형이 뭘 알아. 한연주는 내가 발견했거든?

-발견은 무슨.

-, 진짜 기분 개X같애...

-형이 연주 친구 소개해줄게.

-...진짜?

-그래, 새끼 쳐 줄게.

-약속했다? 여기도 형이 사고?

-. 이제 가자.

 

  Photo by Freddie Addery on Unsplash
  Photo by Freddie Addery on Unsplash

A는 밥값을 치르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 그대로, 연주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연주는 기꺼이 호응했고, A와 연주는 의외로 끈질기게 대화를 이어갔다. A의 말주변이 부족해 막히면 연주가 먼저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다. A는 여성과 이토록 매끄럽게 오래 대화해 본 경험이 없었으므로 조금은 꿈을 꾸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런 A를 지켜보는 B는 여전히 생각했다. 이 형보다는 내가 낫지 않나? 진짜, 보는 눈도 되게 없네. 또 이 생각도 했다. 사실, 가슴이 작아서 별로였어. B컵도 안 될 듯? B는 자신의 생각에 취해 낄낄거리다 A가 흐뭇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멈추었다. 두 사람은 딱히 할 일이 없어 B의 자취방에 누워 각자의 핸드폰을 보며 뒹굴거리는 중이었는데, B는 도통 여자아이돌 직캠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A가 먼저 연애를 하게 될까 봐. 그것은 B에게 크나큰 창피함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연주가 뭐래? 형 좋대?

-아니, 그냥.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

-?!

-새끼 쳐준다니까. 걱정 마.

B는 여전히 억울한 기분이었다. 내가 먼저 발견했고,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이때 A가 B에게 연주의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었다. 연주가 친구와 함께 찍은 셀카였다.

 

-괜찮은데?

-내가 얘 소개해주라고 할게.

-, 형밖에 없다, 진짜. 나 이 사진 좀 주라.

 

B의 말에 A가 즐거운 표정으로 연주의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B에게 보냈다. B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될지도 모를 연주의 친구를 뚫어져라 보았다.

 

 

 

 

 

 

 

당신의 심심한 수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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