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곡 : Crash Adams의 Destination (Freestyle 버전)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안녕, 오랜만이야.
지금 내 눈 앞에는 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두 눈을 찌르는 태양이 있지. 네가 있는 곳은 아직 겨울이겠구나. 네가 알면 깜짝 놀랄 일 하나. 나 여기 산 지 세 달 됐어.
깜짝 놀랐지?! "넌 절대 정착이라는 걸 할 수 없을거야!"라고 네가 쏘아 붙였지만-무척 상처였어, 정말로- 어쩌면 이번에는 정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내가 100일 넘게 한 장소에 머무르다니, 나조차 나 자신에게 놀랐다니까? 대견하지 않아? 네 생각과 달리 나는 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너와 헤어진 뒤 무턱대로 떠나왔는데 단조롭고 평온하고 때때로 행복하면서도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아. 이유를 생각해 봤어. 아무래도,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너의 부재가 그 답인 것 같아. 너는 늘 내가 생각이 짧다고 했지. 그래서 이번엔 나도 정말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야. 나는 네가 필요해. 어쩌면 먼 과거에서부터 까마득한 미래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네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지.
이 얘기가 싫지? 나도 알아. 네가 지금 미간 찌푸리고 있는 게 직접 보는 것처럼 눈에 선하니까. 우리가 지겹도록 반복했던 다툼을 또 시작하는 거냐고? 맞아, 바로 그거야. "싸움을 죽도록 싫어해서 평생을 도망치는 게 왜 자꾸 싸움을 거냐"고 궁금해 했었지.-이렇게 상세히 기억해서 적는 걸 너는 싫어하겠지... 하지만 손이 저절로 이렇게 써지는 걸 어떡해!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마...- 평생 도망을 치다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상대가 너라서 물러설 수 없어.
너는 늘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해. 하지만, 나는 마침내 100일이나 어딘가에 뿌리내리는 시늉이라도 하게 되었어! 네가 내게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확신했던 목록에서 한 줄을 지워도 돼. 물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네게 무언가 달라진 점을 보여주고 싶었거든. 어때? 조금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정말로.
사람을 안식처로 삼으면 안 된다고 너는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는 이미 나를 안식처로 삼고서 두려워했던 것 같아. 그때는 내가 참... 어렸지. 네가 불안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너무 늦은 후회라는 걸, 후회는 늘 늦게 마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 번만 더 뻔뻔해질게.
내가 네 안식처가 되면 어때? 내가 어딘가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언제나 오롯이 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네가 내게 정착하는 게 어떻냐고. 우리가 함께라면 행운이 따르지는 않아도 행복할 거야. 요행을 바랄 수는 없어도 소중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 테니까. 물론, 아름다운 휴양지에 머무르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니냐고 너는 묻겠지만-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아냐, 아닐 거야- 더없이 진심이야.
네가 좋아하는 것들, 이를테면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과일, 좋아하는 숫자, 좋아하는 별자리, 좋아하는 향기, 좋아하는 커피 메뉴 같은 것이 무척 궁금해. 평생을 물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추가될 목록이라고나 할까. 심지어 취향은 자주 바뀌잖아? 나는 네게 계속해서 물을 거야. 마침내 네가 "나는 널 좋아해."라고 말하게 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하게 되겠지. 너는 늘 불안하다고만 하지. 나는 우리의 영원을 믿어.
곧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우리 다시 싸워 보자. 너와의 다툼은 언제든 내게 환영이야. 네가 우는 것을 보는 건 괴롭지만... 우리가 단단해질 수 있다면, 네가 나를 안식처로 삼게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싸우겠어.
안녕, 내 사랑.
곧 만나.
일 주일에 한 번 당신을 찾아가는,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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