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호. 세상의 모든 와인, 한 명의 점수로 운명이 바뀌다

안녕하세요, 줄리입니다! 👋🏻  줄리의 와인레터는 세 가지 이야기가 꾹꾹 담겨있어요~ 

1️⃣ 와인의 스토리 
2️⃣ 와인 상식 한 토막 
3️⃣ 캐주얼 와인 페어링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찾기) 

어려운 내용은 모두 덜어냈으니,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1. 와인의 스토리 

오늘은 와인의 '점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와인샵에 가면 머리가 새하얘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

저도 와인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매장에 들어서는 것 조차 부담스러웠어요. 수 백 병의 와인들이 나란히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압도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할지 감이 안와서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맞아요, 바로 '점수'에요! 

100점 만점으로 보이는 점수가 보이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집니다.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거든요. 높은 숫자일 수록 더 좋은 것 일테니까요. 

하지만 이내 의문점이 생깁니다. 

이 점수는 대체 누가 매긴 걸까? 믿을 수 있는 걸까? 

최근에는 '와인 평론가'들이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일이 아주 흔하지만, 와인을 점수화 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심지어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것을 극혐했습니다.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작품과 마티스의 작품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거든요.  👨🏻‍🎨💯

하지만 사람들은 이 쉽고 간편한 지표에 열광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은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간혹 100점을 받은 와인이 나오면 가격이 4배로 뛰어 올랐어요.

하루 아침에 무명의 와인이 슈퍼스타가 되고, 파산할 뻔한 와인 생산자가 백만 장자가 되고, 어떤 유명 와인은 낮은 점수를 받고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점수를 매기는 사람의 영향력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렸죠. 그의 한 마디에 전 세계 와인의 가격이 출렁거렸으니까요. 

아마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1인 창업가일 거에요. 그의 이름은 바로 '로버트 파커(Robert McDowell Parker Jr.)'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와인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농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요. 평소에 와인을 자주 마시던 집안도 아니었고, 고급 와인을 자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자도 아니었어요. 

그런 그가 어떻게 말 한 마디로 전 세계 와인을 좌지우지 하는 '와인의 황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가 매긴 점수는 과연 믿을만 한 걸까요? 

사랑을 위해 떠난 시골 청년, 와인에 홀리다 🍷 

1947년, 로버트 파커는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여느 평범한 청년들처럼 축구와 여자친구 외에는 관심이 없었죠. 

그러던 그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잃지 않으려고, 유럽 여행을 가게 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어버립니다.

여자친구인 패트리시아가 1년 동안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예쁘고 매력 넘치는 여자친구를 프랑스 남학생에게 빼앗길까 봐 불안했어요. 

그래서 그는 6주 동안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학업까지 중단하고 프랑스로 날아갑니다! 🇫🇷

여자친구는 자신을 위해 프랑스까지 찾아온 남자친구에게 무척 감동했고, 둘은 파리에서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 ❤️👫 그리고 프랑스하면 미식의 나라! 맛집 투어가 필수 아니겠어요? 어느 날은 멋진 레스토랑에서 코카콜라를 시키려다가 너무 비싸서 대신 와인을 주문했는데, 그게 로버트 파커가 제대로 된 와인을 마시게 된 첫 순간이었습니다.

와인은 꽤 맛이 좋았고,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줬어요.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파커는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는 평소에 후라이드 치킨에 콜라를 먹던 미국 사람이었고, 음식은 끼니를 떼우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어요. 그런 그에게,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여 천천히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은 마치 다른 세상 사람들 같았습니다. 

그는 곧 와인과 세련된 프랑스 문화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미국으로 귀국하던 날, 그는 굳게 다짐했어요. 와인과 팻(여자친구 패트리시아)에 대한 사랑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요. 

와인, 와인, 와인! 그리고 짠내나는 결혼 생활 🥲

1969년, 로버트 파커는 정말 그의 다짐대로 팻과 결혼을 합니다.  

그 해, 대학을 졸업한 팻은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어요. 하지만 파커는 아직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팻의 월급이 부부의 유일한 수입이었죠.  

매일 밤 좋은 와인을 마시고, 여름 방학을 유럽에서 보내기 위해, 둘은 야채수프, 핫도그, 마카로니 정도로 겨우 끼니를 해결했어요. 생활비가 너무 빠듯해서 팻은 학교에서 점심을 콜라와 과자로 떼울 정도였답니다. (신혼 첫 해가 지나고 그녀의 몸무게는 45kg으로 줄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런 생활이 계속 되자 팻도 불평을 하기 시작했지요. 

해결책은 파커가 취직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었지만, 역사 전공 문과생인 파커가 취업할만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결국 졸업 후, 로스쿨(법학 대학원)을 진학하기로 결정합니다! 

변호사가 와인 뉴스레터를 만들어요! ✉️ 

머리 속에 온통 와인만 가득했던 파커는, 출석 체크를 하는 수업만 들어가서 '유령 👻'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변호사 자격 시험은 한 번에 합격을 하게 됩니다 😲 그는 로펌의 치열한 분위기를 극혐했기 때문에, 느긋한 분위기의 농업 대부 은행에서 변호사일을 시작했어요. 드디어 안정적인 삶을 갖게된 거죠! 

하지만 일을 하면 할 수록, 와인이 훨씬 그의 가슴을 뛰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그는 와인에 대한 것이라면 칼럼, 뉴스, 책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읽고, 와인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테이스팅을 했어요. 그리고 시간만 나면 팻과 유럽으로 와인 여행을 떠났죠. 

파커는 곧 '와인의 품질을 솔직히 비평하는 글'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들 고급 브랜드 와인을 찬양하기 바빴고, 비싼 와인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가성비 좋은 와인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사실 당시 미국은 금주법이 폐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와인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답니다. 와인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정 가득한 아마추어였고, 와인 수입상으로부터 식사나 와인을 대접받는 경우가 많아, 거기서 파는 와인에 대해 나쁜 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마치 요즘의 블로그 협찬처럼 말이에요~

파커는 '소비자를 위한 뉴스레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고나 협찬 등을 일체 받지 않는 공정한 매체가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죠. 

그래서 'The Wine Advocate(*애드보케이트: 옹호자, 변호사)' 라는 뉴스레터를 만들게 됩니다! 그의 뉴스레터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다른 와인 작가들과 차별화 되었어요. 

💯 100점 만점 기준 와인 평가 

🙅🏻‍♂️ 솔직하고 객관적인 평가 

🎁 소비자에게 실용적인 정보 

그는 지금 당장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와인 중 어떤 것이 가성비가 좋은지, 어떤 것이 가격만 비싸고 형편 없는지를 신랄하게 평가했어요. '끔찍한', '형편없는' 과 같은 표현도 거침없이 썼죠. 

하지만 가장 대중들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100점 만점 척도의 점수 체계 였어요. 

와인에 점수를 매긴다고? 어떻게? 👀   

로버트 파커의 평가 체계는 간단하게 말해, 와인에 50점에서 100점 사이의 점수를 매기는 거에요. 여기서 50점은 기본 점수로, 와인을 출시했다는데 의의를 둔 점수입니다. 나머지는 다음과 같이 점수를 줍니다. 

1. 외관 - 최대 5점 🌈
와인 잔에 담았을 때, 와인의 색상, 명료성, 그리고 광택을 봅니다. 

2. 향 - 최대 15점 👃🏻
와인의 향이 복합적인지, 그리고 고유의 특징이 잘 나타났는지 평가합니다. 향의 지속성과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3. 맛 - 최대 20점 👅
와인의 균형감, 질감, 그리고 입 안에 남는 여운의 길이를 평가합니다. 

4. 전체적인 품질 및 숙성 잠재력 - 최대 10점 🌟
와인의 개성, 독창성, 그리고 숙성 잠재력을 고려합니다. 와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복합성과 깊이를 갖추게 될 것인지를 평가해요. 

이렇게 와인의 맛과 향, 품질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는 건, 당시 무척 혁신적인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100점 만점은 모두에게 공감을 받는 기준이었어요. (다들 학교에서 받은 시험 성적표가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 

덕분에 누구나 쉽게 와인의 품질을 비교할 수 있었고, 파커의 이름은 대중들에게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982년산 보르도 와인으로, 단숨에 슈퍼스타! 🌟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파커를 단숨에 유명인으로 만든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1982년산 보르도 와인 사건이에요~ 

와인에도 '선물 시장(Futures market)'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와인 선물 시장이란, 아직 병에 담기지 않은 와인을 미리 구매하는 것을 말해요. 뛰어난 와인이라면 출시 후 유명해져서 가격이 올라갈 텐데, 미리 사두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지요. 하지만 숙성 과정이 끝나기 전의 와인은 떫고 시고 맛이 없어서, 이 와인이 추후에 맛있는 와인이 될지 예상하는 건 무척 어려워요. 

1980년대 초반, 파커는 보르도에 방문해 오크통에 담긴 1982년산 와인을 시음했습니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을, 역대 최고의 빈티지'라고 극찬했어요! 😍👍🏻

당시 많은 와인 평론가들이 그 해의 와인을 보수적으로 평가했는데, 파커는 예외였습니다. 그는 1982년산 보르도 와인을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아주 훌륭한 품질의 와인이라고 강하게 확신했어요. 실제로 이후, 와인의 품질이 좋다는데 많은 평론가들이 동조했고, 이는 파커가 와인 평론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그리고 뉴욕의 와인샵들은 파커의 평가와 평점을 활용한 마케팅을 하기 시작합니다. "1982년 보르도 와인은 역사에 남을 것" 이라는 파커의 예언을 전면 광고에 커다랗게 싣기도 하고, 판매하는 와인 옆에 그의 평가와 평점을 적어놓기도 했어요. 

놀랍게도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파커의 평가가 와인을 판매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눈치 챈 와인샵들은 그의 이름을 더 많이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파커의 이름은 점점 더 유명해졌지요. (이렇게 남들이 발벗고 나서서 해주는 공짜 마케팅이라니.. 😂 부럽네요~) 

그리고 당시 파커의 말을 듣고 와인을 샀던 사람들은 모두 큰 수익을 얻었습니다. 1982년 샤토 라투르는 1983년에 40달러에 예약 판매 되었지만, 2021년 이 와인의 가치는 마켓 가격으로  22,000달러 가 됩니다. (*Source: Liv-ex)

그래서 1982년산 보르도 와인은, 사람들에게 와인을 투자처로 인식하게 만든 전환점이 되기도 했답니다. 

무섭게 커져가는 영향력, 와인의 신이 되다 🚀  

1982년산 보르도 와인 사건 이후로, 파커는 변호사 일에 완전히 마음이 떠났습니다. 뉴스레터 구독자는 9천명으로 늘어났고, 와인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1984년, 그는 마침내 변호사 일을 내려놓습니다. 

하루 종일 와인에 대한 글을 쓰고, 와인을 마시고 평가하는, 그가 꿈꾸던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파커는 1년에 10,000개의 와인을 시음했다고 해요. 😱😵‍💫 

파커는 뛰어난 후각과 미각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요, 코와 혀에 1백만 달러 짜리 보험을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파커의 후각과 미각은 다른 평론가들 보다 훨씬 특별하다'고 여기게 되었죠. 

그리고 와인의 점수를 신앙처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파커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파커가 좋아할 만한 와인을 만들자! 🍷🍇 

파커의 평점을 이용한 와인이 잘 팔릴 수록, 와인 업계는 그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커의 말 한 마디에 전 세계 와인 가격이 출렁였어요. 

85점과 95점은 6~7백만 유로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100점을 받으면 와인 가격이 4배로 뛰었어요. 

그러자 와인 생산자들은 아예 파커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파커가 고득점을 주는 와인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거든요. 

딱 미국 와인이 연상되는 스타일이네요 😅 그래서 파커는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비난을 계속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와인을 포함한 다양한 와인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무척 억울해했어요.) 

파커의 영향력이 거슬리기 시작한 사람들 😠💢 

그의 평가 덕분에 경제적인 이득을 본 사람들 조차도, 그의 지나치게 거대한 권력에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미국의 와인 소매업자들은 파커의 평가 덕분에 큰 이득을 보았죠. 파커가 준 평점과 평가를 붙이기만 하면 와인이 너무나 손쉽게 팔렸거든요. 

하지만 고객들이 자신들의 조언에 전혀 관심이 없고, 파커가 높은 점수를 준 와인만 찾는다는 사실에 점차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자신들의 전문성이 전혀 쓸모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갈수록 사람들이 파커가 95+ 이상 점수를 준 와인만 찾다보니 매출에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런 와인들은 대부분 아주 소량이라 구입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고, 90점 이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거든요. 

어떤 와인 생산자는 파커가 자신의 와인을 평가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와인이 팔리지 않는다고 살해 협박을 했고, 파커의 평점의 불만을 품은 와이너리 소유주들이 그를 음주 운전으로 신고하기 위해 테이스팅하고 떠나는 시간에 경찰에게 연락할 계획을 세운다는 소문도 돌았어요. 

그에게는 점점 더 적이 많아졌습니다. 

2019년,  와인 황제의 은퇴.. 그리고 마무리 👋🏻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에 대한 사랑으로 파커는 평론을 계속 해왔어요. 와인에 관한 7권의 책을 썼고, 뉴스레터 구독자는 2.9만명을 넘었으며,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으로부터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았죠. (승승장구!) 

그러다 건강 상의 이유로 2019년에 은퇴를 선언하게 됩니다. 지금 발행되고 있는 '와인 애드보케이트(The wine advocate)'는 여러 와인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운영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권력을 쥐게 되면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는 평생을 공정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와인 업계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어서도, 그는 비싼 식사 대접을 받거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일을 항상 경계 했답니다. 

와인의 점수가 맛의 절대적인 척도가 되지는 못하지만, '와인의 품질을 평가한 전문가의 의견' 으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전문가의 의견에도 주관이 섞여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파커는 와인 애호가들이 대부분 사랑하는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평론가 별로 선호하는 취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같은 와인을 두고 각 평론가들이 어떤 점수를 주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꽤 재미있어요~

운이 좋게 내 취향을 저격하는 와인 평론가를 알게 된다면 와인을 구매할 때 실패 확률이 크게 낮아지죠. 저는 로버트 파커의 평가가 좋은 와인들이 취저였기 때문에.. 그의 은퇴가 너무 아쉽네요 🥲 

어떤가요, 여러분도 로버트 파커가 높은 점수를 준 와인이 마셔보고 싶어졌나요? 😄

2. 오늘의 와인 상식 한 토막 🍷

오늘은 와인의 '빈티지(Vintage)'에 대해 알아볼게요~ 

🍇 '빈티지'란? 

빈티지라는 단어는 조금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아주 간단해요. 와인 병을 보면 라벨에 2010 과 같은 숫자가 적혀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에요. 이 숫자는 와인을 만든 포도가 어느 해에 수확 됐는지를 의미합니다. 즉, 와인의 '생산 연도'에요. 와인이 태어난 생일이라고 생각하면 쉽지요~ 🎂🎉

🌦️ 날씨와 빈티지

날씨는 와인의 맛에 정말 큰 영향을 미쳐요. 따뜻하고 건조한 해에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달고 풍부한 맛이 날 수 있는 반면, 비가 많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해에는 와인의 맛이 더 새콤하거나 가벼울 수 있지요. 

매년 사과를 수확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해에는 날씨가 따뜻하고 비도 적당히 와서 사과가 정말 달고 맛있어요. 하지만 다른 해에는 너무 많은 비가 와서 사과가 그다지 맛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와인도 비슷해요.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매년 다른 날씨/조건에서 자라니까요. 그래서 매년 와인의 맛이 조금씩 달라진답니다.

🍷 빈티지의 중요성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 해 '날씨와 포도의 상태'가 와인의 '맛과 향'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파커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1982년산 보르도 와인이 유난히 좋은 빈티지로 평가받는 이유도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기에 완벽에 가까운 기후 조건이었기 때문이에요. 

봄에는 적절한 비가 내려 포도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여름은 따뜻하고 건조해 포도가 잘 익었습니다. 특히, 여름철 건조한 날씨는 포도에 집중적인 맛과 향을 더해주었어요.

게다가 가을 수확 시기 이전에 비를 많이 맞으면 포도의 맛이 묽게 희석되는데, 1982년 가을에는 수확을 앞두고 안정적인 날씨가 지속되었어요. 포도는 최적의 성숙 상태에 도달했죠.

💵 빈티지와 가격의 상관 관계 

유럽에서는 날씨가 매년 많이 바뀌어요. 그리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기 때문에, 기후 조건이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그래서 유럽같은 구대륙 와인들은 '빈티지'가 와인의 가격을 크게 좌우하는 편이에요.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반면,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날씨가 좀 더 안정적이고, 최신 기술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매년 기후에 따른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지요. 그래서 신대륙의 와인들은 '빈티지'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입니다. 

🍾 쫌 있어보이는 단어 '올빈', '영빈', '넌빈' 

저도 처음에 와인 모임에 나갔을 때, 이 용어들 때문에 조금 당황했었어요 😅 저게 무슨 외계어지? 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알고 보면 무척 쉽습니다. 

🍇 올빈 - Old Vinatage
올빈은 '오래된 와인'이에요. 보통 10년 이상 된 와인을 의미합니다. (예: 현재 기준으로, 2014년 빈티지) 오래된 와인은 떫은 맛이 부드러워지고, 숙성을 통해 맛과 향이 더 깊어져요. 

🍇 영빈 - Young Vintage
영빈은 '최근에 만들어진 와인'이에요. 숙성되지 않은 신선하고 활기찬 느낌을 줍니다. 

🍇 넌빈 - Non-Vintage
넌빈은 특정 연도의 포도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여러 해의 포도를 섞어 만든 와인이에요. 즉, '빈티지가 없는 와인'이죠. 이렇게 여러 빈티지를 섞는 이유는 매년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에요. 기후 변화 때문에 한 해의 포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다른 연도의 포도와 섞으면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와인 모임에서 빈티지를 보고 '앗 이건 올빈이네요?' 라고 한 마디만 해도, 와인 좀 아는 사람같이 보인답니다. 😄 

3. 캐주얼 와인 페어링 🍽️ 🍷 

오늘 저녁은 햄버거 어떤가요? 🍔

미국 와인 이야기를 실컷 했더니 갑자기 햄버거가 땡기네요. 🍔🍷 오늘은 햄버거와 잘 어울리는 2~3만원대 와인 두 가지를 추천해 드릴게요. 햄버거 한 입, 와인 한 모금 이면 평범한 하루도 조금은 특별해질 거에요!  (프랜차이즈 보다는 수제 버거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와인의 가격은 유통업체에 따라 상이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 루이스 M. 마티니 소노마 카운티 카베르네 소비뇽 (Louis M. Martini Sonoma County Cabernet Sauvignon)  

비비노 3.8 

이 와인은 미국의 소노마 카운티에서 만들어진 와인입니다. 진한 과일 맛과 균형 잡힌 풍부한 타닌이 특징이에요. (타닌은 고기를 더 부드럽고 감칠맛나게 만들어준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삼나무, 말린 허브, 바닐라 등의 풍미가 햄버거의 진한 육즙과 만나면 입 안 가득 풍미의 향연이 펼쳐질 거에요. 카베르네 소비뇽은 햄버거와 함께 하기에 좋은 선택이지요. 

🍷 이기갈 코트 뒤 론 루즈 (E. Guigal Côtes du Rhône Rouge)

비비노 4.1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는 프랑스 남부 론(Rhône)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특유의 풍부한 맛과 복잡성으로 유명해요. 18가지 포도 품종을 섞어서 만들 수 있거든요~ 따뜻한 기후 덕분에 포도가 잘 익어 과일 맛이 짙고, 떫은 맛을 주는 타닌도, 알코올 도수도 높은 편입니다. 

잘 익은 자두, 체리 같은 과일 맛과 함께 가죽, 흙, 허브, 향신료 같은 복잡한 향을 지닙니다. 이 와인의 복잡성과 햄버거와의 조화는 꽤 매력적이랍니다. (특히 버섯 햄버거와 잘 맞습니다.) 햄버거와 함께 이 와인의 다채로운 풍미를 즐겨보세요~ 

🙅🏻❌ 피해야 할 와인 매칭 

매우 가벼운 화이트 와인 

신선하고 가벼운 와인은, 햄버거와 같이 무거운 음식과 함께 하면 맛이 묻힐 수 있어요. 와인만 마실 때는 괜찮았는데, 햄버거를 한 입 먹고 한 모금 마시면 맹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와인의 섬세한 풍미가 햄버거의 강한 맛에 눌려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시원한 맛에 드신다면 상관없지만, 그럴거면 그냥 생수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의 레터는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아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