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의 나는 17살 때의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때 가졌던 낭만도, 설렘도, 내 안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나는 갓내린 커피를 마시는 일을 좋아한다. 그윽한 커피 향을 맡으며, 종이책을 펼치는 순간이 좋고 빈 종이 위 내 생각과 마음들을 마구 흩뿌려 놓는 일을 사랑한다. 종종 오랜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들과 함께한 추억을 곱씹으며, 또다시 추억을 쌓을 미래를 몰래 기약하는 순간이 좋다.
나는 이제 깊이가 없고,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회피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보다 자기 할 말을 대차게 표현하고, 신념과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이 좋다.
애매모호한 인간상에게는 배울 점이 없다. 나 또한 애매모호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므로. 다정하고 따스한 말부터 건네는 사람이 좋다.
냉소적이고 차가워져가는 사회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나 또한 점점 까다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나는 13년째 치과 일을 하고 있다. 요즘은 그 일이 썩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글을 쓰고, 밤에는 요가를 하며 지내는 내 루틴이 꽤 마음에 든다.
좀 고치고 싶은 것은 존나, 미친 같은 습관화 된 욕을 줄이는 일이다. 아예 하지 않게 된다면, 더더욱 좋으련만. 완전히 그 단어들을 잊을 수만 있다면.
최근에는 체중이 좀 불었다. 잘 먹고 잘 즐긴 탓이리라. 만남도, 약속도 많았고. 생활한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니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해야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를 갈팡질팡 하며 산다. 다행인 것은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점.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를 잃지는 않았다는 점. 여전히 도전해보지 않는 일들이 대부분이라 사는 게 빠듯할 때는 있지만, 좀처럼 지루하게 느껴진 적은 잘 없었던 것 같다. 늘 무언가 할 일이 많아서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서른 다섯의 나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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