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사람

고여있기 보다 흐르는 걸 선택하는 사람이기를.

2023.08.18 | 조회 233 |
0
|
작가자까이자까야의 프로필 이미지

작가자까이자까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불안한 당신을 위한 글

1.

스물 셋에 만나 서른 넷이 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는 선배가 있다. 선배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언제고 가볍다. 서울과 수원. 멀고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리.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다. 선배는 나를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기다렸다. 해바라기 같은 미소와 한 손에 들린 쿠키를 쥐여주며 맞이하는 선배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2.

우리는 일곱살, 정확히는 여섯살 차이다. 이쯤에서 궁금할 수 있겠다. 선배란 그인가, 그녀인가. 선배는 '그녀'다. 내가 만난 가장 괜찮은 어른 중 한 명인 그녀는 여전히 내게 배움과 다정함을 선사한다. 갓 입사한 나는 그야말로 어리둥절하고 똑부러지지 못한 직원이었다. 그런 나를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선배로 만들어 준 것은 그녀의 역할이 크다. 입사해서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에 따라 대개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녀는 일도 잘 했고, 자신의 삶 또한 잘 꾸려나가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가정도 잘 꾸리며 살아가고 있고, 여전히 배움을 즐기며 산다. 그녀는 '흐르는' 사람이다.

3.

결코 안주하지 않는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일터에서도 충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성장하길 멈추지 않았다. 직장과 관련한 공부를 비롯해 영어 회화, 운동, 경제 공부 등 그녀가 배움을 멈추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녀는 과거에도 '흐르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흐르는'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그녀의 아우라가 한층 풍부해졌음을 여실히 느낀다. 그녀의 곁에 있으면 저절로 삶에 대한 열정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다.

4.

한참 무기력한 날들을 보낸 후, 내게 남겨진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쓸데없는 잡념과 부정적인 생각들. 혼란한 내면이 불러 온 좋지 않은 상상들. 한 번 시작된 무기력은 끝이 없었다. 그런 내게 찾아와 준 선배와의 만남은 마치 가뭄이 극심한 땅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고, 단비는 가뭄에 찾아와 강이 되어 흘렀다.

5.

한때 안정적인 삶만을 추구하는 이들만 곁에 둔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랬으므로. 그들이 곁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고여있을 수록 불행해짐을 느꼈고, 그 불행을 합리화하며 여전히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하루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더욱 말라갔고, 말라가는 중에도 '이 정도면 괜찮아. 이게 원래 정상적인 거야.'라고 단정지었다.

6.

흐르는 사람을 만나고 온 후로, 다시 나도 흘러가기 시작했다. 멈추고 미루었던 일들을 꺼냈다. 오랜만에 다시 하려니 그 전의 몇 배로 힘이 들기는 했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고여 있는 사람은 모든 걸 회피하려 든다.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점점 썩는 줄도 모른 채 시간은 속절 없이 흐른다. 썩은 물 안에는 아무것도 살지 않는다. 정확히는 생생하고 맑은 것들은 살 수 없고, 썩은 물에서만 사는 기이한 것들만 숨을 쉰다.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기에 흐르는 삶을 택한다. 끊임없이 흐르기란 쉽지 만은 않다. 그러나 흘러가기를 멈추지않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생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주변 사람까지도 흐르게 한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작가자까이자까야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작가자까이자까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불안한 당신을 위한 글

메일리 로고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