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맞으며 서 있는 사람은 그저 아름답다. 황금빛으로 스며든 이들. 어둠 속에 꼭꼭 숨어있던 이들이 햇살을 맞으러 세상 밖으로 나올 때의 용기는 무엇보다 강하며 숭고하다.
밤에는 비가 폭포처럼 쏟아졌고, 공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공원의 빗소리는 요란할 뿐이었다. 지금은 거짓말처럼 하늘이 말끔해졌다. 수줍은 햇살이 고개를 내밀며 젖어 있는 옥상과 마음을 단숨에 말린다.
사람들은 햇빛의 노크를 알아채고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공원에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들은 손으로 햇살을 가리는 대신, 눈을 감고 얼굴을 마음껏 맡긴다. 가을 햇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렬하고 눈부신 여름 햇살대신 부드럽게 반짝이는 가을 햇살이 그들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일부러 커튼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온통 검은 얼룩 뿐인 사람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 쯤은 검은 얼룩으로 물드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얼룩은 커튼을 열지 않는 이상, 점점 더 커지고 짙어질 뿐이다. 마침내는 자기 자신까지도 삼켜버리고 만다. 얼룩을 지우는 일은 커튼을 여는 일에서 시작된다. 빛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내 안에 남은 작고 미미한 빛과 그 빛을 연결시키는 것.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내 안의 빛과 바깥에서 들어온 빛이 순식간에 연결되며 공명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이전까지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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