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불안

2023.09.13 | 조회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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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자까이자까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불안한 당신을 위한 글

1. 무탈한 하루들이 쉼 없이 흘러간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 후에는 잔잔한 불안이 나를 조금씩 잠식시켰고, 그 불안은 대체로 게임을 하거나 숏츠, 혹은 릴스를 보는 걸로 해소되고는 했다. 

2. 해소되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해소가 되었다면 그 행위를 중지했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그 행위는 날이 갈수록 빈도가 늘었다. 반복되는 일이 잦았다. 잔잔한 불안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불안보다 더 무섭고 잔인했다. 나지막하면서도 무겁게 깔린 잔잔한 불안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무기력 속으로 몰고 들어갔다. 

3. 밖에서 일을 할 때는 의도와 상관없이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났고, 그 일들에 몰두하다보면 불안을 느낄 틈이 없었다. 오히려 직장에서는 분노와 짜증 같은 것들을 더 자주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의 불안은 마치 안개처럼 서서히 스며든다. 그리고 내 전체를 적신다. 시원하듯 축축하게. 결국은 완전히 젖어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4. 잔잔한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은 누워있는 몸을 일으켜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등의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행위를 반복하다보면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태양빛이 쏟아지듯 불안은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게임 시간이 길어지거나, 세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자면 다시 잔잔한 불안이 나도 모르는 새 안개처럼 스며들어 있다.

5. 모아놓은 돈이 없지는 않지만, 그것들이 잔고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볼 때면 공허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상사에게 예뻐보이려 노력하며, 후배들에게도 미움받지 않도록 애를 쓰며, 어떻게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한 댓가로 번 돈은 '힘들게 번 돈'이다. 힘들게 번 돈은 단 몇개월만이면 사라지고 만다. 그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며, 내가 직시해야할 현실이다. 결국 일을 하기 전까지 나는 잔잔한 불안을 느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 온갖 생각이 피어오르고, 내면이 한참 소란해질 즈음 두통을 느낀 나는 그제서야 생각을 멈추기를 택한다. 그것마저도 쉽지 않지만. 내가 느끼는 이 불안은 여전히 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아직 프리랜서를 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홀로서기에는 직장에서보다 더 큰 자신의 힘이 필요함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애써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7. 이제는 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더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프리랜서의 기질에 딱이라고 생각했건만, 단 2개월만에 나는 '잔잔한 불안'에 넉다운이 되어버렸다. 내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일터'가 필수라는 사실을 나는 불안 덕분에 느낄 수 있었다. 혼자 무언갈 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환경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정말로 홀로서기에 성공하신 분들을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인생을 함부로 쉽게 생각하고, 판단해버린 것은 여전히 내가 부족하다는 증거였다.

8. 나와 같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불안이나 우울, 무기력 같은 것들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제나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게 다가오는 소위 '나쁘게' 보이는 감정들을 무조건 회피하려고 하지 않을 것. 오히려 직시할 것. 살다보니 내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필요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온전히 마음을 여는 게 가장 먼저다. 내게 온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 친절하게 받아들이면 그 때부터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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