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좋아함의 일종 같으면서도 아주 별개 같기도 하다. 좋아한다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고, 좋아한다고 마구 내뱉기는 주저하게 되지만 사랑은 마구마구 내뱉을 수 있다. 발목 부근에서 치는 파도가 좋아함이고 삼만 리 해저가 사랑이라면 우선 모래사장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 떠올려 본다. 책, 동물들, 친구들, 머물렀던 도시들, 사람들, 사계절 등등. 그러면 심해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되는 소설들, 아이디를 입력할 때마다 호명되는 우리 집 강아지, 우주의 먼지인 나에게 우주만 한 행운으로 다가온 친구들, 풀 냄새 가득한 마음의 고향, 그럼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여자들, 봄의 햇살과 여름의 바람과 가을의 소리와 겨울의 냄새. 좋아하는 마음을 아주 가는 체에 치면 내려오는 반짝이고 고운 것들이 사랑인가 보다. 그 잘고 잔 것들이 다시 나아가고 다시 살아가고 다시 사랑하게끔 한다.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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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효이
첫 글부터 제 마음을 사르르 녹이시네요.. 일단 먼저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니,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라는 문장이 생각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도 아, 그렇지. 하며 가끔은 냉혈한처럼 굴어보려 했다가도 반가운 친구에게서 온 연락에 사르르, 지나가다 본 고양이의 발 모양에 사르르, 요맘때 즈음 나무 아래 앉아있으면 바람은 쌀쌀해도 따사로운 햇볕에 몸도 마음도 사르르... 도대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살라는지 저는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상처를 받다가도 다시 사랑하기로 맘먹습니다..! 하하. 아무튼, 내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며 마음 따듯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간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D
KAC 킴앤초이
수효이 님, 안녕하세요! 첫 글부터 이렇게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망설이다가 이제야 답을 드리네요. 수효이 님이 떠올리신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 이면이 슬프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실망하는 것보다는 사랑에 실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상처받는 한이 있어도 대부분의 상처는 낫기 마련이고 지레 겁먹어 사랑을 아껴두기에는 사랑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마음이 사르르 녹을 때면 마음 가는 대로 흐르도록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사랑해 보기로 다짐한 마음 응원할게요! 우리 마구마구 사랑을 말하며 살아보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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