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정신력 문제 아니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위해 끊임없이 되새겨본다. “이건 내 정신력이 신체의 한계를 만들고 있는거야”

2023.08.08 | 조회 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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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요일 11 출발, 일요일 새벽 5 44 도착. 6시간 44분을 달렸다. 온몸은 만신창이다. 울트라마라톤 50km 도전은 운동경력 30여 년간 가장 강력한 고통을 선사한 동시에, 완주라는 선물을 남겨주었다.

6시간 44분 완주의 선물
6시간 44분 완주의 선물

 2. 출발한 지 3km 만에 온몸이 땀에 젖었다. 밤 11시이지만 온도는 여전히 높았고, 습도도 높았다. 끈적한 공기 덕분에 시작하자마자 땀이 줄줄 흘렀다. 쉽지 않은 달리기가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10km 지점부터 몸이 축 처진다. 20km 가기도 퍼져버렸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했는데 속도, 자세, 수분 모든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3. 앞으로 이보다 힘든 달리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달리는 내내 힘들었다. “포기”라는 단어를 수십번 떠올렸다. “그만둘까?”, “힘들어 죽을 것 같아”. 그리고 함께하는 동반주 빼밀리의 속도가 나 때문에 늦어지는 것 같은 미안함. 그만두고 싶은 수많은 이유가 나의 정신을 괴롭혔다. 

 4.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끊임없이 되새겨본다. “이건 내 정신력이 신체의 한계를 만들고 있는 거야”, “몸이 힘든게 아니야, 정신력이 문제야”, 해병대 출신은커녕, 훈련소 4주에 불과한 병역특례 출신인데도 나는 정신력을 참 좋아한다. 정신력, 정신력, 정신력, 수없이 되놰 본다.

정신력의 중요성은, 꼰대 마인드가 아니다. 챔피언 마인드 셋이다!
정신력의 중요성은, 꼰대 마인드가 아니다. 챔피언 마인드 셋이다!

 5. 신기하다. 달리다 보니 또 뛸만하다. 40km가 넘어서니 30km 지점보다 더 힘이 난다. 끝이 보인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거의 죽어가던 내 몸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다. 비록 걷뛰걷뛰를 반복하지만, 포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몸은 더 힘들 텐데, 왜 갈수록 힘이 날까. 마라톤의 매력이자 신비함이다.

 6. 50km면 풀코스보다 조금 길고, 속도도 천천히 뛸 테니 완주는 문제없겠다고 생각했다. 8월에 훈련량도 늘고, 최근 식단 조절에 성공하면서 온몸에 에너지도 넘쳤다. 여전히 초보인 주제에, 오만함이 슬며시 올라왔었다. 50km 대회를 앞두고 훈련량을 되레 늘렸고, 하루 전날까지도 빡쎄게 운동을 했었다. 그 결과 뛰면서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른다. 장거리 달리기는 속도와 무관하게 언제나 쉽지 않다는걸 다시 한번 배웠다. 힘들었던 만큼 마라톤 앞에서 겸손해지자고 다짐하게 됐다. 

부끄럽지만 뿌듯한 피니쉬 사진. 활짝 웃는 거 보니 정말 좋았나 보다.
부끄럽지만 뿌듯한 피니쉬 사진. 활짝 웃는 거 보니 정말 좋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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