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2023년 돌아보기

2023.12.25 | 조회 299 |
0
오늘의 그림의 프로필 이미지

오늘의 그림

아름다운 일상을 위한 그림과 글, 취향을 나누는 레터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저는 올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운동을 꾸준히 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예매한 전시 표를 취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것만 빼면 대체로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제도 운동이 끝나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새 전시를 보러 가려 했다가 이불 속에서 유튜브만 봤거든요. 그렇게 이불 속에서 레터에 쓸 이야기를 생각해 봤어요. 올해 만난 사람에 대해 써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저에게 가장 건강한 에너지를 준 사람은 탁구 선생님이에요. 저보다 한 사십 년은 더 사셨을 거라고 추정하는데, 몸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한 분이거든요. 탁구를 배우는 젊은 사람이 잘 없어서 궁금할 법도 한데 저한테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가 몇 인지 그런 사적인 질문은 일절 하지 않으셨죠. 늘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라 레슨 시간이 넘어가도 신경 쓰지 않고 저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십니다. 덕분에 저는 지금 제 수준에서는 어디 가서 배우기 힘든 기술도 슬쩍 슬쩍 맛보고 있지요. 

가끔 탁구 선생님이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요, 그게 참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일 때문에 평일 저녁이던 레슨 시간을 토요일로 바꿔야 했어요. 사정을 말하며 새 직장 이야기를 좀 했더니, 긴장하는 저에게 긴말 않고 잘 할거야,라고 해주셨죠. 또 탁구를 칠 때만큼은 실수가 나오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하라면서 팔을 쭉쭉 뻗으라고 하세요. 그런 지나가는 이야기가 일상에서도 문득 떠오릅니다. 주저하지 말고 대담하게 나서는 일은 삶에서도 꼭 필요하니까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토요일 아침마다 눈을 뜨면 탁구를 치러 거예요. 어떤 날은 자고 싶어서, 몸이 너무 무거워서 가기 싫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에게 운동은 자신과의 약속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 되어버렸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에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가능한 오래 탁구를 배우려고요. 저도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도 허리가 꼿꼿하고 걸음걸이가 씩씩하고 생각이 트여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거든요.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오늘의 스크랩"에서는 제가 평소에 영감 받는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소개합니다. 당장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드는 화가의 작품에서부터 애니메이션, 만화책, 전시, 소설, 친구와 나눈 대화 그리고 산책을 할 때 눈에 들어온 작은 풍경까지, 그림의 재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은 귀여운 것, 멋진 것, 부러운 것, 아름다운 것을 나눕니다. 문득 돌아보면 그림의 재료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이 모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용된 작가의 작품은 링크로 소개합니다.

 

20. 2023년 독서 결산

 

지난 레터에서 고전 문학을 사랑하는 분과의 만남을 언급했는데요. 그분의 인스타그램에서 ‘독서 결산’이라 이름 붙인 목록을 발견했어요.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올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돌아보면 제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을지 보일 것 같았거든요. 어떤 책을 골랐는지, 그다음 책은 어떤 걸로 이어졌는지 잘 살펴본다면 말이지요. 그동안 저는 읽은 책 제목과 작가만 정리해둔 탓에 감상을 돌아 보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일 년 동안 읽은 책을 다시 생각하면서 일기장에 아래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첨부 이미지

질문 자체로 그리 어려운 항목은 아닌데, 작성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어요. 이틀 동안 틈틈이 책 제목을 훑어보면서 정리했지요. 도저히 하나를 고르지 못해 13번과 14번 문항은 제가 그렇게 싫어하는 공동 수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썼는데, 그만큼 재미있었어요.

9번을 쓰면서 올해 저의 키워드가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에 대한 에세이를 많이 읽었더라고요. 삶에서 일이란 무엇인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다가 한 번씩 소설을 읽으며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던 같아요. 읽은 책을 통해 돌아보는 해는 의외로 많은 것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구독자님께도 추천드립니다. 새로운 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될 거예요. 참고로 저 목록에 올라있는 책은 모두 추천합니다.

저는 올해 1월부터 12월 24일까지 74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한창 독서에 빠져있던 해보다는 적은 숫자였지만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이만큼이나 읽었다고 스스로를 격려했습니다. 책 목록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머리 아픈 책은 거의 읽지 않았더군요. 문학으로 편중되어 있던 독서 장르가 경영/경제, 인문/사회로 조금씩 넓어진 건 반가웠지만 그 깊이는 한참 모자라다 싶었습니다. 내년에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책을 더 읽어보려고요. 분야를 막론하고 고전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 균열을 내는 글을 통해 낯선 곳을 정신 없이 헤매고, 새로운 관점을 만나기 위해서요.


 

첨부 이미지

구독자님,

오늘의 그림, 어떠셨나요?

서툴고 투박한 글과 그림, 따뜻하고 너그럽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구독자님 덕분에 저는 올 하반기가 정말 즐거웠습니다. 구독자님의 일상에 이 레터가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현 드림.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오늘의 그림

아름다운 일상을 위한 그림과 글, 취향을 나누는 레터

뉴스레터 문의themethatdraws@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