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투자로 돈 몽땅 날려본 사람?

잃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22.04.11 | 조회 2.64K |
3

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여름씨, 메일 보셨어요?” 

“아뇨? 무슨 메일이요?” 

“리히텐슈타인 전시회 투자 결과 메일이요. 얼른 보세요” 

“전시회 수익이 -80%요? 그럼 우리는요?” 

“다 잃은 거죠. 한 푼도 못 받아요.” 

“??!!”

 

안녕하세요, 음악파는 김루씨의 김루입니다.

날은 따뜻해지고 거리에 벚꽃도 만개하여 모두가 봄을 즐기고 있지만, 제 마음은 아주 차갑고 어두운 겨울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한 전시회 투자에서 손실을 크게 봤거든요. 저랑 여름씨 둘 다요.

도대체 김루씨와 여름씨는 어떤 상품에 투자를 했길래 한 푼도 못 받는 것일까요? 아니 그전에 일반인도 전시회에 투자를 할 수가 있나요?

그래서 오늘은 음악은 아니지만, 전시회 투자에 대한 눈물겨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반인도 전시회에 투자를 할 수 있나요?

전시회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제작사들은 지금까지 그 돈을 전부 전문 투자사로부터만 조달해왔죠.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만 할 수 있었던 전시회 투자도 이제 일반인들도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바로 크라우드 펀딩덕분에요.

제작사들이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금 조달처를 확대하고, 시장의 반응을 미리 확인 해 볼 수 있으며, 펀딩 과정 자체에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죠. 반대로 일반인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하여 관람객을 넘어 투자자가 될 수 있고, 투자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이미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명한 와디즈나 텀블벅과 같은 플랫폼에서도 전시 관련 프로젝트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데, 이번에 저희가 이용한 플랫폼은 “펀더풀”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투자한 전시회는 앤디 워홀과 함께 팝아트의 거장이라고 손꼽히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국내 첫 단독 전시인 <로이 리히텐슈타인展>이었죠.

출처 : 메이드인뷰
출처 : 메이드인뷰


전시회 투자의 종류

일반적으로 콘텐츠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형태 중 하나로 진행이 됩니다. 하나는 이표채이고, 다른 하나는 이익참가부사채인데요(?!).

단어가 너무나도 생소하니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차이만 짚어 보겠습니다. 이표채는 Low Risk Low Return이고 이익참가부사채는 High Risk High Return입니다. 이표채는 아무리 크게 성공해도 고정된 수익률을 가져가지만 원금 보장이 어느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이익참가부사채는 잘되면 무한대로 수익이 늘어나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게 주식과 비슷한 느낌이죠.

저와 여름씨가 투자한 상품은 이익참가부사채 유형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품의 구조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아요. 

출처 : 로이 리히텐슈타인전 상세 페이지
출처 : 로이 리히텐슈타인전 상세 페이지

위 그림은 매출에서 모든 비용을 제한 다음에 남는 수익금을 비율에 맞춰 정산한다는 내용인데요, 쉽게 말해 손익분기점을 넘겨야지만 정산을 해주고 못 넘기면 정산을 안 해준다는 내용이에요. 정말 High Risk High Return이죠?

하지만 이 그림을 보고 저희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심지어 나도 아는 리히텐슈타인이 국내에서 첫 단독 전시를 하는데 BEP를 못 넘기겠어?

그리고 한치의 의심 없이 투자를 해버렸죠.

 

행복의 눈물은 없었다. 전시에도 투자에도.

저 당근마켓급 쿨거래가 수익에 대한 의심으로 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쎄함이 느껴졌거든요.

우선 이번 전시에 어떤 그림이 걸리는지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투자 상세 페이지에서도 언급된 <행복한 눈물>과 이와 비슷한 카툰풍의 그림들이 많이 걸리겠지라고 지레짐작했을 뿐이죠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 <행복의 눈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 <행복의 눈물>

하지만 실제 전시에는 <행복의 눈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중적으로 유명한 팝아트 풍의 그림보다는 그가 던져왔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장르의 그림들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쉽게 접할 수 없던 작품들이 많아서 좋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 어떤 그림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 받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더라고요.

한 번 의심을 하니까 모든 게 다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중간 실적에 대한 리포트가 없는가, 마케팅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굿즈 제작은 왜 이슈가 생겼는가 등등등. 그리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투자 수익은 절대 기대할 수 없겠다고요.

그리고 지난 4월 3일에 전시가 끝났고, 그 다음 날 메일이 하나 왔습니다.

... 약 80%의 손실이 발생할 듯 합니다...

네, 위에 설명드린 것처럼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단 한 푼도요.

 

전시회 투자 체크 리스트

눈물을 닦아내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무지성의 투자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요. 그리고 바로 전시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너라면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하겠냐고요. 그랬더니 그 친구는 저에게 이 세 가지의 기준을 이야기해주더군요.

1. 전시 기획사가 어디인가?

친구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전시 기획사를 꼽았습니다. 잘하는 기획사들은 작가 선정부터 전시장 선정, 마케팅 방법까지 다르다고 해요. 단순히 유명한 작가를 고르는 게 아니라 최근의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에 따라 전시를 기획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전에 어떤 전시를 했고, 얼마나 성공을 거두었으며, 얼마나 오래된 회사인지를 확인해서 잘하는 기획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2. 아티스트가 누구인가?

두 번째는 얼마나 인지도 있는 아티스트냐는 것입니다.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같이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전설들이나 최근 유행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전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3. 타겟은 누구인가?

타겟은 작품의 구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원작이 많다면 전공생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되죠. 타겟이 확실하게 정해져야 마케팅 메시지나 방식도 정해질 텐데, 모호하면 모호할수록 정작 타겟에게 전시회의 내용이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 외에도 저와 여름씨는 전시 장소와 BEP 관객 수의 수준, 그리고 동기간 진행되는 다른 전시회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명불허전인 예술의 전당이나 요새 핫한 그라운드 시소같은 곳에서 하는 전시의 성적들이 좋았고, 또 리히텐슈타인전의 BEP인 8만 명을 넘긴 최근의 전시가 생각보다 없으며, 동기간에 너무 유명한 아티스트의 전시회가 많이 열리면 상대적으로 관람객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시회 투자가 더 커지기 위해선

물론 이번 투자의 책임은 리히텐슈타인 이름만 보고 투자를 결정한 저에게 있겠죠. 하지만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배운 콘텐츠 투자의 세계가 앞으로 더 커지기 위해선 플랫폼 단에서 몇 가지가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1. 상세한 프로젝트 설명

이번 투자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너무 몰랐다는 점입니다. 어떤 작품이 전시되는지,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라이선스 비용은 얼마인지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만약 대외비가 많아 온라인에 공개할 수 없다면 비공개 설명회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요. 이러한 내용들은 플랫폼에서 제작사에 의무적으로 요구해야 하겠죠.

2. 진행 상황의 빠른 공유

전시는 잘될 수도, 아니면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 과정의 공유와 질문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다는 것은 투자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대폭 낮추는 행위입니다. 요새는 아이돌 서포트 할 때도 거의 회사처럼 중간 과정 공유와 투명한 정산, 빠른 피드백을 하는데 말이죠. 전시회라면 최소한 주 단위의 관객 수 공유, 마케팅 실적 등을 공유해줘야 투자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겠죠.

3. 투자 손실에 대한 위험성 고지

일반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면 어쨌든 상품은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저희처럼 원금을 모두 날려버리는... 손에 아무것도 안 남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판매할 때는 상품 구조에 대한 훨씬 더 자세한 설명과 이에 대한 직관적인 안내를 해야 합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투자 원금은 모두 잃게 됩니다.”

이 정도 수준으로 말이죠.

 

잃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사람 둘이서 이런 투자 검토 하나를 제대로 못했다는 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너무 공과 사 구분이 확실했던 것일까요. 하하하...🥲

하지만 이번 투자가 성공했으면 다음 번에는 더 아무것도 안 보고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그럼 더 큰 손실을 봤겠죠. 그나마 이번에 손실을 본 계기로 전시회 투자에 대해서는 일반인 기준으로는 꽤 많은 지식을 얻어 여러분들께 이렇게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는 꼭 투자에 성공한 이야기로 돌아올 수 있도록 더 신중한 투자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크라우드 펀딩의 장단점

콘텐츠 투자 시 채권 유형

펀더풀 <로이 리히텐슈타인展> 상세 페이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3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알랑이

    0
    over 2 years 전

    전시회투자도있군요..호오

    ㄴ 답글 (2)
© 2024 음악파는 김루씨

업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음악과 음악 산업

뉴스레터 문의biz.kimlou@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