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번에 미국과 독일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M1A1 에이브람스와 레오파드2 전차에 극도로 발작하는 이유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러시아의 전쟁행위가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현재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장비 부족 문제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임.
러시아군은 2022년 2월 24일 개전 이래로 엄청난 숫자의 전차와 장갑차량을 상실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러시아군 BTG의 강점인 기동력과 충격력을 완전히 나락으로 보내는 역할을 했음. 지금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을 바그너 PMC의 소모성 보병 돌격으로 때우는 것도 장비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겹쳤기 때문임.
오릭스가 집계한 것으로 볼 때 러시아군은 2022년 한 해에만 8,887대의 각종 장비를 상실했고 이 중 전차만 하더라도 1,646대를 잃었다고 언급하였음. 이 중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러시아군 전차 전력의 중추를 이루던 T-72B3 계열들임.
T-72B3 계열은 2016년 러시아군 연감에서 600대가 가용하다고 언급했는데, 이후 매년 100대 씩 개량을 했다고 치면 2021년까지 약 1,000여 대를 운용할 수 있다는 수치가 나옴. 하지만 해당 전차는 지난 해에 261대를 잃었고 전체 전차 전력의 25% 이상을 잃어버렸음을 알 수 있음.
T-80 계열 역시 손실이 심한 데다가 전반적으로 러시아군의 열악한 군수지원능력과 유지보수 능력으로 인해 비전투손실이 상당히 심각한 편임. 그렇다보니 러시아군은 전반적으로 현재 신설부대나 재건한 부대들의 기갑차량 정수가 맞춰져 있지 않은 상태임.
그나마 쿠퍈스크-스바토베-스타로빌스크에서 손상을 입거나 파괴된 전차들을 재생하고 정비해주던 시기에는 어느정도 물량을 대체할 수는 있었지만, 쿠퍈스크가 박살나고 스바토베가 우크라이나군의 직접적인 사정권 내로 들어가면서 이러한 파괴된 장비의 정비 및 재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간신히 스타로빌스크로부터 돈바스 전역의 러시아군이 파괴된 장비를 보내고, 임시재생한 장비들을 받아서 쓰고는 있지만 스바토베가 함락되면 이곳도 이제는 그렇게 운용이 불가능함. 포격 사정권 내에 들어가기 때문임.
그러다보니 현재 가용한 전차 수량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거의 동등하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황임. 우랄바곤자보드 공장에서 러시아군의 신규 전차 생산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고, 숫적 주력인 T-72B3 계열들은 더 이상 양산이 어려움. 내부 사통장치가 서방제 제품들인데 공급이 안됨.
게다가 기술자도 모자라고, 러시아가 자랑하던 1만 대에 가까운 저장된 전차들은 대부분이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임. 새로 공급할 수 있는 전차라고는 T-62계열들 정도인데, 이 전차들도 상태가 원체 좋지 않아서 러시아군의 기갑 전력은 잔존한 T-72B3와 T-80계열, 그리고 300대 미만의 T-90계열 전차들 만이 사실상의 주력인 셈임.
이러한 문제는 러시아군이 징집병들을 대거 소집함으로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음. 전차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보병 숫자가 크게 늘어나다보니, 안그래도 넓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차의 집중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음. 물론 이는 우크라이나군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서 양 측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춰왔음.
우크라이나군도 전차여단과 기계화여단의 전차대대들을 중대급으로 나누어서 운용했다면, 러시아군 역시 비슷하게 운용하면서 전선 소방수처럼 운용해왔기 때문임. 그러나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조직의 하위부서 숫자가 존폐를 가르는 것이 아닌, 각 부서의 최소기능요구 수치를 맞추는 것이 승패를 가르는 부분에서 러시아군은 계속 오류를 범하고 있음.
전체 전차중대의 숫자가 모자라면 나중에 보충하면 그만이지만, 그 전차중대의 전차 수치가 부족하면 재편을 해야함. 하지만 러시아군의 전차부대들은 재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근위' 부대들의 전차 및 장갑차 정수는 평시의 3~50%를, 일반 부대들은 10~30%만을 공급받아 싸우고 있음.
이러한 부족한 전차 수량은 전선 내 러시아군의 전력 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함. 전차는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전에도 상당히 유용한 장비이지만 편제 숫자만 맞추고, 정작 해당 편제 내에 전차 수량이 정수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님.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각 중대의 정수를 꽉 채우고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 측 전차부대의 전투력은 상당히 차이가 심함. 물론 전체 부대 숫자로는 러시아군이 많겠지만, 실제 전선에 등장하는 전차부대 내의 전차 수량은 우크라이나군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임.
그래서 러시아군은 해결사로 300대 미만의 T-90계열 전차들을 독립부대처럼 운용하며 각 전선의 얇은 부분을 보강하고 있음. T-90 계열 전차는 우크라이나군이 상대하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과거 2차대전 독일군의 독립중전차대대처럼, 전차중대들을 분산해 우크라이나군 기갑부대를 상대하고 있음.
성능상 우위인 T-90계열 전차를 이용해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이점을 확보하며 공격과 방어작전에서 사용 중인데, 기본적으로 T-90 계열 전차들은 제1전차군 예하에 집중되어 있긴함. 이들은 스바토베-크레민나 전선에 주둔하고 있지만 정작 전체 T-90계열 전차의 20% 정도만이 제1전차군과 행동하고 있을 뿐임.
이 지점에서 러시아가 M1A1 에이브람스와 레오파드2 전차 지원에 발작하는 것임. 100대 이상 규모의 서방제 전차가 도입된다면, 러시아군이 우위를 차지했던 T-90 계열의 성능상 이점이 상쇄될 뿐더러 우크라이나군 기갑전력이 증강되어서 상대적으로 얕게 퍼진 자국군 정예기갑을 궤멸시킬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있기 때문임.
양 측의 기갑 전력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M1A1과 레오파드가 들어온다면, 우크라이나군이 이야기한 것처럼 전세를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임. 러시아군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레오파드2 전차로 무장한 전차여단을 투입하게 되면, 러시아군은 흩어둔 부대들을 재결집해서 막던가 해야함.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러시아군은 전차부대 숫자는 많지만 해당 부대 내의 전차 수량은 정수의 50% 미만인 상황이 유지되다보니 전선의 구멍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음. 우크라이나군은 이 때가 되면 정말 원하는대로 전력을 투사할 수가 있음. 상대하기 어려운 T-90 계열 전차들을 M1A1전차나 레오파드2 전차로 무장한 부대들에게 맡겨두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충격력를 온존한 전차부대 및 기계화부대를 중심으로 공세를 가한다면, 약화되어 있는 러시아군이 맞설 방법이 마땅치 않음.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전차 제공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국군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함. 러시아군은 22년에 너무 많은 전차부대를 상실했고, 너무 넓은 전선에 전차들이 퍼져있음. 특히 숫적 주력을 차지하던 T-72, T-80 계열 전차 손실이 심하다보니 더더욱 그럴 수 밖에.
결국 미국과 독일의 전차 지원 소식은, 전선의 러시아군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음. 그나마 2차대전 말기 독일군마냥 우월한 전차들로 내오던 성과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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