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BTG에 대해서 미군의 지적은 상당히 신랄한 부분이 많은데, 현재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 BTG VS BCT를 평가한 내용이 있음. 해당 내용들에서는 주목할 점이 많은데 핵심적인 부분들만 소개해보겠음.
BTG의 강점이라고 알려진 것은, 대대급 전술부대들을 중심으로 컴팩트하고 기동성이 살아있는 부대를 운용함으로서 적을 굴복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음. 이는 1990년 몰도바, 1998년 세르비아, 2008년 조지아에서 러시아가 군사 개입을 했을 당시의 문제점들을 종합해서 개편한 것이었음.
이렇듯 야심차게 개편한 BTG들은 2014년 돈바스 전쟁 개입 이후 우크라이나군에게 적잖은 패배를 당해왔다는 점에 미군은 주목했음. BTG는 가용할 수 있는 예하 편성이 4개 기동중대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이 중대를 모두 투입할 수가 없음. 왜냐하면 BTG 1개당 담당해야하는 전술구역은 너비 5km, 종심 2km에 달하는 지역인데 800여 명 규모의 BTG가 소화하기 어려운 크기임.
이에 따라 BTG의 기본 개념에서 지역의 경보병 민병대를 통합해 부족한 보병 전력을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었음. 그러나 BTG에게 이러한 민병대와의 협력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우선 통신망이 빈약했기 때문임. 이로 인하여 BTG의 지휘관들은 연합 기동을 실시하는 대신, 우크라이나군과의 접촉을 확대하면서 가능하면 철저히 정찰을 한 이후에야 기갑 전력을 투입하는 전술을 구사했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음. BTG 1개 단위가 커버할 수 있는 자체 보급선은 50km 미만이었고, 이를 넘어서면 작전 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임. BTG들, 더 나아가 러시아군은 철도를 통해 주요 물자들을 보급받았는데 BTG들이 철도선이 있는 구역에서 멀리 떨어져나갈 경우 도로 및 교량을 제대로 확보해야만 전투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음.
가장 기본적인 탄약과 연료부터 보충병력 및 증원차량까지 지원을 받아야하지만 러시아군은 전술적 병참지원 능력이 태부족한 상황이었고, 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종종 이 실수를 드러냈음.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는 있어도, 이들을 추격해서 '기동전'으로 섬멸하지는 못했기 때문임. 이는 전술적 병참능력의 부재로 인한 것이었고, 50km이상을 벗어나면 더욱 이러한 경향이 심해졌음.
키이우 64km의 이야기 역시 여기서부터 기인함. 전술적 병참능력의 부재가 가져온 촌극이었고, 결국 병참선에서 멀리 떨어져버린 러시아군 BTG들은 날이 갈 수록 병력과 물자가 부족해져 보급조차 받지 못한 채 쪼그라들기 시작함.
더군다나 BTG 자체적인 전문 의료 후송이나 현장에서 부상병에 대한 응급처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의 제한을 가지고 있었음. 부상병을 신속하게 후송, 치료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상자가 전사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고, 지휘관들은 이로 인하여 더욱 소극적으로 변했음. 전투 중 부상자는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이들을 구조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전투 행동에 소극적으로 변했고, 또 전투에서 승리한다더라도 전투력이 급감하는 형태가 보고되었음.
이러한 BTG의 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2014년 8월에 있었던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 사례였음. 돈바스 전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제95공수여단은 그동안 기록된 전투사례 중 가장 크고 길었던 기갑 작전을 수행했음.
제95공수여단은 당시 슬라뱐스크에 집결, 2개 기계화보병대대와 1개 전차대대, 1개 자주포 대대를 이끌고 러시아군 BTG와 반군이 지키고 있던 라인을 돌파했음. 여단은 2개 기계화보병중대와 1개 전차중대, 1개 자주포중대를 합친 전투단을 운용하여 여러 진격로를 선택했고, 러시아군과 반군의 방어선을 깔끔하게 돌파했음.
그리고 전선 후방에 재집결한 다음, 러시아군 후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전투를 벌이며 교란작전을 수행했음. 도네츠크-루간스크 할 것 없이 모든 지역에서 제95공수여단의 기계화/기갑병력이 활개를 쳤고, 러시아군 BTG들은 이들의 추격에 실패했음.
이들은 돈바스 전역 내부에서 활개를 친 이후 남쪽 경계를 따라 200km 이상 기동하며 고립된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구출한 이후 노획 장비들을 모두 챙겨서 슬라뱐스크로 복귀했음. 2014년 8월 초부터 이어진 이 전투에서 제95공수여단은 무려 450km를 기동했는데 러시아군 BTG들은 빈약한 전술적 병참능력의 문제와 각 부대간 교신 문제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기동전을 차단하지 못하고 각 지역에서 피해를 입어야 했음.
분노한 푸틴은 2014년 11월, 본격적으로 다수의 BTG를 돈바스로 내보냄으로서 이러한 기동전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음.
2015년 2월, 마리우폴 전투에서 러시아군 BTG들은 우크라이나 정규군 소속 1개 전차중대에게 막혀 3개월 동안 싸웠음에도 돌파에 실패한 사례가 있으며, 데벨체베 전투에서도 약점을 드러냈다고 미군은 지적함.
데벨베체 전투에서 우크라이나 기계화여단은 5개월 간의 방어작전을 수행하였는데, 당시 러시아는 민스크에서 이루어지던 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해 T-90A 전차를 포함한 정예 BTG들을 투입해 대규모 공세에 나섰음. 결국 이 전투에서 우크라이나 기계화여단이 패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 BTG들은 패퇴하는 우크라이나군을 추격해 섬멸하지 못함.
오히려 우크라이나군 기계화여단은 데발체베 마을을 빠져나와 후방 30km 지점에 신규 방어선을 구축하고 러시아군과 돈바스 반군의 추격을 저지하는데 성공했음.
전과 확대 자체가 안되었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앞서 말한 통신 및 병참 문제도 있었지만 BTG 규모가 우크라이나군 기계화여단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작았다는 지적이었음. 이러한 문제들을 들어, 미군은 BCT가 러시아군의 BTG 체제와 장차적으로 조우할 경우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음.
BTG 체제는 러시아의 현실에 맞게 개편되었지만, 그 현실이라는 것이 꼭 전장에서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임. 게다가 대대급 전투부대라는 지점은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했는데, 실제 전투에서는 약점으로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함.
2014년 8월, 슬라뱐스크의 제95공수여단 사례와 같이 여단급 전투부대가 본격적으로 기동하기 시작하면 BTG가 저지할 수단이 없다는 문제, 그리고 데발체베 전투에서 전과확대에 실패한 것은 심각한 것이었음.
하지만 러시아 수뇌부, 그리고 러시아군을 옹호하던 자들은 BTG를 미래 전쟁의 열쇠인 것마냥 홍보하고 떠들었음. BTG의 컴팩트한 기동전에,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군이 궤멸되었다는 식의 전설이 인터넷을 타고 내려왔기 때문임.
하지만 BTG의 약점은 돈바스 전쟁 이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어왔음.
1. BTG의 대대급 전술규모는 실제 전장에서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음.
2. 전술적 병참능력의 부족은 50km 이상의 기동을 할 때 BTG의 전투능력을 크게 감소시킴.
3. BTG의 궤멸적인 수준인 의무후송능력 및 응급처치 능력은 지휘관들이 소극적인 전투를 펼치게 강요함.
4. 통신 수단의 부재로 BTG 간 연결은 물론, 현지의 돈바스 반군과의 연계 작전이 아예 이루어지지 못함.
이러한 문제는 2022년 2월 24일 이래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똑같이 드러났음. 러시아군은 개전 초인 2월 24일부터 11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전선부대에 그 어떠한 응급후송조치가 가능한 의무요원들을 두지 않았고, 오로지 연대/여단급 이상 부대에만 행정적인 야전병원을 두었을 뿐이었음.
부상병들은 제때 후송받지 못해 사망률이 급증했고, 전선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은 대부분 방치되어 버려지기 일쑤였음. 또한 전술적인 병참능력 부족은 키이우 64km의 악몽을 만들어냈음.
이제는 BTG에 대한 환상에서 완벽하게 깨어날 때임. BTG는 기존의 전술편제들을 압도하지 못했음. 오히려 자신들의 약점만을 드러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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