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50만 발의 포탄에 대해서 왈가왈부가 매우 많지만, 서방국가들에게 있어서 한국산 포탄은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 된 상황임. 유럽의 연간 포탄 생산량은 80만발이 채 안되며, 그나마도 특정국가들에게 생산이 집중되어 있음.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은 155mm 포탄을 생산하는 국가는 스페인임. 스페인은 연간 30만 발의 155mm 포탄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독일임. 독일은 라인메탈에서 연간 10만 발의 포탄을 생산하고 있음. 스페인과 독일이 유럽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임.
전반적으로 유럽의 포탄 생산량은 너무나도 적고, 2022년에 제공한 35만 발은 각 국이 자기가 쓸 포탄 물량까지 내준 것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임. 게다가 포탄 생산 단가가 오르면서 더더욱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
152mm 고폭탄의 경우 기존 1발 당 가격이 450달러였으나, 전쟁 이후 600달러로 급등했음. 155mm 고폭탄은 1발 당 가격이 약 600달러정도였으나 현재는 900달러까지 폭등했고 특수목적 탄의 경우 3,500달러가 넘어감. 자국 내에서 단가가 오르다보니 공급 역시 문제가 생기고 있음.
미국 역시 자국 생산량을 증대하고 있긴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1일 평균 소모하는 7,700발의 포탄을 공급하기에는 현재 무리가 있는 상황임. 그렇기 때문에 서방국가들 중 최대의 탄약생산능력이 있는 한국에게 요청(혹은 압박)을 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음.
물론 한국 역시 눈치를 볼 곳이 많음. 미국와의 동맹 관계는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대러 무역 문제 및 북한-러시아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으로 인하여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것임.
폴란드 총리가 이러한 점을 우려하며 미국에게 한국을 위한 도피처를 제공해야한다고 한 것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었음. 한국은 서방국가들 중 하나이며, 현재 가장 많은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조병창이기 때문임.
그러나 이러한 서방국가들, 그리고 동맹의 압박은 한국으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뜨리게 하고 있음.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지키고, 서방국가들의 대의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해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실질적인 보복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임.
그렇기 때문에 우회지원이라는 카드를 그동안은 꺼내들었음. 폴란드에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판매함으로서, 폴란드의 구형장비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는다던지, Krab 자주포에 대한 수출 승인을 내려주면서 우크라이나의 포병 전력 확충에 지원해주는 방식이었음.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미국과 유럽의 탄약 재고량이 위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제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마주해야하고 있음.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나라 전쟁이 전혀 아니며, 한국과 무관하지 않은 일임을 상기해야하는 상황이 온 것임.
지난 해 미국에 판매한 10만 발의 포탄을 시작으로, 최근 유출된 문건에서 등장한 '41일 안에 153,600발의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공수하는 것, 그리고 50만 발의 탄약을 대여하는 것은 이러한 분위기에 미국 및 서방국가들과의 합을 맞추는 상황이 된 것임.
물론 이번에 판매가 아닌 '대여' 라고 못박은 것은 한국 정부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대책을 세웠다고 볼 수 있음. 판매를 하게 된다면 최종 사용국가가 마음대로 그것을 소모할 수 있지만 대여를 할 경우 최종사용국가에 대해서 마지막 안전장치를 걸쳐둘 수 있기 때문임.
우리가 최종 사용처를 꼼꼼히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거대한 예비군을 동원해야하는 입장에서 비축물량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임.
또한 이거는 미국이 한국에 남겨둔 전시예비탄약, 즉 WRAS-K에서 빼내가는 것이기도 함.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등 서방국가는 그들의 일원인 한국에게 자신의 위치와 노력을 주문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한국 역시 동맹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음.
결국 우리는 우리의 동맹, 그리고 우리가 속한 세계의 대의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이며, 더 나아가 한반도 안보 보장 문제에서도 '무임승차' 라는 불평이 쏟아질 수도 있음.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안보 문제에 적극 협조했는데, 정작 유럽에서의 문제에서는 한국이 제 역할을 안한다, 라는 불평들임.
우리가 휴전국가이기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군수품 지원에 인색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에 나서야함.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당면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영향이 있는 것이며, 고립주의를 선택한 것이 아닌 이상 서방국가들의 일원으로서 나중에 그들의 도움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임.
70여 년 전 우리도 타국의 지원을 받아서 침략으로부터 살아남았는데, 도의적으로도 지금 무언가 행동이 필요하지 않겠음?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3/04/13/south-korea-ukraine-weapons-ex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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