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제부터 오늘 새벽 2시까지 모두를 흥분하게 했던 프리고진의 쿠데타는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났습니다. 프리고진은 모스크바까지 거의 60km를 남겨둔 시점에서 벨라루스의 독재자 루카셴코의 중재를 받았고, 이에 쇼이구 국방장관 및 게라시모프 총사령관의 해임의 대가로 모든 것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현재는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으며,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망명했고 바그너 PMC들은 러시아 정부가 통제하는 것으로 가고 있지만 말입니다. 바그너 PMC들은 국방부과 계약을 체결하던가, 그게 아니면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하는데 너무나도 허망한 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점령 이후로 플랜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도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방어는 오카강 돌파 이후로 어려워졌다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전해서 저항할 생각이기도 했고, 전선에서 VDV들이 벨라루스를 통해 항공회랑을 열어서 모스크바 근교로 모이고 있었던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프리고진 본인도 모스크바 점령 이후 누구를 푸틴의 뒤를 이을 러시아의 지도자로 내세울지, 어떠한 방식으로 통치를 할 지, 어떻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정부와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 면밀히 생각은 안해봤을 겁니다. 애초에 이렇게 모스크바까지 쉽게 뚫릴 것이라 생각도 안했을 것이고요.
바그너 PMC는 더 이상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는 어려워 질 겁니다. 물론 이렇다고해서 러시아 정부가 이전의 권위를 되찾았다고 보기 힘든 상태입니다. 모스크바 근처까지 쿠데타군이 쾌속으로 진격하는 동안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데다가, 고작 정권 유지에만 성공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따까리 1 쯤으로 보았던 루카셴코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프리고진과의 협상을 타결시키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한 것을 보면 푸틴의 권위가 까일 때로 까여버린 셈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해결 못한 것을 따까리 1이 해결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굉장히 묘한 상태로 쿠데타는 끝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라는 국가가 얼마나 지금 혼란스러운지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푸틴의 권위는 크게 떨어졌고, 반란 분자가 타국으로 망명하는 것을 그대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루카셴코만 좋은 일을 해줬고, 프리고진도 그쪽으로 도망가버렸으니 러시아 입장에서는 뭐 좋을게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독재 체제에서 쿠데타가 터져버렸고, 푸틴은 자기 오른 팔로 생각하던 놈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앞으로 더욱 무장세력, 특히 군부에 대한 통제선을 억죄일 겁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바그너가 수도로 밀고 오는데 군이나 내무군이 막질 못했으니 말입니다.
아 물론 이와 별개로 러시아 공군은 어제 하루 재앙 같은 날을 보냈습니다. An-24/26 1기와 Mi-8MTPR-1 전자전 헬기 3기, Mi-8 1기, Mi-35 1기, Ka-52 1기가 바그너를 막는 도중에 격추당했고 12명의 러시아 공군 조종사 및 승무원이 사망했거든요.
지난 번 국경 지대에서 5기가 우크라이나 방공부대에 의하여 격추당한 사건 때보다도 훨씬 큰 타격이라서 꽤나 악몽이었을 겁니다. 어찌되었건, 이번 일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있어서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겁니다.
결국 일개 용병집단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꼴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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