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바흐무트 북부 전황이 좋지 못하다는 소식부터 시작하겠음. 어제 저녁까지, 바흐무트 북부의 Berkhivka와 Yahidne에 바그너 PMC와 VDV공수부대가 몰려와서 우크라이나군 11개 대대가 구축한 방어선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 이에 따라 좌우익에 위치한 댐을 폭파시켜서 러시아군의 진격로를 우크라이나군이 차단하고자 시도하였으며, 이는 일종의 수공작전이 되었음.
이러한 수공작전이 효과가 있을 것이냐, 라는 의문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 지역은 하류이며, 강은 북쪽으로 흐름.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이 있는 남쪽은 오르막 경사지대라서 상대적으로 러시아군 진격로의 피해가 가중되었음. 물론 물이 충분하지 않다면 진격로가 좀 찰박거리고 마는 정도겠지만 사실 그 자체가 지금은 더 위협적일 수도 있음.
우크라이나의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3월부터 시작되는 라스푸티차를 해당 지역에서 미리 얼리-엑세스로 만나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함. 일단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 바그너 PMC랑 제7공수사단, 제20근위차량화소총병사단 등을 내보낸 상황이며, 우크라이나군은 지연전을 시도하고 있음.
바흐무트 동부와 남부 역시 공격이 이어졌지만 러시아군이 눈에 띄게 진격하지는 못했음. 다만 바흐무트 북부가 흔들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도 슬슬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 도심지가 버텨도 주변 지역이 붕괴되면 고립을 자초하는 문제이기도 함. 무려 4개월 간 바흐무트에서 8만 이상의 러시아군/바그너 PMC와 맞섰던 우크라이나군이 오히려 잘 버틴 축이고, 스탈린그라드보다도 더 오래 싸웠음. 물론 더 버티라면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이상은 위험함.
포파스나 돌출부나 졸로테 전투, 세베로도네츠크 전투 등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포위 당하기 전에 부대를 철수해서 전투력을 온존했는데, 바흐무트 역시 그래야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임.
이제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를 근시일내로 포기하고 점진적으로 철수를 계획할 것임. 이를 위해서 이미 동부작전사령부에 시르스키 상장이 방문했고, 아마도 추후 작전을 지도할 것으로 보여짐.
어차피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점령 이후 크라마토르스크-슬라뱐스크 공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며, 추후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에 따라 불레다르로 지원을 가느냐, 아니면 크레민나 전선을 백업해주느냐를 고민해야하기 때문임.
한 편,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승부수를 한 번 던졌는데 그것은 바로 M2A2 브래들리로 무장한 제47기계화여단을 크레민나 전선으로 투입한 것임. 이 지역에 대한 공격 의도를 보임으로서 바흐무트 전선 이후 러시아군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음.
크레민나의 러시아군은 예비대가 매우 적은 상태인데, 제98공수사단을 제외하곤, 제90전차사단이나 제30독립차량화소총병여단, BARS 전투예비군 대대 등이 증파된 제144근위차량화소총병사단이 존재하지만 크레민나 서부 숲 지대 돌파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매우 심각하게 발생했음.
그런 상황에서 유럽에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제47기계화여단 등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원 가능한 예비대가 운용되기 시작하고, 신설연대 및 여단 몇 개가 서부 및 수도권에서 사라짐에 따라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전투 직후 전과 확대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으로 보여지고 있음.
사실 BTG가 나름대로 쌩쌩하던 시절에도 30~50km 이상 추격 자체가 안되서 번번히 전과확대에 실패했고, 기동자산이 그때만도 못해진 러시아군의 입장에선...더 어려워질 것임. 그러나 바흐무트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그토록 기다리던 승리고, 러시아군의 수뇌부가 바흐무트 일대 전선을 확대해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전역을 지탱하는 중심지인 슬라뱐스크-크라마토르스크 방면으로 진격하도록 한다면 사태가 꽤나 복잡해질 것임.
왜냐면 해당 지역으로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에 유리한 고지대를 점거하고 있고, 돈바스 전쟁 기간 동안 건설된 요새화된 라인들이 마을 및 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바흐무트 이상의 시가전을 각오해야만 하는 진격로임. 만약 여기서 러시아군이 전력을 소모한다면, 시르스키 상장 특성상 크레민나를 비롯한 돈바스 일대에 기만전 한 번 걸고 어디에선가 갑작스런 공세에 나설 것임.
뭐, 러시아 입장에서 크레민나가 붕괴되면 진짜 큰 일임. 크레민나가 붕괴되면 스바토베 역시 덩달아서 넘어오는 구조임. 스바토베는 여기서 러시아군에게 매우 중요한 지점인데, 쿠퍈스크 붕괴 이후 돈바스 전역의 러시아군 보급로는 스타로빌스크-스바토베로 이어지는 라인에 의존하고 있음.
근데 스바토베가 무너지면 스타로빌스크의 보급 구조가 과부하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HIMARS 사정거리 내로 들어가게 되서 그때부터는 더 치명타가 될 것임. 무엇보다도 여기 무너지면 지난 해 5월, 그 많은 전력을 갈아넣어서 점령한 리시찬스크-세베로도네츠크 방어도 불가능해져서 러시아군은 매우 곤란해질 수 밖에 없음.
그렇다고 예비대가 결코 많은 것도 아님. 동원 병력 30만 중 23만 이상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었고, 그 중 적잖은 병력이 무모한 공세 과정에서 소모된 터라 각 사단 및 여단, 연대의 병력 및 장비 편성이 절반 이하까지 떨어진 부대가 상당히 많음. 게다가 루한스크 제2군단은 사실상 전멸 상태고, 도네츠크 1군단은 몇몇 소총병여단이 존재하지만 바흐무트 전투에서 심각하게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 보조해줄 병력도 이제는 모자람.
또, 러시아군 수뇌부가 우크라이나군 예비대 상태를 지금 아예 모르고 있음. 쿠르스크 전투 당시 독일군이 치타델레 작전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가 소련군 예비대의 위치 파악 등이 안되서였기 때문인데, 이 딜레마를 러시아군이 똑같이 겪고 있음. 우크라이나군 상비여단 및 영토방위군 부대 등이 동부전선에 꽤 보내져있지만, 작년 12월 이후로 3개월 동안 20개 이상의 여단을 신설 편성하기 시작했는데 러시아군은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름.
물론 러시아군이 매우 뛰어난 기량을 갖췄다면 바흐무트처럼 직후 바로 치고 들어가서 유리한 지점들을 선점할 수도 있을 것임. 근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기동자산 다수를 상실했고, 전과확대든 뭐든 장비랑 인력이 남아야 하던가 말던가 함.
그렇다면, 이 다음의 주요 전역은 크레민나로 점쳐질 수가 있는데...여기는 양 측 모두 예상이 가능한 지점임.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바흐무트와 맞바꿀 만한 지역이 필요하고, 러시아군에게는 라스푸티차 이전 그래도 유리한 거점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임. 아직까진 모멘텀이 러시아군의 손에 있지만 전력을 무리하게 상실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쥐고 있을 수 없기 때문임.
뭐 정말 예기치 못한 지역을 노린다면 불레다르나 자포리자 방면이긴 한데 여기는 좀 어렵고. 결국은 바흐무트 함락 이후 러시아군도 꽤 곤욕 좀 치를 것임. 진격은 어렵고, 크레민나는 위험하고, 불레다르는 공세 의미가 거의 없다시피하니 말임. 이제 전쟁이 어찌 흘러가는지는 더 지켜봐야할 사안이지만 러시아군의 공세 동력 상실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임.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