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7세가 되기 전에는 해외생활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토종 한국인이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코로나 이후에 한국에서 영어를 시작했다. 그렇게 영어를 하며 스터디 등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중에는 워홀,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으로 해외 경험이 있는 분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내가 영어를 잘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영어회화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훨씬 더 정확하고 유창하게 말했다. 심지어 해외에서 살았다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영어로 말이 안 나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워홀 갔다온 사람들 중 영어가 유창해진 사람은 사실 정말 소수다. 이 외에도 영어 원어민 배우자와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주 기초적인 영어만 가능한 사람, 국에서 30년이 넘게 살았지만 영어가 되지 않아 한국어와 영어를 항상 섞어서 말 하시는 사람 등 우리가 생각한 "당연히 영어를 잘 해야 하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영어권에서 산다고 영어를 저절로 잘하게 되는 게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내가 호주에 살게 된 지 6개월째, 난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
워홀, 어학연수, 유학 없이도 한국에서 영어 잘 할 수 있다.
내 호주 생활을 복기하면서 알았다. 난 집에서 한국어로 일을 하고, 마트나 음식 포장이 아니면 밖에 나가 누군가와 영어로 말을 할 일은 거의 없다. 외국인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정도 만나 영어로 떠들고 노는데, 이건 사실 한국에서도 하던거고 여러분도 다 할 수 있는거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철저하게 영어 컨텐츠만 봤는데, 호주에 나와있다 보니 한국음식이 그리워 생전 보지도 않던 한국 먹방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한국 맛집 유튜브 영상만 보기도 했다.
결국 나는 호주라는 환경에 있다는 안일함,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영어를 현저하게 적게 소비하고 있었고, 한국에서 하던 영어 훈련도 거의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해 더해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해외에 나오면 한국 커뮤니티를 찾고, 한국 친구들과(혹은 해외에 사는 아시아 국가 친구들)많이 어울리게 된다. 당연히 영어가 늘지 않거나, 는다 하더라도 겉핥기 식의 영어만 잘못 배우고 온 다음 한국에 돌아와 3개월 안에 그마저도 다 잊어버린다.
모든게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인 거다. 중요한건 의지다. 환경 탓을 하며 영어가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 환경이 주어진다 한들 영어가 유창해 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무리 영어로 내뱉을 기회가 많다고 하더라도, 엉터리 영어를 쓴다고 영어가 느는게 아니다. 그 엉터리 영어를 집에 와서 복기하고, 좋은 문장을 찾아보고, 100번은 혼자 상황을 상상하면서 말 해보고, 실제 상황에서 그 연습한 문장을 써볼 때 그 때 영어가 느는거다. 정말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냐에 따라 달렸다.
(진짜) 영어 환경이란?
호주에 살지만 한국 친구들과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 드라마와 유튜브를 보는 삶
-> 가짜 영어 환경. 한국어 환경이나 다름없음.
한국에 살지만 집에서 영어를 훈련하고 영어 컨텐츠만 보고 주말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거나 꾸준히 화상영어를 하는 삶
-> 진짜 영어 환경. 한국에 있지만 영어로 생활.
내가 보고 듣고 읽는 것이 바로 내 환경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환경은 의지만 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해외에 가서 몇년만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분명이 그 이면에 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철저하게 영어만 보고, 듣고, 원어민 친구들을 쫓아다니고, 영어때문에 속상해서 울면서 집에 오고, 그러면서 또 집에서 다시 영어공부를 하고... 이런 산전수전을 다 겪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정말 진지하게 영어를 공부한 친구들이다. 그리고 이런 친구들은 장담하건데, 한국에서 영어를 했어도 잘 했을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아래 영상을 여러분과 공유한다. 무려 92세에 매일 영어로 보고, 듣고, 읽고, 쓰시는 할아버지인데, 영어 봉사를 하며 원어민들과 영어로 대화도 하신다. 요즘 좀 무기력하다..라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했고 또 삶을 사는 자세에 대해 배웠다. 우리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 될 때까지 좋아하는걸 열심히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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