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채은입니다. 내용을 정돈했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여백을 주로 수정했습니다. 여기서 여백은 레이아웃의 여백을 말합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글에 여백을 주지 않고 촘촘히 쓰는 오랜 버릇이 있었거든요.
계속해서 여러분이 글을 읽기에 가장 편한 방식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얘기해 주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1. "매주 미술관 1곳 이상 방문하기"
이것은 올해 3월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세운 목표 중 하나였다.
이미 독일에서 한 학기를 보낸 나는 실천 가능할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꼭 해야 하는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지난 학기에도 계획이 없던 것은 아니다.
전체 목표 중 성공한 목표는 60% 정도로 대부분 언어나 문화에 관련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외국인 친구와 편하게 영어로 대화할 수 있을 만큼 회화 실력 키우기'같은 것들 말이다. 나머지 이루지 못한 40%는 개인적으로 성취하고 싶었던 목표였다. 자격증같이 사회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지표 혹은 디자인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루틴들.
2. 지난 학기의 나는 잔뜩 놀러 다녔다. 파티, 여행, 크리스마스 마켓, 친구네 기숙사 등으로.
분명 후회는 없다. 친구들과 같이 밥해 먹고 자는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자기의심에서 비롯돼 남을 믿지 않는 나쁜 버릇은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말끔히 없어졌다. 뭐 티끌 하나 정도는 남았다고 해도, 아무렴. 내 인생에 다시 그런 순간이 올까 싶을 만큼 찬란하고 맑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을 했다. "스스로 느끼기에 대단한 인간적 성장을 겪은 만큼, 쌓고 싶던 능력의 발전도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3. 그래서 새 학기에는 지난 학기에 덜 집중했던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심했다.
예술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림을 그리면서 일하고 싶은 나. 하지만 침대와 진한 사랑에 빠져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힘든 나. 두 자아가 언제나 불편한 사이를 유지하지만 이제는 첫 번째 자아를 조금 더 토닥여주고 싶었다.
나는 예술을 정말 오래 하고 싶다. 지금은 그게 미술인 거고 앞으로도 그 분야가 뭐든 예술 하는 사람으로 그 사회에 속해있고 싶다. 결국 실천이 필요했다. 매주 1곳 이상의 미술관에 방문하겠다는 목표는 추상적인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지금 중 하나였다.
4. 그렇다고 철저하게 매주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단단히 들여놓은 생각이 나를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렇게 스멀스멀 미술관을 가는 날이 늘어갔다. 나는 이것을 미술관 여행(아트트립)이라 칭하고 싶다.
이 여행은 5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맞았다.
독일 데자우의 바우하우스 뮤지엄 데자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 독일 다름슈타트의 쿤스트할레, 독일 베를린의 베를린 구 국립 미술관. 이번 달에만 다녀온 곳이 이 정도라니, 기특해 죽겠다. 앞으로 예정된 목적지는 포르투의 세랄베스 현대 미술관,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 스위스의 아트 바젤이다.
미술을 하면서도 별 지식은 없던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미술 사조나 화가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to be continued..
[다음 편지 예고]
(1) 디테일에 미친 바우하우스의 예술가들
(2)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교육관을 내세운 바우하우스였지만 여전했던 성차별.
여성은 오직 텍스타일 공방에서만 작업할 수 있던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도 엄청난 성취를 이뤄낸 바우하우스의 여성 예술가들: 군타 슈퇼츨(Gunta Stölzl), 마리안네 브란트(Marianne Brandt) 등
독일에서, 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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