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XX존에 대한 해석

맥도날드 광고가 재밌더라. YES키즈존이라고. 가족 단위로 외식하기에 맥도날드가 적합한 곳인진 모르겠으나, 꽤 좋은 메시지라고 본다. 가뜩이나 노키즈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맘편하게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는.

노키즈존, 그러니까 13세 이하 아동의 식당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인권위로부터 명백한 아동 차별이라고 권고받았다. 하지만 이는 인권위의 권고이지, 법적 효력까지는 없다.

노XX존을 보는 내 마음은 꽤 복잡하다. 아동 차별이니까 하지 않는 게 맞다. 혹자는 인종 차별이랑 다른 게 뭐냐고 묻는다. 근데 인종을 기반으로 한 가게 이용 금지는 점주들이 체험한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노키즈존이랑 좀 다르지 않나 싶다.

왜 다르냐고? 정확히 말하면, 노키즈존의 핵심은 방어고, 인종차별존은 공격이거든. 노키즈존의 핵심은 결국 블랙컨슈머를 어떻게 막느냐에 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 않는 선제적 방어라고 보면 쉽다.

한국의 상거래 문화와도 결부되어 있다. 상거래는 기본적으로 동등한 거래다. 하지만 한국에선 유난히 1) 사는 사람이 2) 스스로가 갑이니까 3) 내 맘대로 하겠다라는 의식이 있다.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값을 지불하는데, 마치 사회적 지위나 일시적 주종관계를 얻겠다는 심보가 좀 있다. 앞서 동등한 거래라고 했으나 당연히 돈 내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돈 받는 사람은 선택되어야 하니까 구애해야 하거든.

1000명 중에 10명이 블랙컨슈머라면, 그 블랙컨슈머 중 1명은 또 데빌컨슈머다.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 안 해줬다고 별점 테러하고, 카페에 안 좋은 글 쓰고, 심지어 머리카락 나왔다고 주작도 한다. 아니라고? 뉴스에 보도된 것도 적지 않고, 당장 초등학교 관련 기사만 봐도.... 자기네 자식 가르치는 교사한테도 그러는데 자기가 갑이라고 느끼는 소비 영역에선 퍽이나 멀쩡해지겠다.

카페에서 개진상 고객을 만나도, 경찰을 부를 수 없다. 영업방해라고 하기 전에 도망가버리면 끝. 고객이 갑자기 주작을 하고, 스토킹하듯 악플을 달고 개 지랄염병을 떨어도 딱히 답이 없다.

아이와 강아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시한폭탄이란 점이다. 강아지는 목줄이라도 있으니까 낫긴 한데... 여튼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고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른다. 그러니까 시한폭탄이다. 그런데 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기본적으로 업주에게 책임이 귀속된다. 실제로 애가 종업원한테 들이박아서 화상입어도 업장 책임이다.

노키즈존이 가진 도덕적 결함도 인정하고, 인권위의 판단도 존중하지만 선제적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막상 사고가 나거나 진상을 만났을 때 방어할 방법도 없다. 거칠게 말하면, 당장 눈앞의 좆같음을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셔터내려버리는 셈.

노키즈존 사례 관련 판례와 업주 입장의 시각 - 스퀘어 카테고리 (theqoo.net)

결국, 노키즈존은 노진상부모존이다. 다시 말하면, 제발 자기 애는 자기가 관리하세요 정도. 노시니어존도 마찬가지다. 노개저씨존 or 제발공중도덕존이다. 기본적으로 서로 협상하고, 거래하고, 대화하면서 해결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걸 못한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고, 좆같으면 끝까지 가서 지랄한다. 그거 알죠? 사람이 잘 되게끔 도와주는 건 어렵지만, 좆되게끔 만드는 건 더 쉽고 재밌다는 걸.

솔직히 노키즈존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노키즈존 때문에 힘들 부모나, 노키즈존 정말 희망하게 만드는 진상 때문에 힘들었던 자영업자들 다 이해는 간다. 결국 남한테 진상짓하면 터져버리는 폭탄목걸이 만들기 전까진 답 없을 것 같은데..

결국, 업장이 1) 데미지 없이 2) 진상고객을 3) 내쫓을 수 있는가? 생각해야 한다. 배달, SNS, 블로그 리뷰 등 업장의 소비자 접점은 다양하고, 이로 인한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데 막을 방법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우선 ..... 위안을...

짤은 상관없음

그럼에도 삶은 꽂히면 가는 거고, 답은 구하기 나름이며, 중요한 것은 미래를 추론하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웬만하면 맞춤법 틀린 부분 없을 텐데, 있으면 봐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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