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누나, 기다릴게요

이소라의 신곡을 기다리며

2021.03.18 | 조회 6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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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우리는 서른살이 됐고,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프로필(이소라)
사진 출처 : 네이버 프로필(이소라)

*이 글은 3월 14일 '이소라의 방구석콘서트'가 열리기 이전에 쓴 글입니다.

코로나 19 방역 지침과 관련 '집합·모임·행사'로 분류된 대중가수 콘서트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대중음악 업계는 형평성 차원의 문제 제기와 함께 정확한 방역 기준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쨌든 소라 누나의 콘서트도 취소되었다. 

오래전 나의 이상형은 ‘이소라의 노래를 듣는 여자’였다. 음악 취향이 맞는 사람이 이상형인 것을 넘어 어쩌면 이소라 노래, 이소라 노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 소라 누나가 이상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누나의 노래에 담겨 있던 감정들과 표현들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무엇보다 누나가 달랐던 것은 노랫말이다. 누나를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고, 누나가 표현하고 있던 사랑에 대한 감성들은 남달랐다. 그렇다고 믿는다. 팬이니까. 

그리하여. 어쨌든. 콘서트도 취소된 마당에 “나 홀로 방구석 이소라 콘서트”를 추천해보려 한다.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바람이 분다> <제발>, 근래에는 <신청곡> 같은 메가 히트곡들을 제외한 곡들 혹은 소라 누나의 음악을 즐기는 방법들도 추천해보려 한다. 누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명곡을 듣는 기회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소라 누나의 새로운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7집 겨울, 외롭고 따뜻한 노래] 

<바람이 분다>가 수록된 6집 “눈썹달” 이후 4년 만에 출시된 앨범. 7집 [겨울, 외롭고 따뜻한 노래]. 이 앨범의 특징은 앨범 수록곡들의 제목이 없다는 것. track 1, track2, 등 말 그대로 트랙의 순서로만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음악은 앨범 형태로, 수록 순서대로 들어야 한다’라는 나름의 철칙을 갖고 있는 시절(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앨범 단위로 들을 수 있는 음악들도 많이 사라져 간다), 이 앨범은 나에게 센세이션 했다. 정말 앨범에 곡들을 모아 놓는 수단이 아니라, 앨범 자체로 하나의 작품으로써 느끼게 해 줬다고나 할까. 

제목이 없는 수록곡들은 앨범을 듣는 사람들이 느낀 대로 제목을 붙일 수 있도록 고안됐다. 수십 번 이 앨범을 들으면서, 들을 때마다 곡에 대한 감정들은 달라진다. 개인적으론 타이틀곡 [track8]이 제일 좋지만, 어느 한 곡 빠질 것 없이 훌륭한 명반이다. 앞서 말했듯 앨범 단위로 정주행 했을 때, 트랙들의 연결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이 앨범을 더욱이 기억하게 만든다. 사랑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시각이 담긴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라 누나의 음악 인생의 큰 변화의 기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러닝타임 1시간. 커피 한잔과 함께.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연인이 더 좋을 것 같다..). 앨범을 정주행 하며 트랙 하나하나에 각자의 제목을 붙여주는 것. 그토록 소라 누나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던 나조차 연인과는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이상적인 데이트다. 

[이소라의 히든싱어] 

가끔 방송 출연을 했던 소라 누나. 한때는 최고의 음악 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진행했던 진행자였다. 근래에 누나가 출연한 방송 중엔 개인적으로는 히든싱어를 추천하고 싶다. 히든싱어는 좋아하는 가수들이 나올 때 줄곧 챙겨보는 편인데, 이 프로그램은 그 가수를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선 정말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히든싱어는 많은 시즌을 지나 이젠 한 가수의 시간을 반추하며 그 가수를 사랑하는 팬들의 의미마저도 그려내는 프로그램이 됐다. 

당신이 소라 누나의 팬이라면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과거 잔뜩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였던 누나가 이제는 팬들의 노래 선물에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는 것은 참 행복한 경험이다. 우리의 시간이 지난 것처럼 누나의 시간도 지났다. 누나의 노래는 또 변화할 것이다. 좋은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그 가치가 변화한다. 

후배 가수 입장으로 등장한 린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를, 이수현이 [track3]를 커버하는 장면도 킬링 포인트. 프로그램 특성상 미션곡들이 메가 히트곡으로 선정된 것이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 소개되는 자리가 됐으면 좋았겠다 싶은 팬심도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4라운드 [바람이 분다] 간주가 나올 때 느껴지는 짜릿함. 

이건 맥주다. 맥주 한잔(가지고 안되면 두 잔..), 거기에 어울리는 살찌는 술안주와 함께 보기에 딱이다. 친구도 연인도 없어도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겁게 채울 수 있으니. 

[8] 

소라 누나의 8집 [8], 가장 최근 발매된 누나의 앨범이다. 2014년 발매된 앨범이니, 8년이나 지난 셈. 당시 앨범이 발매됐을 때 찬반양론 격돌이라는 기사가 났을 정도로, 평소 누나의 스타일과는 다른 락 스타일의 앨범이다. ‘이소라’라는 가수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난해하거나 생소할 수도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락 앨범으로 봤을 때 훌륭한 앨범일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나가 써 내려간 가사 말들의 색깔은 여전하다. 표현이 변할 뿐, 감성은 변하지 않는다. 감히 표현하자면 누나의 가사 말에는 약간의 찌질함, 좋게 말하면 솔직함이 녹여져 있는데, 그 감정들을 마음속에 담아두던 사람이 이 앨범에서야 밖으로 표출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소라’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혹은 그냥 들을 수 있다) 특히 [나 focus], [좀 멈춰라 사랑아], [쳐], 로 이어지는 초반 트랙을 제일 좋아하는데, 마치 누나를 영화 속 주인공처럼 느끼게 하는 신선함과 스토리라인에 짜릿함이 느껴진다. 

판단이 어쨌든 신선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누나의 앨범이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감성 보컬’ 이소라의 ‘락음악’. 러닝타임 30분. 연인보다는 친구들과, 소맥.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한판 놀아재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소라 누나의 음악을 듣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자리를 만들어 음악을 듣는 일은 잘 없으니, 방구석 콘서트라는 말도 참 무색하기도 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출퇴근길에서 앞서 말했던 소라 누나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로될 수 있다. 어떤 것을 위한 위로일지, 누나의 음악 속에서 각자 자신을 위한 위로를 찾아내길 바란다. 

좋은 음악, 음악을 주는 사람의 감성이 전달되는 것이 좋은 음악이라고 느낀다. 나에겐 누나가 그랬다. 나도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나의 음악 속에서 전에 느끼지 못한 또 다른 감성을 느낄 때, 참 이 누나의 음악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9집 선공개 곡이라고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가 발매되고 5년이 지났다. 세상에 어느 선공개가 5년이나 일찍 된단 말인가. 그 사이 앨범은 아니라도 싱글 형태로 가끔, 정말 가끔 나를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9집을 기다리는 마음이 위로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오래 기다릴 수 있어요 누나. 기다릴게요. 항상 건강하세요. 


글쓴이: 유브로 

소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 유죄.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 네 명이 모여 글을 씁니다. 영화/라이프스타일/문학(시, 에세이, 소설)/음악에 관한 글을 매주 [월/화/수/목]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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