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이유 없이 잠들기 힘들 때, 노래를 찾아 듣는 편이다. 그렇게 되면 보통 여성 솔로 가수의 잔잔한 노래를 듣게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비교적 최근 듣게 된 노래를 통해 그 이유를 넌지시, 가늠하게 되었다.
정우의 노래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처음 듣게 되었다. (사람보다 AI를 통해 소개받는 것이 많아진 세상이다.) 정규 1집 앨범에 담긴 <나에게서 당신에게>라는 곡은 밝고 경쾌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만 어딘가 슬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를 한번만 더 달에 데려다줘
고요 하니 아늑하던 그곳
내게 한번만 더 별을 따다가 줘
너의 영원한 체온으로 안아줘
…
나는 구름의 강으로 가노니
못다 한 말은 햇살에 띄워주세요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로부터 나에게로
애틋함이 그러해서
멀리멀리 떠나가는 거지
정우 본인의 졸업식 때 발표했다는 이 곡에는,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이별들을 애써 용감하고 씩씩하게 헤쳐 나가려는 기운이 담겨 있다. 느려지고 빨라지기를 반복하는 노래의 멜로디가, 우리가 그러한 이별들을 마주 할 때 느끼는 감정들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다.
혼자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이 영 불안하고 용기도 잘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나간 추억들을 뒷배 삼아 발걸음을 떼는 듯한 감정.
뒤이어 듣게 된 <숙희에게>라는 곡 또한 같은 앨범에 수록 된 곡인데, 이쯤에서야 난 정우의 노래가 왜 나에게 조용한 잠을 당겨오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정우의 목소리에는 젊은 날 엄마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듯하다.
낡은 입술 때 묻은 손끝의 넌
세상 밖에 행복한 일들이 많다며
짙은 절망 그 속에서 맴돌아 난
새까만 밤도 견디는 방법이 많다며
네가 앉은 자리
따라오는 햇살로 넌 눈 감으며
날이 늘어지게 좋다면서
하얀 손등 깨끗한 얼굴로 넌
네가 모르는 일들도 많다면서
이 노래와 목소리를 듣고 있다 보면 어렸을 적, 밖에서 뛰어놀다 돌아온 때 묻은 손끝의 내가 보이고 해질 녘 엄마의 무릎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한 기분이 이 노래를 통해 전달되어 내일의 걱정을 지우고 다시 어린 시절처럼 잔잔한 잠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린 사람에게서 이토록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나미, 김광석, 유재하 같은 이제는 추억 그 자체가 된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노래와 음악이 각자의 귓가에 가까워진 세상이 되면서 무언가 듣는 일은 더욱 개인적인 체험이 되었다. 그렇기에 세상의 소란스러움을 뚫고 들어오기 힘들었던 목소리들이 이제는 더 가볍게 닿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서 정우와 같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잔잔하고 담담한 목소리들이 더 많이 귓가에 닿길 바라본다. 모든 노래는 누군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영상]
<나에게서 당신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zRqp4ESj3vc
<숙희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UZZtIOnt-Hg
글쓴이: 호모루덴스
소개: 낭만이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맛있게는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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