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이 '가난'을 사지 않겠습니다

'추후'의 뉴스레터

2021.05.28 | 조회 6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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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우리는 서른살이 됐고,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가끔 유튜브 광고 영상을 보면 불편해질 때가 있다. 가난한 아이들의 현실이 보이는 흔히 ‘빈곤 포르노’라고 부르는 영상들이다. 대부분은 아이들이 위험이나 가난에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후원을 요구한다. ‘내가 이들을 후원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죄책감과 동정심을 유발하는 이런 영상은 원하는 목표(후원)를 이뤄낸다는 점에서 언뜻 기발한 전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후원을 유도하는 일이 정말 좋을까? 많은 기부 단체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빈곤 포르노’라고 불리는 영상을 통해 많은 후원을 이끌어냈다. 그럼 결과적으로 잘된 일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빈곤 포르노’의 진짜 문제는 후원을 위해 일부로 이런 상황을 연출하면서 아동 학대를 일삼고 단기적인 후원에 그치며 가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전달한다는 점이다. 

가난을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 문제는 아카데미를 수상했던 영화<기생충>에서도 존재했다. <기생충>이 수상한 뒤, 그 촬영 장소가 관광지로서 유명해졌고 SNS에 인증샷을 찍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누군가가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을 관광지처럼 구경하고 인증샷을 찍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가난함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는 관계 없는 일, 상품화된 구경거리로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각 다른 시선,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휴양지에서 살아가는 빈민층의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이런 현실을 그냥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인 ‘무니’, 어린이의 시각으로 이 현실을 쫓아간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현실을 보여주고 자연스레 안타까운 연민의 감정을 유발한다. 그래서 ‘빈곤 포르노’와 일면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빈곤 포르노’와는 달리 ‘후원’을 직접적으로 유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목적을 지닌다. 우리는 주인공 ‘무니’가 겪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지만 영화가 픽션임을 인지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특정 대상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유도한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가 빈곤 포르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방식이 계속된다면, 점점 더 많은 후원을 얻기 위해 더 자극적인 영상을 연출하고 이를 촬영하기 위해 불쌍한 아동을 연출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무니'는 엄마의 곁을 떠나 위탁 가정에 갈 위기에 처한다. '무니'는 환상의 나라, '디즈니'를 향해 친구를 끌고 달려간다. 영화는 그 이후의 상황은 보여주지 않는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무니의 상황에서 우리는 마냥 기뻐할 수 없기에 결말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 서울시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 서울시 사회적 경제지원센터

많은 이들이 빈곤 포르노의 대안은 가난함을 강조해서 보여주기보다는, 그들이 도움을 받고 기뻐하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후원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실제로 빈곤을 강조하는 마케팅보다 더 나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후원 영상과 사진들은 <플로리다 프로젝트>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표정에서 단순히 희망과 기쁨만을 보고 후원하지 않을 것이다. 밝고 희망찬 디즈니 랜드를 향했던 '무니'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어디서, 어떻게 태어날지 결정할 수 있다면 분명 가난과 빈곤을 자진해서 선택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가난과 빈곤은 누군가에겐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다. 빈곤 포르노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지만, 여전히 이런 현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에게 가난을 동정할 ‘권리’는 없지만, 그들에게도 가난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가난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글쓴이: 유령 K

소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월/수/금]에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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