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질문의 의미

'추후'의 뉴스레터

2021.06.23 | 조회 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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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우리는 서른살이 됐고,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요새는 정이 지나치게 많으면, 밉상이다. 다르게 말하면 요즘 세상에는 좀 더 깊은 배려심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질문은 관계를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게 하고, 낯선 사람과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질문 그 자체로서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가령 ‘난 당신에게 호의적인 관심이 있다’라는 식으로. 나는 그 수많은 질문들 중 처음 만난 사이의 질문들에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일을 함께 해야 하는 경우. 어느 직장의 신입이 된다거나, 새로운 신입을 받게 되는 입장은 우리 모두가 겪게 되는 일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답변자와 질문자의 역할을 다양하게 경험한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나오는 대부분의 질문들은 대부분 질문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연한 사실들을 확인하면서 몇 마디 나눈 것을 토대로 내적 친분을 쌓아 올린다고 예감하는 것뿐이며, 대체로 그 예감은 들어맞지 않는다. 사실 몇 가지의 질문 만으로 어떻게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는 입장으로 지낸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는 서운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질문 그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실제로는 궁금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가벼운 질문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나 대부분 질문을 받게 되는 수많은 ‘신입’들에게는 말이다. 누구나 처음에 가장 고민이 많지 않은가.

일을 하다 보면 종종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다른 목표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가끔 단기 아르바이트로 일을 나오던 후배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했고, 당장은 나와 같이 일했지만, 최종적으로 배우를 꿈꾸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연출을 전공했었지만, 졸업 후 당장 돈을 벌려고 영상 조명 일을 시작했다.

 전공과 아주 다른 일은 아니지만, 졸업 이후 생각했던 목표와 다른 결말을 마주하고서 나에게도 많은 고민이 찾아왔다.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몇 년간의 애정 어린 노력과 영화를 좋아했던 마음까지 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장은 의미나 이유 없이 내게 주어진 일을 해야만 했고, 돈도 벌어야 했다. 

당시 그런 상태인 나에게 가장 불편했던 것은, 사람들의 질문이었다. 나이는 몇 살 인지, 어디 사는지, 여자 친구는 있는지, 무엇을 전공했는지, 연출을 전공했는데, 왜 조명 일을 하고 있는지. 평범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다 보면, 점점 한 번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냥 돈을 벌려고 시작했다는 말은 스스로 듣기에도 좀 거북한 말이었기 때문에, 나는 좀 더 그럴듯한 대답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아주 거짓말은 아니지만, 약간의 열정과 노력을 담아서. 시간이 좀 지나자 그제야, 나는 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때때로 질문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에 나는 필요한 질문만을 하려고 노력한다. 어색한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서 쓸데없는 질문이 튀어나오려고도 하지만, 그냥 침묵 자체를 존중하기로 한다. 쉬운 질문에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던 때가 기억나기 때문이다. 

 몇 가지 답습화된 질문을 통해 상대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의 시기가 어떤 때인지, 얼굴만 보고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침묵에서 애정과 존중이 엿보이기도 한다.


글쓴이: 호모루덴스

소개: 낭만이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맛있게는 해줍니다.

매거진 '추후'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서른의 시선을 담은 글을 매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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