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푸는 편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 한 잔 마시며 음악을 들으면 몸과 마음의 피로가 풀리곤 한다. 그중에서도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을 때, 재즈를 주로 듣곤 한다.
최근 일을 마치고 조금 쉬고 싶어서 재즈 공연을 들을 수 있는 곳에 다녀왔다. 코로나라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냥 식당 간다고 생각하고 갔다. 계속 미루기에는 내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다.
사실 ‘재즈’라는 음악 자체에 대해서 엄청 자세하게 알거나 조예가 깊진 못한다. 내 형은 클래식 음악을 열렬히 좋아한다. 클래식은 공연장에서 들으면 정갈한 분위기에서 오롯이 음악에만 집중하는 분위기여서 딱딱하고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재즈는 그것보다 훨씬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고, 즉흥적인 연주도 많은 편이어서 훨씬 더 자유롭다. 나는 재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처음 그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곡이 흘러나와 기분이 좋았다. 재즈 음악의 또 재미있는 점은,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곡이어도 ‘주연(피아노, 트럼펫, 기타, 보컬, 색소폰 등)’이 누군가에 따라서 음악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공연에서 연주한 곡은 <Polka dots and moon beam>이란 노래였다. 아래 네 개의 곡은 다 같은 곡이지만, 분위기는 다 다르다. 어떤 건 낭만적이고, 어떤 건 나른한 오후가 생각나기도 한다.
Chet baker, 트럼펫, <Polka dots and moon beam>
Wes Montgomery, 재즈 기타, <Polka dots and moon beam>
Bill evans, 재즈 피아노 <Polka dots and moon beam>
Sarah Vaughan, 보컬 <Polka dots and moon beam>
또 같은 곡을 같은 악기로 연주했어도 분위기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아래의 곡은 Jimmy Ponder가 연주한
<Polka dots and moon beam>인데, Wes Montgomery의 곡이 다소 나른하고 한적한 해변가의 오후의 느낌이라면 Jimmy Ponder가 연주한 곡은 좀 더 늦은 저녁에 도시에서 흘러나올 법한 분위기다.
Jimmy Ponder, 재즈 기타 <Polka dots and moon beam>
흔히 재즈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어렵고 고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재즈는 정말 극한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재즈 악보에는 정말 연주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담고, 그 외의 것들은 연주자의 재량대로, 마음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리코딩된 곡이 아닌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을 경우, 즉흥연주 때문에 아는 곡이어도 원곡과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 들어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앨범 중에서 라이브 녹음 앨범이 가장 많은 장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날 재즈 앨범 제목을 보면 Live ~(도시 이름) 이런 식으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라이브로 녹음된 음악에는 가끔 관객들이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나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
Bill Evans Trio - Alice In Wonderland (Take 2)
재즈는 악기를 다루는 모두가 주연이 될 수 있으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조화로워야 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느긋한 분위기에서 재즈 한 곡 들으면서 쉬는 것만큼 좋은 휴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재즈를 들어보지 못했거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재즈 스탠다드 곡’들을 검색해서 들어보길 추천한다. 같은 곡을 연주한 사람이 여러 명이어서 누굴 들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겠지만 괜찮다. 모두 다르게 연주하는 걸 듣는 게 바로 재즈의 재미니까.
글쓴이: 유령 K
소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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