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와 변호사

발송기일변경신청서도 제출하지 않고 늦게 보내는 롤변의 두번째 편지

2023.01.24 | 조회 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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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팝 변호사

오늘도 태산같은 업무 중 티끌만큼을 마친 변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성체가 되어 한 곳에 정착하고 나면 스스로 뇌를 먹어버린다는 멍게의 삶

멍게는 어린 시절에는 고등한 기관을 갖추고 꽤나 민감한 감각으로 자신이 살 곳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성체가 되어 정착할 곳을 찾고 나면 자신의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을 먹어버린 후 그 곳에 뿌리를 내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멍게와 대면해 본 경험이란 것이, 삶을 완전히 마친 후의 그의 모습을 식탁에서 초고추장이나 유자소스와 함께 본 것이 전부였으니, 멍게가 정말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아무튼 멍게의 삶의 목표는 성체가 되어 정착하는 것, 그 자체였나 봅니다. 그리고, 어떤 생명체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은 후에는 더 이상 성장하거나 새로운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동인(動因, motivation)이 없어짐은 당연한 이치인가 봅니다.

 

변호사가 '되는 것', 무언가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일 수 있을까요? 그럴리가요

변호사가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두고 있는, 그리고 삶의 목표로 두었던 많은 분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변호사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일 수 있을까요. 이게 성립이 되는 것일까요. 변호사가 '된 것'으로 삶의 목표를 다 이루었다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요. 나아가, 변호사가 되고자 했으나 되지 못했다면 그는 영영 삶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럴리가요.

롤변은 직업이 변호사라서 변호사를 예를 들어 이 이 이야기를 합니다만, 그 누구든 '무언가가 되는 것'은 삶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어떤 직업을 갖는가, 무슨 일을 하는가, 얼마를 버는가 등은 삶의 목표일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을 삶의 목표로 두게 된다면, 그 목표를 이룬 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뇌를 먹어버린 멍게와 친구하는 일 밖에 남지 않습니다. 또한, 무엇이 되는 것 자체만을 목표로 두고 살다가 이를 이루지 못하면 끝내 자신의 목표 달성을 방해한 것으로만 여겨지는 세상과 환경을 원망하게 되지요. 자책은 물론이구요.

 

삶은 사랑하다 가는 것이고, 사랑은 목표나 결과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삶, 그래서 그 무엇이 되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허망해지는 삶. 이런 삶을 바라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결과보다는 과정에, 그리고 이유도 없이 좇아가는 목표보다는 일상에서의 환대와 배려를 경험하며 상호 존중과 긍정, 그리고 열정으로 성장하는 삶, 그 자체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살아갑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들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 삶을 무척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삶은 무엇이 되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다 가는 것일 뿐이며, 사랑에는 목표나 결과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과정을 사랑하며 삶의 여정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은 남들이 애써 도달하려는 그 목표(예를 들어 대학, 직장, 직업 등의 목표)를 여행 중 잠시 들른 기차역처럼 선선히 도달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목표 지점은 멍게의 정착지와 같은 곳이 아니니 그곳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더 큰 성장과 폭넓은 사랑을 위한 다음 역으로 출발하지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닌 등로주의(登路主義)의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ps. 돌려돌려 말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오늘 편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실은 뇌를 먹어버리고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멍게처럼 살지 말자, 변호사가 되었다고 목표에 도달했다고 착각하지 말고, 우리의 감각과 잠재력을 모두 소환시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좀 해 보자, 뭐 이런 메시지였죠.

새로운 건 귀찮아서 못하겠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걸 안 하고 싶으면 그냥 엄마 뱃속 프라이빗 풀빌라에서 헤엄을 치지 굳이 왜 이 땅에서 살아가는가, 살아가며 맞이하는 모든 일이 새로운 것인데, 라고요. -.-;;

 

구독자님께 보내는 롤리팝 변호사의 두번째 편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레터에 올릴 용도로 쓰겠다고 동의받고 올리는 따님씨의 그림. 뉴스레터 제목 '롤리팝변호사'도 그녀의 글씨. 15년 평생동안 그림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따님씨는 내가 하는 일을 무조건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응원이란 응원의 대상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다 알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도 그 응원이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그녀의 응원을 받으며 깨닫습니다.
뉴스레터에 올릴 용도로 쓰겠다고 동의받고 올리는 따님씨의 그림. 뉴스레터 제목 '롤리팝변호사'도 그녀의 글씨. 15년 평생동안 그림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따님씨는 내가 하는 일을 무조건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응원이란 응원의 대상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다 알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도 그 응원이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그녀의 응원을 받으며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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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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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KAS 천장지구

    0
    over 1 year 전

    제가 멍게와 같은 변호사가 될뻔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조원익-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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