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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엔 '로맨스'밖에 없다고요?

[193rd night]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

2026.02.18 | 조회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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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rd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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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순정만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혹시 꽃이 흩날리는 장면, 긴 속눈썹과 반짝거리는 큰 눈을 가진 주인공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지는 않으셨나요? 순정만화는 대체로 ‘로맨스를 그리는 장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였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단순화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출발점으로, 한국 순정만화라는 장르가 가진 정체성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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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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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정만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인데요. 이 작품은 1986년에 연재를 시작해 10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자, 열성적이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고대 페르시아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가상 왕국 아르미안의 마지막 네 왕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죠.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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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방대한 세계관과 신화적 설정은 판타지 대서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순정만화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국 순정만화가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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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라는 표현은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도 만화의 장르를 표현하는 언어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시기별로 작품의 양상 또한 달라졌기 때문에, 많은 만화 연구자는 이 표현을 시대를 불문하고 사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시기별 작품의 특징에 따라 순정만화를 구분하려는 노력이 있었죠.

ⓒ 리드나잇 자체제작 | 한상정, 박인하의 구분 참고
ⓒ 리드나잇 자체제작 | 한상정, 박인하의 구분 참고

1950년대에는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붕괴와 삶의 빈곤함, 가족애 등을 그리는 만화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 중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이 순정만화로 분류되었어요.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일본의 쇼죠망가*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만화에서 묘사하는 인물들은 다리가 길어졌고, 머리카락의 색이 달라지기도 했으며, 반짝이는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지게 되었죠. 이 시기는 여성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는 사전심의**로 인해 소녀만화가 서서히 추락하고 대부분의 순정만화가 사라지는 시기였는데요. 이후 쇼죠망가의 모방본과 표절작이 다수 등장하던 시기를 지나 1980년대에 들어서 한국 순정만화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죠.

*쇼죠망가: 일본의 '소녀만화'. 소녀 혹은 여성을 주된 독자층으로 하며 작가 역시 여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한국의 순정만화와 유사한 장르의 만화이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 특히 발달했다.

**사전심의: 1968년 아동만화 윤리위원회가 발족하고 모든 만화는 사전심의를 받게 됐다. 순정만화는 등장인물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포함해 특유의 화려한 그림체까지 검열의 대상이 되면서 다른 장르의 만화에 비해 더욱 가혹한 규제를 받았다. 1987년 이전까지 만화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묘사가 어려웠기 때문에, 이 시기의 작품들은 검열을 피하고자 외국이나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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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순정만화는 1980년대에 이르러 역사를 아우르는 서사,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 여러 가지 사랑의 종류와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성의 산물로 진화했습니다. 또한 SF, 판타지, 호러 등의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복합 장르의 장을 열었던 시기이기도 했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대본소* 체제가 끝나며 본격적인 순정만화의 부흥기이자 황금기가 시작되는데요.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모던타임즈』, 『로망스』, 『요요』, 『댕기』, 『나나』, 『터치』, 『밍크』, 『이슈』 등 수많은 순정만화 잡지들이 창간되었고, 독자들은 서점에서 만화잡지와 만화책을 구매해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본소: 만화책 판매본이 아닌 대여본을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공간

ⓒ 리드나잇 자체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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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바람의 나라>처럼 게임의 IP가 된 순정만화도 이때 등장했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공포만화를 중심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만을 모아 연재하는 순정만화 잡지인 『아디(Oddy)』 등 장르 전문 잡지도 창간되었습니다. 비록 3호를 마지막으로 폐간했지만, 이색적인 출발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순정만화에 SF 판타지 요소를 새롭게 도입한 작품인 강경옥 작가의 <별빛속에>도 주목해 볼만한 작품인데요. 당시 SF 장르의 소년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로봇이나 메카닉이 아닌 초능력자들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답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한국 순정만화가 SF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기에, 한국 SF의 역사를 통틀어 의미가 깊은 작품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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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전성기를 지나, 순정만화는 쇠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의 제정 이후 만화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시장이 서서히 축소되기 시작했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만화잡지 역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어요. 한때 30종이 넘던 다양한 순정만화잡지 역시 완전히 축소되었죠. 2003년 이후 순정만화를 발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청소년보호법: 1997년 7월 1일 '청소년보호법'이 생겨나면서 사전심의제도가 사후심의제도로 변화되고, 청소년 유해매체에 관해서만 유해매체를 검토해 유통시키지 못하게 했다.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청소년보호법으로 만화물에 대해 유해매체를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만화를 유해매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 카카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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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많은 작품이 리마스터링되어 웹툰 플랫폼에 등장했어요. 당시에는 흑백이었던 작품을 이제는 컬러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죠. 만화잡지가 사라지며 연재가 중단된 작품도 있었지만, 최근 웹툰 플랫폼을 통해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작품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고, 순정만화의 시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 리드나잇 자체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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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를 로맨스로만 기억하는 것은 과연 정확한 독해일까요. 우리가 너무 익숙한 이미지에 기대어 장르를 단순화해 온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로맨스라는 틀에서 벗어나 순정만화를 바라볼 때, 이 장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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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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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데요. 혜성처럼 떠오른 한국의 효자 종목이 있죠. 바로, 스노보드입니다. 스노보드는 평행대회전, 크로스, 하프파이브, 슬로프스타일, 빅에어 총 다섯 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뉘는데요. 간략하게 종목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자면, 평행대회전과 크로스는 스피드를, 나머지 세 종목은 기술의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중 하프파이브에서 최가온 선수가 금메달을, 평행대회전에서 김상겸 선수가 은메달을, 빅에어에서 유승은 선수가 동메달을 따며, 대한민국에 영예를 안겨다 주었는데요. 현재 지난 17일 폭설로 인해 유승은 선수의 슬로프스타일 결승이 연기되며, 두 번째 한국의 스노보드 금메달에 대한 많은 기대를 사고있습니다.

다들 SNS에서 밀라노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의 쾌거를 가져다준 최가온 양이 귀국해서 마라탕과 두쫀쿠를 먹고 싶다고 한 인터뷰 보셨나요? 멋진 금메달리스트도 속은 귀여운 19살 또래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참 귀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남은 동계올림픽 기간에도 우리 팀코리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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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 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구독자님은 세계 3대 영화제의 이름을 각각 알고 계시나요? 바로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입니다. 지난 2월 12일,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개최되었어요. 2월 22일까지 이어지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총 6명의 심사위원을 통하여 수상자를 선정하는데요. 2006 이영애와 2013년 봉준호에 이어 바로 올 2026년, 세번째 한국인 심사위원 자리에 배우 배두나가 위촉되어 한국 씨네필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품 부분에선 총 세 편의 한국 작품들이 베를린 국제 영화제를 빛내주었는데요. 파노라마 부분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 포럼 부분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 제너레이션 14플러스 경쟁 부분 유재인 감독의 <지우러 가는 길>이 소개되었습니다. 이 중 <내 이름은>이라는 작품은 우리의 아픈 역사 제주 4.3 사건을 다루고 있어 더 의미가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베를린 국제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한국이 유일하게 대상을 받지 못한 영화제이기도 한데요. 언젠가 한국인이 베를린 황금곰상을 수상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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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문화사에서 창간한 순정만화잡지 『파티』는 아직까지도 출간되고 있답니다. 한국 출판만화와 순정만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 에디터 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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