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여러분은 위 사진을 보며 어떤 감정과 생각이 드셨나요?
어떤 분은 ‘재소자에게도 인권이 있는데, 저렇게까지 하는 것은 가혹하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고, 또 다른 분은 ‘그들이 응당 받아야 할 대우를 받고 있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남미 국가들 그 중에서도 에콰도르, 엘살바도르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찰력을 증가할 뿐 아니라 형량을 강화하고 수사 및 체포, 수감과정에서 지켜야 할 법적 절차들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재소자 인권침해는 물론 경찰 등에 의한 고문까지도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에콰도르나 엘살바도르의 다수의 국민들은 그러한 정부 정책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와의 전쟁’에 대해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죄와 벌
■ 형벌의 목적
먼저 형벌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범죄에 대한 형벌이라는 것은 결국 신체의 자유, 재산, 나아가 생명에 대한 제한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도 형벌의 정당성과 목적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요.
형벌의 목적에 대한 이론은 전통적으로 ‘응보이론’과 ‘예방이론’이 대립하여 왔습니다. 응보이론은 형벌을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상쇄로 보고, 이를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논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예방이론은 형벌이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에 의해서만 정당화된다는 이론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정치적 ‘진보’의 역사는 서양 중세의 굴곡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근대 범죄학과 형사정책에 대한 논의의 기초가 되었던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1764년)를 보면 이러한 오랜 투쟁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베카리아는 형벌은 어떤 경우에도 범죄자 개인에 대한 폭력행위가 되어서는 안 되며, 형벌은 가능한 한 가장 최후의,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범죄에 비례하여 행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고문과 사형제에 대해서도 폐지를 주장하였는데요. 그는 고문을 받는 자는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 외에 어떤 자유로운 선택도 할 수 없게 되기에, 고문을 통한 자백으로 진실을 밝히는 건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며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러한 고문이 진실을 발견하는 수치스러운 방법이며 야만적인 시대의 잔존물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베카리아는 사람들의 복수심만 부추길 뿐, 중범죄의 예방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사형제도 실익 없는 고통 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주장 같지만, 종교적이고 응보적 형벌관이 지배했던 당시의 시대상, 지금도 여전히 사형제도가 많은 나라들에서 유지되는 현실, 범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주장들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 그의 주장은 25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큰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자경단을 욕망하는 대한민국
■ <비질란테>, <국민사형투표>, '조두순 응징 유튜버'
■ 보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
여러분은 위와 같은 웹툰이나 드라마 등을 보신 적이 있나요? 위와 같은 작품의 주제와 설정만 보아도 우리 사회에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더 광범위한 피의자 신상공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등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죠.
많은 사람들에게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들에게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고, 범죄자들은 오히려 이를 교활하게 역이용하고 있다’는 분노가 존재하기에, 이러한 불의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그 범죄자를 처단하여 정의를 세우는 ‘자경단’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이 수사기관 등 국가권력의 편의에만 집중되었던 반인권적이고 전근대적인 제도들에 맞서 쟁취한 성과물이자 민주화의 한 결과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유행(?)은 어떤 점에서는 참 아이러니 하기도 합니다.
남미의 치안은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열악하기에 국민들의 치안에 대한 열망은 훨씬 더 높을 수 밖에 없는데요. 그 중에서도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는 심각한 범죄상황에 맞서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까지 불릴만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그만큼 인권의 침해도 많이 벌어지고 있으나 국민들은 그에 대한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밑에서는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의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에콰도르의 치안 악화와 세계 최연소 대통령
■ 마약거래의 중심지가 된 에콰도르와 치안악화
에콰도르는 예전에는 남미에서 치안이 좋았던 편으로 한때 남미의 관광지,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 등으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에콰도르가 코카잎의 최대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약 갱단의 폭력·테러 행위가 급증했습니다. 유엔 마약 범죄 사무소(UNODC)에 따르면 이러한 갱단의 힘이 세지면서 에콰도르의 살인율은 2016~2022년 사이 4배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것은 거대 마약 조직의 두목인 마시아스의 전임자인 호르헤 루이스 잠브라노가 살해되자 그 이권을 둘러싼 조직 사이 주도권이 격렬해졌기 때문입니다.
■ 충격적인 치안현실
최근 에콰도르의 치안에 대한 사례들을 보면 대한민국과 같이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데요. 최근 에콰도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경찰관, 검사 등을 겨냥한 납치 및 살해가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갱들에게 피살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1년 사이에만 범죄조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5명의 자치단체장이 피살되기도 하였죠.
에콰도르의 살인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40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요, 2022년 살인 사건만 4800건이 일어났고 이는 4년 전에 비해 4배나 높아진 것이었습니다. 범죄율에 대한 불안의 영향으로 2023년에는 미국행 난민자가 6만 8000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2022년의 12배나 되는 수치이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더욱 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1월에는 에콰도르 최대 마약 조직범죄단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을 감행하였습니다[그는 살인과 마약밀매 등의 혐의로 징역 34년형을 받았음에도 감옥 내에서(!) 다른 갱단과의 평화협정을 발표하는가 하면 자신의 갱단 활동을 미화하는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마시아스의 탈옥에 조직범죄를 소탕하겠다며 60일간의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갱들은 마치 이를 비웃듯 전국 경찰서들을 습격하고, 대법원장 공관 앞에서 폭탄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에콰도르의 5개 도시의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150명 가까운 교도관 등 직원들이 인질로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장한 갱들이 방송국에 난입해 직원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중계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는데요, 에콰도르 최대 도시인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10여명의 무장 괴한들이 생방송 중인 진행자들을 총으로 위협하는 장면이 방송에 중계되기도 하였습니다.
■ 범죄와의 전쟁 선언한 30대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의 당선과 국민투표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 대통령은 1987년 11월생, 36세로 세계의 현직 대통령 중 최연소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2023년 10월 15일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에서 당선된 노보아는 보궐 성격의 대선에서 승리해 2025년 5월까지인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는 우파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되며, 외국인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청년 일자리 제공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 등을 강조하기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의 가장 중요한 공약은 치안 강화였습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탈옥, 테러, 방송국 무장난입 등이 발생하자 노보아 정부는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한 것이죠.
노보아 정부는 얼마 전인 2024년 4월 21일, 범죄에 대한 엄중한 대응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습니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에 부쳐진 11개 제안 가운데 보안조치와 관련된 9건은 모두 매우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가결된 안들은 아래와 같은 내용 들이었습니다. ① 마약 밀매 갱단 등 범죄조직 단속에 대한 군병력 지원 및 장병들의 거리 배치, ② 유죄판결을 받은 마약 밀매업자의 징역형 연장, ③ 교도소 인근지역에서의 총기 규제 강화, ④ 납치·테러 자금 조달 같은 범죄에 대한 가석방 금지, ⑤ 군·경의 압수무기 즉시 사용 허가, ⑥ 범죄 피의자를 외국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장애 규정을 완화(국민투표에 오른 11개 제안 가운데 노동자들이 시간 단위로 계약할 수 있게 한 노동시장 자유화 방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국제 중재를 허용하는 방안 등 시장친화적 경제개혁과 관련된 2건은 부결되었습니다).
위 국민투표가 노보아의 중간 지지를 확인하는 성격도 큰 만큼, 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관련한 에콰도르 국민들의 높은 지지는 세계 최연소 대통령인 노보아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 '범죄와의 전쟁'의 교과서가 된 엘살바도르
■ 엘살바도르의 치안현실
2015년 엘살바도르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 건수는 105.2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전쟁 및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나이브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 당선 이후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은 드라마틱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엘살바도르 살인 범죄 발생 건수는 154건으로 2022년의 495건보다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2.4건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2015년의 105.2건에 비하면 약 2.3%에 불과합니다. 인구 10만면당 살인범죄가 많이 감소하여 60건이었던 2017년을 기준으로 해도 살인율이 한국에 비하면 90배 정도였으니, 현지에서 느끼는 치안 불안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대규모 교도소 건설, 증거 없이도 갱단 체포 가능
그러나 부켈레의 ‘범죄와의 전쟁’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엘살바도르 국내·외 인권 단체는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문제 삼고 있는데요, 2022년 3월 이후 현재까지 약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국가 비상사태' 속에 경찰이 체포·수색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 심증만 가지고도 시민을 체포하거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한 인권단체의 보고서에서 따르면 부켈레 취임 이후 조직범죄 소탕 작전으로 체포된 뒤 수감됐다가 숨진 이들이 적어도 153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위 보고서에 따르면 그 수감자 중 29명은 폭행 등 가혹행위로 숨진 것이 확인되었고, 또 다른 46명도 가혹행위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들 75명의 몸에는 모두 고문과 구타, 목 졸림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 이외에 상처의 흔적은 보이지만 사인은 확정되지 않은 수감자들도 있었던바, 추가혹행위로 숨진 수감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위 단체의 인터뷰에 따르면 숨진 수감자 중에는 영양실조로 숨진 경우도 있고 전기 고문을 받은 수감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부켈레의 정책이 엘살바도르의 민주주의, 인권, 시민의 자유, 수감자의 가족의 일방적인 희생 위에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이와 같은 비판들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 나이브 부켈레의 압도적 재선 승리
부켈레 대통령은 1981년생(42세)으로 우리나라에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 대통령으로 더 유명하기도 합니다(그는 전 국민에게 비트코인을 보급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비트코인 지갑 개설시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했으며, 2021년에는 비트코인 시티라며 오로지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통화로 사용하고 화산 지열로 채굴하는 신도시 건설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5년 지방선거에서 엘살바도르의 수도인 산살바도르의 시장에 당선되어 1년 만에 범죄율을 16% 낮추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가 범죄율을 낮춘 방식은 거리 곳곳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주로 온건한 방식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당선 이후 위와 같은 입장을 바꾸어 강경책들을 펼치고 있는데요. 2022년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공권력을 대거 동원해 조폭을 소탕하는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 작전을 전개하였습니다. 이 작전이 시작된 뒤 엘살바도르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7만여 명이 교도소에 수감될 정도였습니다. 부켈레는 경찰이 조직폭력배로 의심하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할 수 있도록 했고, 체포된 피의자들을 수용할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도 신설했습니다. 군대까지 동원해 엘살바도르의 여러 갱단을 소탕하는 강경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 부켈레에 대한 비판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
이에 대해 갱단 조직원들을 고문하거나 사살하고 무고한 시민들을 구금하는 등 가혹한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도 쏟아졌지만,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던 악명 높은 살인율이 뚝 떨어지는 등의 가시적 변화로 이어지면서 부켈레는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엘살바도르 대통령직은 5년 단임인데요, 그의 엄청난 인기 때문에 그는 6개월간 스스로 대통령직을 휴직한 뒤 헌법재판소로부터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 도전이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내는 편법을 이용해 재선에 출마하였습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시위나 연설 등을 통해 부켈레의 재선 도전 발표를 강하게 비판하였고 야당 역시 그의 행위가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엄청난 인기 때문인지 부켈레는 큰 소요 없이 재선을 승리하였습니다. 부켈레는 얼마 전인 2024년 2월 진행된 대선에서 80%가 넘는 지지를 받아 승리했을 뿐 아니라 그의 당은 국회의석 60석 중 54석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부켈레를 반대하는 여론은 5% 이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엘살바도르의 국민들에게는 민주적인 절차의 문제나 비트코인 등과 관련한 실책보다, 저녁에 거리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가까운 문제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켈레의 집권 초인 2020년에 2000건 이상이던 살인 건수가 작년인 2023년에는 154건으로 줄어든 것만 보아도 그 변화를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6. 나가며
에콰도르나 엘살바도르식 치안 정책은 마약 밀매 조직 폭력으로 신음하는 주변국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에콰도르의 노보아도 엘살바도르의 부켈레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년 하반기 페루의 시장들은 대통령에게 치안 대책을 최우선으로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고 하는데요. 그들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에게 엘살바도르 '부켈레 계획' 일부를 모방하도록 압력을 가하였습니다. 이에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헌법상의 권리를 유보하고 군대가 경찰이 맡던 일을 수행하도록 허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남미에 불어닥친 '범죄와의 전쟁'이 민주주의가 빈약한 중남미 국가들을 독재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중남미 국가에서 빈곤·치안 등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한 남미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미에서 최소 13개국 국민 40% 이상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권위주의 정부 집권은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치안을 매개로 권위주의적인 우파 포퓰리즘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의 형사정책은, 형벌을 확대강화로 소모되는 사회적 자원을 줄이고 이를 공생을 위한 사회보장정책으로 돌려 시민의 민주적 참여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즉, 범죄와 형벌의 문제를 시민의 참여 확대를 통한 민주주의를 강화와 빈민과 약자 등 사회적으로 배재된 계층이 범죄와 형벌의 악순환 속에서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사회보장을 실현해야 하는 문제로 보았던 것이죠.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까요? 남미의 국민들의 요구는 포퓰리즘일까요, 아니면 삶의 안정을 요구하는 너무나 정당한 목소리일까요? 남미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사회에서도 치안과 관련한 논쟁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우리가 남미의 상황을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