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10일 에세이레터- 식빵 자르기

화면 너머 제 글을 읽어 주실 분들께 첫인사를 건네려니 어색하네요. 처음 만난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방법으로 본인을 소개하시나요? 저는 보통 요즘 듣는 노래와 좋아하는 가수들 이야기로 운을 떼는 것 같아요. 특히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구나,가 대강 어림짐작이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노래가 한 사람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면 오늘의 에세이에 대한 스포일러도 될 수 있겠죠? 오늘 제 글을 읽으실 때 ‘버스커버스커-첫사랑’ 이란 노래를 들으며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나는 어떡하죠 아직 서툰데
이 마음이 새어나가
커져버린 내 마음이 자꾸만 새어나가

첫사랑에 대한 노래지만 이 가사만 떼어보면 굳이 첫사랑으로 국한되지 않더라도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는 그 마음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처음이기에 아직 서툴고 울렁거리는 마음을 보여주는 느낌!

여러분에게 인상적인 ‘첫__’은 무엇이 있나요? 두근거리는 것들도 있지만 겪어본 적이 없어 더욱 힘들었던 기억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한테는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께 검사받지 않는, 나만 읽는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설렘이 있었고, 처음으로 야자를 하고 돌아온 날에 ‘허리가 너무 아프고 시간이 가질 않는데 이걸 앞으로 매일 3년이나 해야 한다고?’란 생각에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 놓고 야자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기가 무섭게 친구들이랑 매일같이 깔깔거리면서 하교한 기억이 훨씬 크긴 하지만요.

눈물 나게 힘들었던 첫 야자가 일주일 만에 그냥 친구들이랑 웃을 수 있는 하루하루가 된 기억이 저에겐 어떤 영향을 주었어요. 첫인상이 안 좋다고 해서 그게 꼭 끝까지 가진 않는다는 걸 경험한 게 사소하지만 단단한 응원이 되었거든요. 저는 눈물이 헤픈 편이라 그 이후의 수많은 첫 순간들에 (대학에 들어와서 가족들과 처음으로 떨어져 기숙사에서 첫 일주일을 보냈을 때, 빵집에서 첫 서비스직 알바를 하다가 식빵을 어설프게 잘라서 제 돈으로 식빵을 잔뜩 사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찔끔 울곤 했지만, ‘언젠가는 그저 그런 첫 해프닝으로 남아줄 거야’라고 되새기곤 했어요. 모든 기억들이 그렇게 봉합되진 않았지만 대체로 그렇게 남아 주어서 그 다음 첫 도전들, 첫 순간들에 더 담담해질 수 있었고요.

연말이나 새해가 왠지 두근거리는 이유는 ‘새로운 해’, ‘첫 시작’이라는 좋은 핑계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그릴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한동안 새해 인사를 건넬 때 ‘어차피 어제와 같은 해가 뜨고 똑같은 하루가 지나갈 텐데, 왜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다들 들뜨지?’ 싶어 심술이 났는데, 요즘엔 새해라는 핑계 덕에 괜스레 훈훈한 인사를 전해보고 새 다이어리에 올해의 첫 단추들을 써 내려갈 수 있다면 약간의 낭만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낭만에 기대어 좀 더 의연히 올해의 첫__들을 메꿔보려 해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첫__들은 무엇인가요? 혹은 아직 마무리 중인 첫__들도 있겠죠? 어느 쪽이든, 무엇이 남든 남지 않든 나중에 돌아볼 수 있는 자국들이 될 거예요. 예를 들면… 저는 이제 갓 구운 식빵을 덜 어설프게, 더 예쁘게 자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