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당신에게.
예전부터 저는 글쓰는 사람의 습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어요.
첫째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쓰는 사람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대로
꾸준히 채워가는 스타일입니다.
둘째는 이른바 '삘' 받을 때 쓰는 사람들.
평소에 생각은 많지만 묵혀만 두다가
어느날 갑자기 주루룩 쓰는 스타일이지요.
첫 번째 유형의 유명 작가는 많습니다.
헤밍웨이나 하루키의 일화는 유명하지요.
두 번째 유형은... 음... 임효진 씨? (죄송)
그나마 요즘은 한쪽편지 덕분에
하루 한 쪽은 쓰네요.
읽어주시는 당신, 고맙습니다.
충동적으로 띄엄띄엄 쓰는 것보다는
날마다 꾸준히 쓰는 게 아무래도 좋습니다.
조깅을 하듯이 매일 한 시간씩 정해놓고
글쓰기에 집중하는 것이죠.

물론 날마다 좋은 글이 나올 리 없지요.
어떤 날은 왠지 술술 잘 써지고
아이디어도 마구 떠오르지만,
어떤 날은 도저히 안 써질 겁니다.
다 알죠. 저도 매번 그러니까요..
하지만 그런 날에도 일단
분량을 채워 두는 습관은 중요합니다.
글이란 게 참 이상해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쓰는 것보다
이미 있는 글을 고치는 게 훨씬 쉽거든요.
아무리 거지발싸개같은 글이라도
일단 써놓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쳐서
예쁜 꽃신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가 많으면 편집이 쉽답니다.
몸매 만들기와 비슷하달까요.
근육을 만들려면 살부터 찌워야 한다잖아요.
(그래서 저도 일단 살부터.. 응?;;)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제가 게으른 작가라는 것, 잘 아시지요?
물론 로망이야 늘 품고 있습니다.
하루키처럼 아침마다 조깅 한 바퀴 돌고,
향기로운 커피를 내린 후 책상에 앉아
집중해서 한 시간 빡! 써야지
... 라는 생각은 늘 하지요.
그렇지만 마치 자기 전에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되뇌는 느낌이랄까요.
항상 이틀 정도 실천하다가 실패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직 유명작가가 못 됐나 봅니다.
그래도 어쨌든 써보는 중입니다.
성공하든 못 하든, 노력은 해보는 거죠.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나마 한쪽편지가 있어서 요즘은
조금씩 습관이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읽어준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힘이 나더라고요.
잘 써야 된다는 생각,
꾸준히 써야 된다는 생각,
모두 내려놓고 그냥 생각없이 씁니다.
그러다보면 뭐라도 되겠지요.
당신도 함께 해보실래요?
제가 당신의 독자가 되어드릴 테니까요.
당신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드릴
임효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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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쩡이
재료가 많으면 편집이 쉽다! 요리랑 비슷하네요~뭐해먹지 고민될때 그래도 재료가 많으면 뭐라도 나온다ㅋㅋㅋ확 와닿습니다♡
한쪽편지
그러네요! 요리도 재료가 많으면 뭐라도 나오는데, 이런 공통점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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