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천대표의 투자테러입니다.
어떤 불운을 짊어지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요?
사람들이 인지적으로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 바로 '운'의 영역입니다. 훈련되어 있는 통계학자나 계리사, 트레이더들마저도 어느날 무심코 '왜 이렇게 운이 안 따르지' 라며 탄식할 때가 많거든요. 마찬가지로 보험과 투자상품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구요. 그러니 일반인들은 모든 것을 과도하게 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혹자는 이를 인간의 본능이라 생각키도 합니다. 그러나 좋은 투자자가 되려면 반드시 이를 정복해야 합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세상엔 온갖 종류의 운이 찾아옵니다. 뜻하지 않은 때에, 뜻하지 않은 규모로 들이닥치죠.
하지만 반대로 세상엔 온갖 종류의 불운도 찾아옵니다. 뜻하지 않은 때에, 뜻하지 않은 규모로 말이죠.
행운도 불운도 근본적으로 무작위합니다. 그러니 운이 따르거나 따르지 않는다는 말조차 사실은 성립하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통제하기 어려운 '운'을 마치 어떤 질서가 실재하는 것처럼 이름 지어 부르는 것이니까 말이죠.
운을 모두 통제하기는 어려우나, 어떤 운과 불운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지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합니다. 예컨대 좌측에서는 화살이 무작위로 날아오고 우측에서는 비가 비가 무작위로 몰아친다면, 우리는 어느쪽을 바라보고 서는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화살을 맞는 것은 무작위의 일이나,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방패를 들고 서있다면 그 무작위에 당할 일이 없어집니다. 등이 비로 젖기는 하겠지요.
즉 운도 따지고 보면 방향과 종류가 있고,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분류가 가능하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우리 각자에게는 수십개의 운의 '수문'이 있는 셈입니다. 어떤 수문을 열어놔야 운이 원천적으로 열려있는지, 혹은 닫혀있는지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주어진 대로 문을 내버려두곤 합니다. 관념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까 말이죠. 그러니 아무 운과 불운이 자기 멋대로 들고 나기가 쉽습니다. 특히나, 투자의 영역에서 아주 흔한 일입니다. 투자에서의 실력이란 이러한 수문들을 잘 통제하여 운이 불운보다 많도록 구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운에 대한 일종의 인수분해를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수익률(운)은 어떤 위험(불운)에 대한 댓가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백가지 수익률의 운이 있고, 마찬가지로 백가지의 불운의 위험이 있다고 해볼게요. 그렇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는 불운의 한도만큼, 운의 포트폴리오를 짤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20가지 불운을 허용해야만, 20가지에 해당하는 운이 열리는 셈입니다. 80가지 불운을 허용하면, 80가지에 해당하는 운의 문이 열립니다. 아무런 불운도 바라지 않는다면 기대수익률은 0에 수렴하겠죠. 그러나 그것은 다시 새로운 종류의 불운을 부를 것입니다. 그러니 복잡해요. 그리고 그 불운은 재질이 다양하여, 사람마다 체감하는 불운이 다릅니다. 결혼을 포기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운이 있고, 안정적 노후를 포기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운이 있겠죠.
대형 기관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일이나,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일이나 사실 관점은 같습니다. "어떤 불운을 막고자 하느냐"라는 관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말이죠. 우리 인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일까요. 또 가장 고통 받을 일은 무엇일까요? 그런 부분들을 분류하고 해석한 후, 상호 저울질하여 막는 것이 똑똑한 포트폴리오입니다. 나에게 이해득실을 저울질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재주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자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해보면 좋겠습니다.
목표의 선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내가 절대로 피해서는 안될 운은 무엇일까?
(2) 내가 반드시 피하고 싶은 불운은 무엇일까?
예컨대 아이를 둘 낳아 키우고 싶은 총각이 있다고 해볼게요. 아이가 언제 어떻게 생겨서 얼마나 건강할지 또 이쁠지, 성별은 무엇일지는 모두 통제가 어려운 사건들이지요. 하지만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상황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병도 있겠지만, 재무적 실패라거나 각종 범죄 연루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길들을 피해갈 수 있을지 생각해놔야 꿈을 이룰 수 있겠지요.
반드시 피하고 싶은 불운의 대표적인 예는 질병에 대한 보험입니다. 암이 걸린다면 그로 인해 가계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죠. 한국인 3명 중 한명이 암에 걸린다고 하는데, 이 확률에 대한 개인적인 감수성, 그리고 암에 걸렸을 경우의 치료비를 준비해 놨는지에 따라 상황은 다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돈을 들여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죠. 그로 인해 최소한 암으로 인한 재정적 위기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삶에 닥칠 수 있는 불운은 암만이 아닙니다. 각종 교통사고와 질병에 모두에 대한 재정적 위기를 막기는 매우 힘듭니다. 평생 보험비만 내다가 보험에 없는 유형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무시 못합니다. 모든 위험을 다 막고자 한다면 현금을 장만해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암으로 인한 재정 위기에 유독 더 예민할 때 암보험을 장만하게 되겠지만, 대체로 확률대비 과도한 보험일 것입니다. (아니라면 보험사가 재정 위기를 겪게 되겠죠)
보험은 본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합리보다는 개인의 사정과 감정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예컨대 저는 이렇게 해석하곤 합니다. 보험이 없는데 덜컥 암에 걸리는 경우에 시달려야 하는 '자괴감과 비난에 대한 공포'가 하나이구요, 두번째는 갑작스럽게 암이 걸렸을 때 그 재정적 손실의 폭이 워낙 크다는 '거대한 위험에 대한 공포'입니다. 두가지로 인해 우리는 보험이라는 흔히 '손해보는 상품'도 마다않고 가입합니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평생 암치료비와 그 기회비용, 이자보다 훨씬 많은 보험비를 낼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나 내가 평균이 아닐지 모르는 그 불운에 대비하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실제 고통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니 감정적이라 해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원래 우리는 비합리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소중한 것이 따로 있기 때문이죠.
보험 영업이나 도를 영업하는 것으로 보일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시 투자의 영역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정하셔야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 '어떤 상황을 피하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가?'입니다.
대부분의 투자는 '일확천금'이나 '노후 안정성' 두가지로 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일확천금의 심리란, 어쩌면 평이하게 혹은 가난하게 살아가야 하는 위험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정녕 싫다면 몇가지 수문을 열어놔야만 하겠죠. 그러나 필시 다른 불운의 위험을 선택해야 합니다. 당장 단기적인 고위험 투자를 진행하면 분명 1~2년 안에 더 가난해져서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위험이 있습니다. 무기력해질 위험도 생기죠. 그럼에도 지금 당장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면, 기타 불운들을 받아들이는 셈이 됩니다. 이미 가난하다는 것은 더 위험해지기에 좋은 이유가 아닙니다. 더 가난해지고 나면 후회의 폭이 얼마나 클지가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편 노후 안정성을 위한 것이라면 투자에서 막아야 하는 여러 위험이 있습니다.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장기간 손실 나 있을 위험'인데요, 이런 불운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참고로 매우 높습니다. 많은 보상이 되는 것이죠.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장기간 손실 나 있을 위험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선택지가 아닐 것입니다. 오로지 그 위험의 문을 열어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높은 보상입니다. 예컨대 최근엔 주춤하지만 VC (벤처캐피탈), PE(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부동산 사모펀드 등은 전형적으로 7~10년의 장기간 원금을 뺄 수 없고, 고로 장기 손실이 나도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평균 수익률이 상당히 높아 흔히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기에 좋다고 합니다. 여유 자금이란 원래 감정적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VC, PE, 부동산은 또 다른 위험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하지 못할 위험, 펀드 운용역이 실수할 위험 등이 불운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인에게 유리하진 않습니다.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상품이고, 이런 특성은 우리가 선택하고 싶은 불운은 아니에요.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막고 싶은 불운입니다.
그렇다면 장기투자에 적합한 위험의 종류를 구현해야 합니다. 흔히 가치투자라고 불리는 부분도 좋습니다. 가치투자는 오로지 장기에 걸쳐서 저렴한 주식이 정상 가격으로 강력하게 회귀하는 습성을 활용하는 투자 방법입니다. 우량주 투자나 성장주 투자, 단순 장기투자와는 그 위험의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가치투자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독특한 불운들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 중 하나는 저렴한 주식에 투자했는데 오랫동안 제 값을 못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회사가 망해가면서 주식이 더 하락하는 것입니다. 주가만 하락하고 실제로 비싼 주식이 되는 것이야 말로 가치투자 최대의 불운이겠죠. 그리고 그 불운 속에는, 우리가 특정 회사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 불운을 받아들이기로 작정을 해야만 가치투자의 높은 평균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일확천금이나 노후 안정 그 극단 사이에서도 투자의 이유는 여러가지 존재합니다. 3~50대에 부유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거나, 빠른 퇴직을 위해서일 수도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올려야 하고,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불운의 위험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만이 감내할 수 있는 불운의 위험이란 것이 따로 있을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살펴보시죠. 개인마다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이 다른데, 대부분의 투자상품은 그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봤습니다. 오히려 투자상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불필요한 불만을 가질까봐 두루뭉실하게 상품을 제작합니다. 투자상품은 대체로 여러가지 위험을 다 가지고 있고, 그 어느것 하나 뾰족하게 가다듬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뾰족한 수익률을 기대하기도 힘든 것이 문제입니다. 투자상품과 여러분이 감내할 수 있는 불운의 위험성 간에는 큰 간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간격이 사실은 잃어버린 기회들입니다. 또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독특한 불운의 방향성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 경향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한다면, 아마 여러분은 2배 이상 오래 투자하며, 2배 이상 마음이 평온하며, 2배 이상 중도포기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3~4배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수익률은 자연스럽게 월등히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불운은 무엇일까. 눈 한번 찡긋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남들과 다른 지점들은 무엇일까? 이런 점들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런 이후에, 투자의 전략들을 조금씩 가다듬어봐도 늦지 않습니다. 생각지 못한 불운에 땅을 치며 후회할 위험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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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sJang
항상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요즘 같이 불확실한 시기에 큰 힘이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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