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를 말할 때, 우리는 종종 ‘100세 시대’라는 희망과 ‘돌봄 절벽’이라는 현실을 동시에 떠올립니다. 이 안에서, 지난 50여 년간 일본 사회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파고들며거대한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 잡은 기업이 있습니다. 일본의 병원 접수 창구부터 가정의 안방까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기업, 이번에 살펴볼 기업은‘니치이학관(ニチイ学館, Nichii Gakkan)’입니다.
이름에 담긴 ‘학관(学館, 배움의 집)’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단순한 서비스 기업이 아닙니다. 니치이학관은‘교육’에서 시작해 ‘인력’을 양성하고, 그 인력으로 ‘돌봄(개호)’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시 그 서비스의 노하우로 ‘교육’을 고도화하는 거대한 순환형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롱라이프랩에서는 ‘돌봄’이라는 노동을 ‘산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니치이학관의 역사와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이들이 초고령사회에 던지는 인사이트를 심층 분석합니다.
1. 기업 개요: ‘배움의 집’에서 ‘돌봄의 제국’으로

니치이학관의 시작은 ‘돌봄(개호)’이 아닌 ‘의료’였습니다. 니치이학관의 시작은 1961년 일본의 '국민개보험제도(国民皆保険制度)' 실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험증만 있으면 일본 전국 어디서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이 개혁은, 동시에 의료기관에 예상치 못한 부담을 안겼습니다.진료보수 청구서 작성 등 복잡한 사무 업무가 폭증하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본연의 의료 행위 대신 서류 작업에 매달려야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창업자 데라다 아키히코(寺田明彦)는 1968년 의료기관의진료보수 청구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데라다의 혜안은 단순히 사무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복잡한 의료사무의 전문 기술을 가진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교육 사업을 동시에 시작했고, 이것이 니치이학관 고유의 '교육에서 취업까지(教育から就業まで)'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1971년, 니치이학관은 일본 최초로 통학식 의료 사무 교육강좌를 개설하여 인재 양성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1973년 법인을 설립할 당시 사명은 ‘보육종합학원’이었으나, 1975년에 지금의 니치이학관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회사명 ‘니치이(ニチイ)’는 “일본의 의료를 배우는 집(日本の医療を学ぶ館)”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현장에서 끊임없이 배우는 조직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니치이학관은 창업 초기부터“현장으로부터 배우며, 조직 전체가 평생 학습한다”는 자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 아래 니치이학관은“사업을 통해 풍요로운 인간생활 향상에 공헌한다”는 사시(社是)를 내걸고 의료·개호·교육 등 사람 삶과 밀접한 분야에 집중해 왔습니다
니치이학관의 성장사는 일본 개호제도의 성장과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2000년 개호보험 도입 시기에 전국 770개 거점을 마련한 결정은 “돌봄을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니치이학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후로도 가정방문 요양에서 시설 입소, 가사·생활지원, 보육까지 사업을 다각화하며 “사회적 인프라 기업”으로 발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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