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향했던 일빴다는 3호점이었다.
02. 널 그리워 하는 시간
퇴원한 후 이헌은 이제 다시는 주연을 만날 수 없음에 슬퍼했다. 병동에서는 휴대폰 번호를 공유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와 연락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치만 이헌은 주연이 얘기해준 특정단어를 기억했다. 일빠따 7시 그렇게 얘기해서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발음 그대로 일빠따를 인터넷에 쳐서 어느곳인지 찾았다. 어디인지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빠따는 일빴따라는 이름의 고깃집이었고, 그 고깃집은 굉장히 많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빴따 7시
그러면 무엇보다 행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움직이자. 대략 근방에는 10군대가 있었다. 그곳에 모두 7시에 가보는 것. 그것이 이헌이 처음으로 계획한 것이었다. 심부름꾼에게 돈을 주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이헌은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일. 이정도는 자신이 해내고 싶었다.
첫 번째지점 다 고깃집에 들어가서 7시가 되기까지 이헌은 심장이 떨려 미치는 줄만 알았다. 그치만 예상했던 바 주연은 나타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바였다. 주연이 이곳에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거. 그럼 그렇지. 자신이 잘하는 일이 이토록 없다는 거. 그건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하늘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본인의 힘으로 해내고 싶었다.
그랬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1호점에서 그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은 2호점을 가보면 되지 뭐... 그러다가 서로가 맞는 날에 마주치겠지 뭐... 그런식으로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
다음날 2호점에 갔을 땐 마주하겠지 생각했지만... 그날도 주연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헌은 어쩔 수 없이 자살을 선택했다.
***
자살 이슈가 있는 이헌을 집에서 가만 둘 순 없었다. 특히 홍회장이 이헌을 가만 놔둘리 없었다. 다시 정신병동에 강제로 쳐넣으려고 했지만, 이번엔 병원장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헌이 또다시 자살을 하려고 하지 않고 살려는 의지가 보인다는 뜻에 입원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헌은 주연이 보고싶었기 때문에 입원을 허용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장의 뜻은 굽혀지지 않았다. 병원장은 어릴때부터 주연을 봐왔었고, 그렇게 쉽게 자신의 생을 마감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 병동에 입원하는 순간 다른 환우들과 어울려 지내야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의 이헌의 모습도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헌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권력으로 박주연의 전화번호라든지 집주소라든지 어떤 것이든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 홍회장이 있다면 말은 달라졌다. 병원 환우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습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박주연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무시하도록 세뇌시켰다.
병원환우와 밖에서 만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너를 망치는 일이다. 그러니, 병원사람들은 모두 잊고 새출발을 해라 도와주겠다.
그런식으로 새출발에 대한 희망을 얹어주면서, 박주연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려라 하고 경고 하고 있는 꼴이었다.
그렇게 주연에 대해서 잊어가고, 홍회장이 보라고 나간 선자리에서...
박주연을 다시 만났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박주연은 그날 박주연이 아니었다. 이현욱이라는 이름의 제벌집 남자였다. 어떻게 된거냐고 이헌이 물어도 그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었다.
하지만 보기좋게 이현욱이 아니란 걸 걸린 건, 그가 화장실을 간 사이 놓고 휴대폰에서 발각되었다. 누군가, 박주연이란 이름으로 급히 그를 찾고 있었고, 그건 응급환자 이송에 관한 내용인 것 같았다.
이헌은 그의 휴대폰을 보기좋게 들고 화장실을 갔다온 그의 앞에 서 보기좋게 흔들었다.
“선생님?”
주연은 더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 왜, 이현욱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보고 있는지 말하지 않으면 이헌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홍이헌씨 미안합니다. 오늘 일은...”
“선생님 저랑 삼겹살 좀 먹어주셔야겠어요.”
“네?”
“일빴따 7시, 기억 못하신거 아니죠?”
“아, 네.”
“당장 가요. 뭐라 변명하시는 지도 듣고 싶네요.”
그렇게 이헌과 주연은 일빴따 삼겹실 집으로 향했다. 그들이 향했던 일빴따는 3호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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