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리뷰] 울어봐, 빌어도 좋고

우연히 만난 내 인생 첫 후회물

2023.12.23 | 조회 5.1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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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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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입문자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어쩌다가

이 작품을 보게 된걸까? 저는 웹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지만 가끔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거나 웹툰을 재밌게 보다가 뒷 이야기가 궁금할 때 읽고는 합니다. 이번 연휴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지인에게 '신비'라는 웹툰을 추천받게 되었습니다. 작화가 너무 아름다워 이 작가님의 최근 작품을 살펴보다 '울어봐, 빌어도 좋고' 라는 웹툰을 연재 중이시더군요. 첫 몇화를 넘겨 보니 말랑말랑한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읽기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누가 날 말려줬다면 좋았을 것을...)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저는 그만 완결이 난 웹소설을 찾아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전반부는 주인공의 풋풋한 첫 사랑이 진행되며 재밌게 흘러갔습니다. 어랏? 그런데 남자 주인공이란 사람이 어째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은 독백이 계속 되더니 스토리가 점점 수렁에 빠지더군요.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당혹스럽고 찝찝하여 작품에 대해 살짝 조사를 해보니 이 작품이 후회+피폐+집착물이라는 하드코어한 장르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필력이 상당히 수려한 나머지 결국 멈추지 못하고 끝까지 달리게 되었답니다?

모든 욕망이 비틀려버린 남자 주인공

그 유명한 '나이스한 개새끼'를 기준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은 1%가 나이스, 99%가 개새끼라고 해야할까요? 이렇게 저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한 남자 주인공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엉엉) 우선 모든 조건이 우리가 알고 있는 완벽한 공작님에 들어맞습니다. 잘생기고, 완벽한 가문의 후계자, 냉정한 귀족! 하지만 아무리 외롭게 자랐다해도 학대를 받고 자란 것도 아닌데 정신 상태가 이렇게까지 뒤틀려있는 게 조금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욕심이 나고, 나만 소유하고 싶고, 이기적으로 굴게 되는 모습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의 감정 상태와 행동은 극단에 가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줍니다. (여자 주인공은 계속해서 당할 수밖에 없고 울다 지쳐 쓰러지는게 일상 다반사?) 소설은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까지 계속 몰아 붙이는데, 읽는 내내 정서적으로 고문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요. 인간으로서 한번은 느껴본 적이 있을 수도 있는 감정들이기도 해서 더 괴롭게 느껴졌습니다

불편한 여성 상징물들

소설 속에서 작은 노란 새는 여주인공을 상징하고, 이 새를 길들여나가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계속해서 나오며 두 사람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게 됩니다. '여성 = 새', '여성의 삶 = 새장 속에 갇힌 삶'은 흔한 문학적 클리셰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도 잘 어울리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너무 잔인할 정도로 자세하게, 강박적으로 묘사된다고 해야할까요? 작은 새의 날개를 잘라 길들인다던가, 작은 새를 손으로 꽉 움켜쥐는 장면들, 직접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묘사를 볼 때보다도 더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엔딩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잘라내버린 날개를 붙여주고(?) 새장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늘이 되어 여주인공이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큰 주제 의식(?)을 보여주고자 하나 독자가 보기엔 남자 주인공의 원래 계획대로 완전하게 길들여져버린 관계일 뿐 성장한 관계라고 생각하기에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성장 서사로 변주 하기엔 너무나 가학적인 서사가 기형적으로 컸기 때문이려나요.

롤리타 + 스톡홀름 증후군

작품의 재미는 차치하고서라도 너무 적나라하게 롤리타와 스톡홀름 증후군을 작품 전반에 깔아둔 것이 힘든 부분이었는데요. 남성향과 여성향을 모두 담고 싶어서 그랬던 걸까요...? 현대인의 기준에 거의 범죄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깊이로 들어가는 심리 묘사와 행동들이 서브 캐릭터가 아닌 메인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지니 너무나 위험하다고 느껴졌습니다. 13살짜리 여자 아이 시절부터 갓 성인이 된 나이까지 지켜봐 온 성인 남성의 시선, 작은 체구의 여성과 큰 체격의 남성의 대비되는 묘사,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아왔음에도 뒤늦게 깨달아버린 사랑으로 탈바꿈해버리는 결말까지. 그 와중에 정신 똑바로 박힌 멀쩡한 서브 남자 캐릭터들은 약해 보이게 그리거나 죽음으로 끝나는 건지?!? 이 비정상적인 감정의 파동을 따라가다보면 다시는 타고 싶지 않은 지독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온 느낌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재밌기만 하면 된걸까?

결과적으로 두 주인공은 정상인의 범주로 돌아와 평범한 사랑을 하게 되고 (성장서사), 모든 인물들이 나름의 결말을 맺게 됩니다. 수려한 문장과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 나름 입체적인 인물들까지 뭐랄까 작품의 겉만 보면 좋은 작품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지만? 독자에게 남겨지는 건 인간성의 회복이나, 희망이라기 보다는 너덜너덜하게 남은 정신적 상흔이 너무 큰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 세계 속에서 잘못을 한 사람은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못된 짓은 다 해버린 남자 주인공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버렸고, 결과적으로 남자 주인공의 욕망대로 모든게 다 이루어져버리니 이걸 잘됐다고 해야할 지, 소름끼친다고 해야할 지 혼란스럽네요. 일반 대중 컨텐츠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라 웹소설에서 독자들의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니즈를 채워주기 위함이라고 한다면야 뭐 할 말은 없지만, 제발 청소년들은 못 보게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소신발언) 힐링하러 들어갔다가 피폐해져서 도망나온 웹소설 입문자의 솔직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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