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완결이 난 순정만화 <신비>를 뒤늦게 재미나게 읽고 후기를 나누기위해 돌아왔습니다! 사실 웹툰을 매주 챙겨보는 열성팬이 아닌지라- 왠만하면 완결이 난 작품 중에 스토리가 맘에 드는 작품들 위주로 시간 날때 몰아서 읽는 스타일인데요. 오랜만에 지인에게 추천받아 <신비>라는 작품을 가볍게 읽게 되었답니다. 처음엔 작화가 너무 독보적이고 아름다워 끌렸는데요, 다 읽고 나니 참 다양한 매력이 많은 작품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만 몇가지 공유해볼까 합니다.
미친 퀄리티의 작화
이렇게 분위기도 있고, 디테일도 살아있는 고퀄리티의 작화는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인물들의 디테일들이 (의상, 소품, 표정, 자세 등) 에피소드에 맞게 더 생동감있게 발전되어가며 그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흡사 웹소설 표지 그림 같이 인물들이 너무 정적으로 (화보 사진처럼) 그려지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인물들에게 서사와 감정이 채워지면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매 감정씬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구도로 그 순간을 딱 포착하는게 좋을 지 작가님께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서 독자로서 참 감동적이었달까요. 덕분에 몇번이나 심장에 무리가 왔는지 (훗)
신비한 생명체, 신비
신비에 대해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요. 캐릭터 디자인이 참 똑똑하게 잘 되어있다고 느낀게 뻔할 수 있는 '인어공주' 같은 인물을 상당히 새롭게 느껴지도록 디테일한 설정을 잘 해두었습니다. 단순히 좀 더 아름답고, 새로운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스토리에 잘 스며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 느낌이에요. 웹툰이다보니 비주얼적으로 전달하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또한 깊게 고민하고 디자인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캐릭터 설정과 비주얼의 합이 참 좋습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아지면 이마에서 폭죽놀이가 터진다던가 (스토리적으로는 신비의 감정상태를 바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이자, 특별한 존재로서의 능력, 다른 인간으로부터 들키지 말아야 할 모습이기 때문에 이야기 장치로서 기능하고, 비주얼적으로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감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고래의 그것과 겹쳐지면서 바다에서 온 생명체라는 것도 은은하게 잘 전달해주는 일석 삼조의 똑똑한 설정이 아니겠습니까) 신비가 의사소통을 위한 시그널을 보내고, 남자 주인공이 신비에게 물린 상처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설정 또한 시각적으로 신비의 감정의 결을 부드럽게 보여주면서 실에 닿는 듯한 느낌으로 간질간질 촉각까지 자극하기도 합니다. 빨간색 실이 오갈 때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운명의 붉은 실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이 시그널을 위협이 되는 인물이 느끼게 됐을 때는 반대급부로 전해지는 공포감도 상당했습니다. (아, 작가님은 정말 천재!!)
유리구슬 같은 예쁜 마음
신비는 인간이 아니기에 인성이 완벽(?)해도 어색함이 없었습니다. 작품 내내 예쁜 말만 하고, 예쁜 생각만 하는데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십니까... 제가 왠만하면 잘생긴 남자 주인공 이야기를 하느라 여자 주인공은 거의 다루지를 못하는데, 이 작품은 정말 신비로 시작해 신비로 끝나네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마음만 모으고 모아서 선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다 죽었던 연애 세포가 하나 둘씩 깨어나더니 급기야 제 인생의 지극히 인간적이었던 연애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만 머릿속에 스쳐지나가게 만들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연애만을 보여 줍니다. 남자, 여자 주인공들의 쓸데없는 오해와 분란이 존재할 수 없는 유리알 같은 사랑 이야기라 이 말입니다. (왜냐? 신비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거든요. 오해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고구마 전개가 싫은 분들에겐 이건 하늘에서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작품이 아닐까요.
익숙한 맛이 최고!
사실 스토리 자체는 그닥 새로울 건 없습니다. 인어공주로 전해져 내려오는 무수한 변주 플롯들을 이미 대중문화에서 많이 접해 왔기 때문이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기타 등등 인간이 아닌 특별한 존재와의 사랑은 늘 대중이 사랑해 온 소재입니다. 인간과 섞여 살아가야하는 고충을 다루는 것도 재밌고, 가장 나 답게 살기 위해선 자기의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근원적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데다 이 순수한 존재들을 향한 인간들의 이기적인 폭력이 행사하는 위기까지.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탄탄한 플롯을 가진 소재입니다. <신비>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해당 장르의 플롯을 모범생처럼 성실하게 따라갑니다. 거기에 매 장면 공들인 연출이 더해지니 이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뻔한 악역 조연은 더이상 없다
<신비>의 큰 장점 중에 하나로 저는 뻔한 (발암) 악역이 없다는 점인데요. 드라마에 보면 항상 예쁘고 순수한 여주인공을 질투하고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해서 견제하는 서브 캐릭터가 나오는데요. 여자의 적은 여자다!란 알 수 없는 구호를 외치게 만드는 그런 구도는 <신비>에선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구도가 나올 줄 알았지? 하면서 깔끔하게 빗겨가는데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이더라구요. 아, 여주인공을 둘러싼 두 남자의 삼각관계도 기대 하셨나요?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흔한 관계성은 아니었습니다. 천생 연분 두 주인공과 착한 키다리 아저씨의 관계라고나 할까요. 조연들의 관계들이 모두 무해하고 따뜻합니다. 쓸데없는 이야기에 힘빼지 않고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두 주인공이 고민하는 모습에 집중해서 좋았고, 그래서 더 두 사람의 관계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읽는 내내 정말 눈도 영혼도 정화되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흠이 없었냐구요? 음. 외전이 너무 짧았다는거...? ㅠㅠㅠ 육아일기 버전 그려주세요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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