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쿠키의 종말 그리고, 열린 인터넷의 적들

구글와 페이스북 간 밀약의 시작

2021.03.01 | 조회 1.47K | 0 |

메일 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크롬이 2022년까지 서드 파티 쿠키(third party cookie) 지원을 중단합니다. 이미 사파리와 파이어폭스는 서드 파티 쿠키의 기본 차단이 적용되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개인 정보 보호의 이유에서인데요. 아마 IT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이 얘기를 이미 지겹게 들으셨겠죠. 하지만 과연 서드 파티 쿠키가 사라진, 쿠키리스 웹(Cookieless web)은 어떤 세상일까요. 디지털 공간에서의 마케팅과 광고 시장은 어떻게 바뀔지, 퍼블리셔 사이드인 플랫폼과 프로덕트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광고 생태계가 낙후한 한국에서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메일 혀에서는 '쿠키의 종말 그리고' 시리즈를 통해 몇 차례에 걸쳐 서드 파티 쿠키의 종언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쿠키의 종말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 구글이 페이스북과의 담합 의혹으로 미국 10개 주에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페이스북은 왜 경쟁자인 줄로만 알았던 구글과 미심쩍은 동맹을 몰래 맺어온 걸까요.

문제는 광고입니다.

지난 한 해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840억 달러, 구글은 1469억 달러에 달합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의 상당수가 광고에서 나옵니다. 원화로 250조 원이 넘는 돈으로, 이미 잘 알려진 얘기죠.

출처 / eMarketer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60% 가량을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광고 시장의 3인자 자리에 오르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죠.) 구글과 페이스북이 광고 시장에서의 경쟁 관계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광고 시장의 듀오폴리'라고 불리는 복점(複占)에서의 공생 관계이기도 한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수 년간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급류 속에서 광고와 마케팅 생태계가 재편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해 수많은 애드테크(광고+기술)와 마테크(마케팅+기술)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숙명이 되어버린 서드 파티 쿠키의 죽음 역시 급변하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 쿠키의 종언이 어떻게 구글과 페이스북의 담합을 불러온 것일까요.

👀 여러분의 시선을 실시간 경매 중입니다

네, 먼저 디지털 광고 생태계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광고는 기본적으로 여러분의 시선을 경매하는 구조입니다. 웹사이트나 앱은 광고 인벤토리(지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벤토리에 광고를 실어 수익을 올리는 웹사이트나 앱을 퍼블리셔라고 합니다. 광고주는 이 지면을 공략해 광고를 올립니다. 이런 간단한 구조에서는 광고주가 퍼블리셔에게 광고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습니다.

신문에 비유하면 쉽습니다. 광고주가 신문사에 광고 비용을 내고 지면에 광고를 실고, 신문을 구독하는 여러분들의 시선을 구매하는 겁니다. 디지털 광고 역시 처음에는 신문과 같았습니다. 특정 사이트의 영업팀에 "이 자리에 광고를 실고 싶다"고 비용을 지불하면 사이트가 그 광고를 구좌 단위로 실어주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90년대 말 닷컴 버블 이후 광고를 실을 지면도, 광고를 실고 싶어하는 광고주도, 광고를 보는 사람들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습니다. 광고 지면이 직거래로만 이뤄지기가 힘들어졌고, 광고 지면의 실시간 경매(RTB・realtime bidding)가 등장하게 된 겁니다. 거기다가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시장의 종류와 도소매 중개업자들이 증가하듯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도 DSP, SSP, 애드 네트워크, 애드 익스체인지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생겨납니다.

신문 광고 거래와 같은 원시적 형태에서 시작한 디지털 광고 생태계는 RTB를 기반으로 무한히 확장했습니다. 이때 RTB를 아울러 광고 거래를 자동화하는 기술 또는 생태계를 프로그래매틱이라고 말합니다.

출처 / marketingcharts.com

10년 전만 해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프로그래매틱의 비중은 10%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장의 70% 정도가 프로그래매틱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서드 파티 쿠키의 활약

서드 파티 쿠키의 공헌이 큽니다.

여러분들이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이트는 여러분의 기기에다가 쿠키 조각과 같은 작은 파일을 흘려둡니다. 그리고 이 파일, 즉 쿠키에다가 여러분들이 그 사이트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저장해두죠. 그런데 사이트의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쿠키를 당신의 기기에 심어두기도 하는데, 이를 서드 파티 쿠키라고 합니다.

↘ 쿠키와 서드 파티 쿠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디지털 광고에서 서드 파티 쿠키의 역할은 매우 유용합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쿠*팡에 접속해 휴대폰을 검색하다 사이트를 떠났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쿠*팡에서 광고 서버에서 발행한 서드 파티 쿠키를 심었습니다. 이제 막 쿠*팡을 떠나 인터넷 기사들을 읽고 있는데, 앗, 쿠*팡 휴대폰 광고가 자꾸 뜹니다. 광고 서버가 여러분들이 쿠*팡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서드 파티 쿠키를 통해 기억해 그 광고를 띄워주는 겁니다.

이제 쿠*팡의 마케터가 되어볼까요.

프로그래매틱 이전 세상에서 휴대폰 광고를 하려면 그저 트래픽이 많은 사이트나 휴대폰 잠재 고객이 많을 법한 사이트 영업팀에 연락해 광고 지면으로 대량으로 사는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RTB를 포함한 프로그래매틱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일일이 여러 사이트에 연락할 필요 없이 (반)자동으로 광고 경매에 입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대략 어떤 퍼블리셔 또는 어떤 접속자가 휴대폰 구매와 관련이 높을지 추측할 수 있게 되었죠.

서드 파티 쿠키는 핸젤과 그레텔이 뿌린 쿠키 조각과도 같습니다. 출처 / Heinrich Merte

서드 파티 쿠키는 더더욱 신세계입니다. 단순한 추측을 넘어서서 우리 사이트에서 휴대폰을 사려다 떠나버린 고객을 특정해 광고할 수 있게 된 겁니다.

🍪 하지만 이제 안녕, 부스러기들

서드 파티 쿠키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내 제품을 구매할 만한 잠재 고객에세 광고를 보여줄 수 있으니 지불 용의가 올라갑니다. 더 많은 광고 비용을 낼 의사가 있는 겁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도 더 적은 지면을 주고도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립니다. 이 과정을 간편하게 제공하는 중개자들도 중개 수수료를 적지 않게 매길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이 예언한 개인화 광고의 미래.

모두가 윈-윈할 줄 알았던 세상에서도 화가 난 참여자가 있었으니, 시선을 강제 경매당한 여러분들입니다. 잠깜 접속했던 쇼핑몰 광고가 접속 사이트와 기기를 넘나들며 졸졸 따라다니고 있어 불쾌했던 적, 다들 한번쯤은 있으실 테니까요. 점차 이런 마테크를 활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되어버립니다.

결국 서드 파티 쿠키는 아래와 같은 수난을 겪게 됩니다.

  1. 2017년 애플(사파리)이 서드 파티 쿠키를 제한하는 ITP 기능을 처음 출시합니다.
  2. 2018년 모질라(파이어폭스)가 서드 파티 쿠키를 제한하는 ETP 기능을 처음 출시합니다.
  3. 2019년 파이어폭스가 ETP 기능을 기본값으로 변경합니다.
  4. 2020년 구글(크롬)이 애플과 모질라에 이어 서드 파티 쿠키 지원 중단 계획을 밝힙니다. 
  5. 2020년 사파리가 ITP 기능을 기본값으로 변경합니다.
  6. 2022년 크롬이 서드 파티 쿠키 지원을 완전 중단할 예정입니다.

크롬은 전세계 브라우저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서드 파티 쿠키는 사망 선고를 받게 된 겁니다.

🧱 하지만 정원의 울타리는 높고 견고합니다

네, 순서로만 보자면 광고 수익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애플과 비영리 재단인 모질라가 먼저 나서고, 거스를 수 없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기류에 구글이 뒤따르는 모양새인데요.

광고 회사라고 해도 될 구글마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구글은 이미 광고 시장에서 월드 가든(walled garden), 즉 울타리 정원이라고 불리는 폐쇄적인 광고 생태계를 잘 구축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clearcode.cc

월드 가든의 상황을 모노폴리 게임에 비유한 그림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빅테크인 FAANG에서 넷플릭스를 제외한 네 기업,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이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합니다. 각 칸을 자세히 보시면 계정, 기기, OS/안드로이드, 크롬, 사파리, 애널리틱스 등이 적혀 있는데요.

월드 가든은 계정, 기기, OS, 브라우저, 픽셀 등을 통해서 다양한 1차 데이터(first party data)를 수집합니다. 서드 파티 쿠키와 비교하자면 이용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집한 정보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계정을 가입할 때 입력한 성별, 연령, 국가, 이메일 주소 등을 비롯해 어디서 어느 기기로 접속했는지, 어떤 콘텐츠를 자주 보고 좋아요를 누르는지, 어떤 사이트를 주로 클릭하는지 등 끝없는 데이터를 쌓고 있죠.

그리고 이 정보들을 활용해 마케터들에게 이용자에 대한 타깃팅 광고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은 독점적이고도 견고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울타리 정원에 비유해 월드 가든이라고 불리는 거죠.

서드 파티 쿠키까지 결합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사실 더 양질이라 할 수 있는 1차 데이터를 가진 월드 가든의 입장에서는 서드 파티 쿠키가 사라진 세상이 아주 끔찍하지만은 않겠어요.

그리고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미래는 서드 파티 쿠키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는 정원의 벽은 더욱 더 높아질 것이고 1차 데이터의 가치는 지금보다도 더 비싸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 OpenX

그런데 이런 폐쇄적인 월드 가든을 두고 '열린 인터넷의 적들'로 규정하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서드 파티 쿠키를 통해 적과의 동침을 하던 이들 간에 물밑 전쟁이 시작된 셈입니다.

🔖 다음 쿠키 이야기들에서는 월드 가든에 맞선 애드테크 진영, 이에 반격하는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과의 담합), 쿠키리스 웹에서의 애드테크 전망, 네이버와 카카오가 바라보는 쿠키리스 웹과 프로그래매틱의 세상 등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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