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 AI 냄새 나는 글은 왜 3초 만에 티가 날까?

2026.10.01 | 조회 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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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Maker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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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슬랙 메시지, 기획서, SNS 포스팅, 코드 등 AI를 거치지 않은 결과물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덕분에 제작 속도는 확실히 빨라졌지요. 생산 비용이 드라마틱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요. AI가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영역의 범주를 확장하고 속도 역시 감탄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된건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에요. 동료들과 협업할 때 "아, 이거 AI가 썼구나"하는 순간이 점점 늘고 있거든요. 슬랙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내가 이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AI와 이야기하는 것인지 긴가민가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난이도가 있는 논의일 수록, 문서가 길어질 수록 이런 'AI 냄새'는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런 'AI 냄새'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요?

 

우리는 '내용'보다 '패턴'을 먼저 읽는다

 

 AI 글을 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반사적인 감각에 가까워요. AI가 쓴 문장들을 지속적으로 읽는 과정에서 특정한 리듬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 리듬이 다시 나타나는 순간 바로 알아차리는 거죠. AI가 만든 글은 크게 3가지 특징을 갖고 있어요.

 

먼저 구조가 지나치게 반듯해요. 수식어나 예시는 항상 세 개씩 묶여 있어요. 문단마다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로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고요. 또한, 각 문장의 길이가 비슷합니다. 사람이 쓴 글이라면 길거나 짧은 문장이 교차되는데요. AI 글은 대체로 대부분의 문장 덩어리가 비슷한 무게로 나열돼 있어서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두 번째는 표현이 너무 매끈하다는 점이에요. "단순히 A가 아니라 B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입니다" 같은 대비와 반전의 문형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동시에 묘하게 번역투로 작성하거나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들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잘 쓰인 기획서는 원래 비쌌습니다" 처럼 말은 되는데 AI 등장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표현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틀린 말은 없지만 어딘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마지막은 그럴듯하지만 나이브한 결론이에요. 앞에서 꽤 그럴싸하게 문제를 짚어놓고 마지막에는 "소통과 협업이 핵심입니다"처럼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그래서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내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쓴 사람이 실제로 그 문제를 겪어봤다면 나왔을 법한 구체적인 고민이나 망설임이 빠져 있다 보니, 읽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하는 반감이 들게 됩니다.

 

'쓰레기 폭탄'이 남기는 비용

 

 문제는 이게 단순히 '글맛이 별로다'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2025년 9월 스탠퍼드 소셜미디어랩과 BetterUp Labs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한 연구는 이런 결과물에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위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알맹이가 없는 AI 생성 업무물'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겉으로는 잘 만든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정작 일을 추진하거나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미국 정규직 직장인 1,150명을 조사해 보니 40%가 지난 한 달 사이 이런 결과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고, 업무로 받는 콘텐츠의 평균 15% 정도가 워크슬롭이라고 느끼고 있었다고 해요.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간을 아꼈지만, 역설적으로 그 결과물을 읽는 사람은 오히려 시간을 더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워크슬롭을 받은 사람의 절반 이상이 짜증을 느꼈고, 보낸 동료를 이전보다 덜 유능하고 덜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게 됐다고 답했다고 해요. 협업을 더 쉽게 하기 위해 AI를 썼지만, 도리어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신뢰 비용이 증가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입니다. PM이나 디자이너처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직무라면 이 비용은 더 커지게 돼요. 

 

그럼 어떻게 내 글처럼 만들 수 있을까

 

 상대방이 보낸 업무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AI 대화창에 넣은 다음, "뭐라고 답장할지 써줘"라고 명령해 본 적이 있나요? 이런 방식의 활용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를 그대로 담은 결과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AI가 만든 워크슬롭에 염증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유의미한 메시지'가 없다는 데에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AI가 만든 말투를 교정한다는 접근이 아니라, '내 생각'을 어떻게 넣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요.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써줘"라고 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결론을 거칠게라도 먼저 적어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AI에게는 정리와 다듬기만 맡기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글의 뼈대가 내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문장은 다소 매끈해지더라도 무의미한 결론에서는 벗어날 수 있어요. 실제로 내가 고민하고 경험했던 것, 지난 미팅에서 나왔던 결론처럼 일을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디테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워크슬롭을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자주 쓰는 AI 문형을 아예 프롬프트에서 금지해 두는 것도 꽤 쓸모가 있어요. "~가 아니라 ~다" 구문, 세 개씩 묶는 나열, 과한 불릿과 굵은 글씨, 근거 없는 형용사를 쓰지 말라고 미리 적어두면 결과물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 나 ⎯처럼 사람이 입력하기 어려운 특수문자를 제거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마지막으로 다 쓴 글을 한 번 소리 내 읽어보면, 내가 평소에 절대 하지 않을 말투를 쉽게 거를 수 있답니다.

 

스탠퍼드의 핸콕 교수는 포춘에 "업무 품질에 집중하는 팀, 즉 서로 비판하고 비판을 수용하며 높은 기준을 가진 팀일수록 워크슬롭을 덜 겪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두 직원이 협업할 때 적용되는 기대치가 사람과 AI가 함께 완성한 작업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AI를 활용하더라도 이 업무와 관계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기로 해요 :) 

 


📮 다음 호 예고

[34호] 피그마가 스킬의 새로운 저장소가 될 수 있을까?

각자의 노트북과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디자인 노하우를 팀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다음 호에서는 피그마를 단순한 디자인 도구를 넘어, 팀의 Skill을 모으고 공유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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