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꼭 사회에 공헌하는 시립대 학생이 되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사랑 덕에 이 자리에 있다

2023.05.02 | 조회 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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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멘터리

비상업적이지만, 개인적인 생각과 영감이 가득한 뉴스레터

지난 주 금요일, 대학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다 비보를 전해들었다. 바로 우리학교 경영학부 손교수님의 부고였다.

그 분은 시립대학교에서 경영학원론을 담당하고 계셨는데, 압도적인 과제량과 직설적인 특유의 피드백 스타일로 악명 높은 과목이었다. (나무위키 문서까지 존재했으니 말 다했다.)

 

천만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듣지 않을 수 있었다.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필수 과목인 경영학원론을 이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분께서 '손빠'와 '손까'를 양성할 정도로 엄청난 과제를 제공한다는 것은 익히들어 알고 있다. 무엇보다 교수님께서 직접 남기신 글이 있는데, 거친 어투 뒤의 시립대학교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 

사랑하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학원의 고객은 분명히 학생입니다만, 학교의 고객은 분명히 인류사회입니다.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서울시립대학교에 장학금이나 여러가지 지원을 받아서는 안되겠지요.

사랑하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당신께서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에 다니는 시립대 학생들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가 되길 바랐다. 그 분의 교육방식과 철학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실제로 경영학원론은 뛰어난 경영학부 학생들을 배출했고 그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나는 우리 학교의 사랑 덕에 이 자리에 있다"

저학년일 당시, 학교를 정말이나 싫어한 적이 있다. 외향적인 나는 시립대학교가 가진 내향적이고 조용한 학풍이 싫었고,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해 자발적인 아싸를 자칭하며 빨리 졸업이나 하자는 생각도 했었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독립이 가능했던 기숙사/자취방
저렴한 가격 덕분에 독립이 가능했던 기숙사/자취방

그러나 고학년이 되고, 경영학부를 복수전공하며 나는 학교를 사랑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당시 기숙사에 살 수 있었는데,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 덕분에 집으로부터 재정적인 독립이 가능했다. 

그리고 시립대학교의 경영학을 배우며 정말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이방인이었던 나를 편견없이 반겨주었고, 사회학도이자 경영학도로서 이중적인 나에게 소속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진심 어린 조언과 강의로 나에게 큰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도 정말 많았다. 

 

밤샘 공부를 든든히 지원해줬던 미래관/중앙도서관
밤샘 공부를 든든히 지원해줬던 미래관/중앙도서관

저렴한 등록금과 서울시의 장학금도 너무 고마웠다. 당시의 내가 돈에 연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도서관에서 밤새 하며, 마케팅에 대한 꿈으로 하루 하루를 설레게 보냈던 것도 모두 학교의 든든한 지원 덕에 가능했다. 

스물 다섯부터 스물 일곱까지, 집으로부터 독립 후 경영학과 마케팅을 배워 응답하라 마케팅을 만들고 지금의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 것은 모두 다 울타리 안에서 나를 든든하게 지원해 준 학교 덕분이었다.  

 

"교수님 말씀처럼, 사회에 공헌하는 시립대인이 되고 싶다."

손교수님은 아니지만, 함교수님께서 군입대 전/후 보내주신 메일
손교수님은 아니지만, 함교수님께서 군입대 전/후 보내주신 메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학교 뿐만 아니라 부모님, 친구, 학교, 교수님, 회사 선배들의 사랑 덕분이란 것을 확신한다. 그래서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교수님의 말씀에도 정말 공감한다. 나에게 대가없는 사랑과 지원을 학교와 서울 시민들이 베풀어 준 것처럼, 나도 내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고 싶다. 회사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 것도, 응답하라 마케팅의 미션이 취준생, 주니어의 성장 고민 해소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랑하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사랑하는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시립대를 누구보다 사랑하셨던 교수님께서는 떠나셨지만, 그 분의 가르침은 오랫동안 남아 우리 학생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교수님, 교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아서 어리고 부족했던 제게 사랑을 베풀어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립대인이 되겠습니다. 

마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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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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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dw4019

    0
    11 days 전

    그립네요. 경영학부 출신 전문직으로 일하고있습니다. 구파발가서 고기도먹고 그랬는데 진짜 교수님 보고싶네요. 글을 보고 당시의 원론이 떠오르네요 잘읽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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