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100일을 맞이하여

사랑 이후의 사람

2023.05.08 | 조회 750 |
0
|

마파멘터리

비상업적이지만, 개인적인 생각과 영감이 가득한 뉴스레터

연애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뉴스레터에 이 얘기를 쓰는 것이 맞나 생각을 했지만, 또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감정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냐는 생각에 글을 써내려 간다. (공적인 이야기는 다른 뉴스레터에서 많이 하기도 하고)

음... 헤어진지 100일이 좀 안됐다. 3년을 넘게 사귀면서 100일은 늘 기념일을 챙길 때만 쓰는 단위였는데, 지난 100일 역시 나에게 엄청난 감정적인 변화가 많았기에 기록해 보려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흔히 이별 후 5단계가 있다고 하는데 난 그 다섯 가지를 너무나도 정석처럼 겪은 것 같다. 그냥 일자 별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조금씩 적어보려 한다. 

 

현실 부정

D+7

3년 3개월이 넘는 시간은 꽤나 긴 시간이었다. 요즘 군복무를 18개월 한다고 하니, 군대를 2번 갔다온 셈이다. 특히 매일같이 자기 전 전화를 했고, 데이트를 할 때마다 손을 놓지 않았기에 그 빈자리가 컸던 것 같다.

당장 통화 목록에 그 친구 이름이 가득하고, 사진첩만 봐도 그 친구 사진이 가득했기에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일에만 몰두했고, 그냥 회사에 야근을 자청하고 뉴스레터도 가장 많이 썼던 것 같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지?

D+21

이 연애가 영원하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종종 상대방으로부터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했고, 그만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권태의 시기를 잘 넘기는 것 역시 연애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상대방에게 화가 났던 것 같다.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왜 한 마디 상의조차 미리 하지 않았는지, 그저 몇 년이 지나도 매일 같이 설레기만을 바랬던 것일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술 한 잔도 마시지 않고서) 아마 앞으로 영영 하지 않을 연락도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것 같다. 그냥 이유가 궁금했을 뿐. 나는 그 순간을 잘 버텨냈는데 왜 상대방은 그러지 못했는지, 이렇게 이기적인 방식으로 연애를 끝내야만 했는지에 대한 분노가 컸다. 

 

정말 끝이 났네. 이젠 자유다!

D+35

보통 남자가 이별 직후 자유를 만끽하다 뒤늦게 후폭풍이 온다는 말과 달리, 나는 분노의 시기를 거친 후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 정말 연애가 끝이 난 것을 실감함과 동시에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감을 누린 것 같다.

그간 만나지 못해왔던 친구들과 술을 맘껏 마시고, 여행도 함께 다니며 주말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나의 취향을 다시금 찾아가는 시간이었기에 상당히 뜻깊었다. 

내가 이런 음악과 영화를 좋아했으며,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었고, 나를 걱정하며 먼저 연락해 주는 친구들이 많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 시기였다. 나 생각해 주는 친구들 고마워!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몰두하자!

D+60

이별의 요소에는 일에 대한 몰입도 큰 역할을 했었다. 근데 이별도 했겠다, 더 이상 일에 몰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회사 안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전국을 출장 다니며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클래스101이나 마피니언과 같이 뉴스레터에서도 필요한 일을 자진해서 했다. 정말 생각이란 것을 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잊는다는 것이 정말 좋은 걸까?

D+75

이쯤되니 과거를 회상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큰 힘듦을 주진 않았다. 가장 의아했던 것은 바로 주변인들의 조언이었는데, 그냥 잊으라는 것이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더욱 확신하게 된 것이지만 나는 굳이 잊고 싶진 않았다. 

이별의 과정이 어땠든 간에 그 친구가 나의 25살부터 29살까지 함께하며 내 20대 중후반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순간 순간만큼은 나는 진심이었으며, 다시 25살 11월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빨리 잊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한 왓챠피디아의 영화 코멘트처럼 어차피 목뒤로 넘어갈 추억이라면 최대한 입 안에서 음미했던 것이 이 시기의 나였던 것 같다.

 

몸이 가끔 기억하지만,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있다

현재

그래서 최근엔 어떻냐고? 엄청난 자유감을 느끼거나 분노를 느끼지도 않는다. 힘들어서 괴로워하거나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냥 잔잔한 상태인 것 같다. (정말 진부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나도 다시 일상을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가끔씩 몸이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다. 둘 다 서울 토박이었던 우리는 데이트를 하며 안 가본 곳이 없기에 어떤 곳을 가든 추억이 묻어있고, 요리를 하든 카페를 가든 이따금씩 그때의 추억을 몸이 기억한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 혼자서도 빛이 나는 사람

마무리 하며

'그래서 다 이제 잊었고 새출발한다!'라고 한다면 거짓말일테다. 3년을 사귀었는데 3달 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이상하다. 물론 친구들은 소개 받고 싶은 사람이 없냐며 틈날 때마다 자기의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려 하지만...(다시 한번 내 생각해 줘서 고마워 친구들아!) 나는 혼자서도 빛이 나는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 

지난 연애를 회고하며 느낀 것은 '내가 이런 음악과 영화를 좋아했고, 이렇게나 나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상대방이 싫어하진 않을지 걱정하며 숨기고, 또 약한 나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을 꾸며냈던 것 같다. 

 

주변을 보면 꼭 연애가 끝난 뒤 공백기를 견디지 못해 바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들 나름의 연애 가치관이 있겠지만 연애를 위한 연애는 하지 않으려 한다. 

상대방이 없어도 혼자서 빛이 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 상대방이 없을 때 빛을 잃기 보다는 내가 가진 빛을 더욱 밝게 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야 비로소 연애의 의미가 있지 않냐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의 이 시기를 충분히 즐기려 한다. 나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며 더 빛나는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오늘 하루부터 성실하게 살아가야겠지.

 

아무튼 오늘의 마파멘터리는 여기까지다. 처음으로 밝힌 나의 연애 얘기는 아마 구독자의 요청이 없다면... 앞으로 당분간은 하지 않을거다. 앞으로의 마파멘터리를 어덯게 운영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정말 내 이야기를 담아내야 할지, 아니면 서울라이터나 J의 편지처럼 마케터로서 내 인사이트를 담아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좋은 의견이 있다면 피드백 남겨주길..

 

이 글을 보는 구독자도 더 빛나는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 보내길!

마파 드림.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마파멘터리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마파멘터리

비상업적이지만, 개인적인 생각과 영감이 가득한 뉴스레터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