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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억은 기차>에 대하여, 금요지기 수염왕이 쓰다

2024.05.17 | 조회 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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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난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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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지?”

 아까 전까지만 해도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에 따박따박 질문을 해대다 그 말에 말문이 막힌 김은 이내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기자의 습관이랄까, 녹음기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잠깐, 그럼 그게 다 직접 겪은 일이다, 이 말씀인 건가요?”

 “뭐, 이렇게 얘기해봅시다. 과학자나 교수 같은, 이른바 학문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반드시, 백프로, 이런 말 잘 안 해요. 왜? 혹시 모르는, 만에 하나 있을 법한 예외적인 상황이 분명 있거든.”

 “그래서요?”

 “마찬가지다 이거죠.”

 순간, 김은 그의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보고 대학 시절 심리학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이 생각났다. 심리학 수업에서 교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행위에 집중하기 때문에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눈동자만으로 그의 말을 믿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 백 프로는 아니라는 말 같은데 이게 무슨 말장난입니까? 좀 더 솔직하게 말을 해주세요.”

 김은 짜증 섞인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김이 답답했는지 한숨 쉬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얼굴을 잔뜩 찡그리더니 손으로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앉아 있던 의자에 일어나 한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바닥에 좌정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어 말했다.

 “제가 절정곡에 갔을 때 정화 꽃 가시에 찔렸었거든요, 그 가시에는 엄청난 독이 있었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찔렸다가 중독되고 말았어요. 이 독을 해독하려면 단장초를 1년 동안 7일에 한 번씩 씹어먹어야 하는데 제가 지금 무림을 떠나있다 보니 단장초를 구하지 못해서 발작이 온 것 같습니다. 운기조식을 하면 고통이 조금 사라지긴 하는데 이건 임시방편일 뿐, 이대로라면 저는 결국 죽고 말겠지요.”

 그때였다. 옆자리에 있던 안경 쓴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좌정하고 있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김은 당황했지만 좌정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운기조식이란 것을 이어갈 뿐이었다. 안경 쓴 남자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신조 협객님이 아닌지요?”

 안경 쓴 남자의 질문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경 쓴 남자는 일어나 절을 세 번 하더니 다시 무릎을 꿇고 말을 이었다.

 “저의 부모님의 은인이신 신조 협객님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너무나 감개무량하옵니다. 우연히 옆에 앉아 협객님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는데 위독하신 모습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무례하게도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안경 쓴 남자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풀뿌리 하나를 꺼냈다. 풀뿌리의 향이 그의 코에 닿자, 그는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아니! 그것은 단장초?”

 안경 쓴 남자는 두 손에 단장초를 올려 그에게 건넸다. 김에게는 정화 꽃이니 단장초니 하는 것들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었다. 김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자 안경 쓴 남자는 김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신조 협객님께서는 저희 부모님을 구하고자 절정곡에 가셨다가 정화 꽃 가시에 찔리게 된 것입니다. 그 독한 독에 중독되셨음에도 협객님께서는 저희 부모님을 구해주셨었죠. 저희 부모님은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드리고 은혜를 갚으려 했지만, 협객님께서는 굳이 마다하시고 홀연히 사라지셨답니다. 하지만 협객님께서 정화 꽃 가시 독에 중독된 걸 아셨던 부모님은 저에게 꼭 협객님을 찾아 해독제인 이, 단장초를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다행이네요.”

김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김이 보기에는 그, 단장초라는 것이 나물로 무쳐 먹는 씀바귀와 별반 다르게 생기지 않아 보였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좌정하고 있던 그가 재빠르게 팔을 뻗어 단장초를 집고, 입에 넣어 와구와구 씹기 시작했다. 한 백번쯤 씹은 뒤 삼키고는 기력이 되살아났는지 밝은 표정과 함께 벌떡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이 사람 대체 뭐야?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이 안경 쓴 남자는 또 뭐람. 시팔 이런 기자 짓거리 계속해야 하나.’

 김은 자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와 안경 쓴 남자는 무림의 독이 어떻고 내공과 외공이 어떻고 하면서 연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해댔다. 김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안경 쓴 남자가 앉아 있던 자리에 올려져 있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김용 대하역사무협소설 신조협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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