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나는 배부른데, 왜 뱃속 친구는 굶고 있을까?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싶은면 이걸 드세요.

2026.07.06
from.
천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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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사실 우리만 사는 집이 아니라는 것, 기억하시죠? 우리 몸속과 피부 표면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르는 약 38조 마리의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누구는 이들을 ‘세입자’라 부르고, 또 누구는 ‘공생 파트너’라고 부르죠. 지난 뉴스레터에서 강조해 드린 것처럼, 대장 속 세균 생태계 덕분에 우리 장벽이 튼튼하게 유지되고, 반대로 이 장내 미생물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만성 염증을 비롯해 몸에는 장기적으로 큰 사달이 납니다. 우리 몸 세균의 95% 이상이 모여 사는 대장은, 그래서 사실상 우리 몸의 면역 조절 기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늘은 바로 이 대장에 사는 수십조 마리 세균을 어떻게 하면 잘 먹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생물을 위한 밥, 미생물의 먹이라니. ‘굳이 왜 세균까지 먹여야 하죠?’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뉴스레터를 먼저 읽고 오시길 권해 드려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잠깐, 대장 속 세균이 되어 볼까요?

 

여러분이 잠시 대장 속 세균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곳은 일단 깜깜합니다. 게다가 지구 대기와 달리 산소가 거의 없는데, 세균에게는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왜 그런지 잠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46억 년 전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약 24억 년 전쯤,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어내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지구 대기에 산소가 쌓이기 시작했죠. 이때는 아직 식물이 세상에 등장하기도 전이에요. 그런데 최초의 미생물 화석은 그보다 훨씬 앞선 약 35억 년 전의 것이 발견됩니다. 다시 말해, 24억 년 전 이전에 살던 모든 미생물은 산소 없는 환경에서 살아온 셈이에요. 아마 지금 내 뱃속에 사는 장내 세균들도 그 아득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산소 없이 살아왔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산소가 꼭 있어야만 사는 우리가 오히려 후발 주자인 셈이죠.

 

우리의 체온 37도, 대장 속 온도는 세균이 아주 좋아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온도가 늘 일정하니 세균 입장에선 천국에 가깝죠. 세균은 건조한 환경을 몹시 싫어하는데, 대장은 늘 촉촉하고요. 온도도, 습도도, 산소 조건도 모두 완벽합니다. 이렇게 완벽한 보금자리에서 장내 세균의 유일한 고민은 딱 하나, 바로 먹을거리예요. 게다가 이 동네에는 음식을 살 수 있는 마트가 단 하나뿐인데, 그 마트가 바로 집주인이자 파트너인 여러분입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누구나 아는 상식을 한 번만 짚고 넘어갈게요. 우리가 먹은 음식은 입으로 들어와 식도를 순식간에 통과하고, 위에서 몇 시간, 이어 소장에서 다시 몇 시간을 머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음식물은 잘게 쪼개지고 대부분 우리 몸 안으로 흡수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장에 도착합니다. 대장에서는 수분과 전해질이 흡수되고, 소화하고 남은 찌꺼기가 뭉쳐져 대변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어요. 우리 몸 미생물의 대부분이 바로 이 대장에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일한 먹이는, 다름 아닌 우리가 소장까지 소화하고 남긴 음식물이에요.

 

아, 음식을 구할 마트가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우리 몸은 장벽을 보호하기 위해 점액질을 장벽 바깥으로 분비해 점막을 만드는데, 일부이긴 하지만 장내 세균은 이 점막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큰 마트(우리가 남긴 음식)가 부실하면 어떻게 될까요? 더 많은 장내 세균이 하는 수 없이 점막을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점막이 얇아지고, 장벽은 부실해지죠.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 생길 조건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이건 십중팔구 전신의 만성 염증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라진 미생물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영양학적으로 연구하는 세계적인 석학, 스탠퍼드 대학교의 저스틴 소낸버그 교수는 서구화된 식단 탓에 우리 대장 속 미생물의 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경고합니다. 그는 심지어 이 미생물들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보여 줍니다 (Sonnenburg 등, 2016).

 

실험실 생쥐의 먹이에서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탄수화물을 줄이자, 백 종이 넘는 세균이 양적으로 크게 줄었고, 이런 식단을 몇 세대에 걸쳐 이어 가자 일부 종은 아예 사라져 버리는, 즉 멸종 상태에 이르렀어요. 더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나중에 미생물의 먹이를 다시 충분히 먹여도, 한번 사라진 세균 종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지금 환경을 아무리 되돌려 놓아도,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도도새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도도새는 이제 김선우 작가의 그림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뿐이고요.

 

보통 제 강의가 이쯤 되면 “그래서 대체 뭘 미생물에게 먹이라는 거냐?” 하고 묻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게 바로 MAC이에요. 자, 그럼 MAC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미생물은 원래 뭐든 잘 먹어요

 

제가 오래전에 미생물학을 전공으로 택한 데는, 미생물이 무엇이든 잘 먹는다는 점이 한몫했어요. 무슨 이야기냐고요? 사람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중에 먹고 소화할 수 있는 게 사실 그리 많지 않아요. 예를 들어 소가 먹는 건초를 우리는 소화하지 못하죠. 그런데 사실 소도 건초를 스스로 소화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소의 위 속에서 공생하는 수백 종의 미생물이 힘을 합쳐 건초를 분해하면, 소는 그 영양분을 받아먹고 사는 거예요.

나무 목질부를 먹는 흰개미. 실제로 소화를 담당하는 건 장속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이다.
나무 목질부를 먹는 흰개미. 실제로 소화를 담당하는 건 장속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이다.

미국은 주로 목재로 주택을 짓는데, 목조 주택을 갉아먹는 흰개미가 큰 골칫거리입니다. 사실 사람도, 흰개미도 나무의 목질(특히 셀룰로스)을 소화하지 못해요. 차이가 있다면 흰개미의 소화기관에는 이 목질을 분해해 주는 특별한 미생물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죠. 이처럼 미생물은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능력자들이 왜 하필 우리 대장에서는 굶고, 심지어 멸종까지 하는 걸까요?

 

그럼 왜 우리 대장에서는 굶을까요?

 

그 비밀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는 위치가 바로 ‘대장’이라는 데 있어요. 우리가 먹은 음식이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되어 우리 몸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 바로 다음 칸에서 기다리던 마이크로바이옴은 쫄쫄 굶게 되는 거죠.

 

반대로, 우리가 먹은 음식 중에서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온 영양분은 미생물이 먹이로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미생물이 이를 먹고 낙산(부티르산), 초산(아세트산), 프로피온산 같은 우리 몸에 이로운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양분이 좋습니다. 이 가운데 낙산이 염증 조절과 튼튼한 장벽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우리가 먹는 주요 영양소는 크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나눌 수 있어요. 이 셋 중에서 단백질과 지방은 대부분 소장에서 소화·흡수됩니다. 반면 탄수화물은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종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종류도 있지요. 만약 탄수화물 중에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드디어) 대장 미생물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장에서는 이 먹이를 두고 200~400종에 이르는 다양한 세균이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거예요. 그 결과로 우리 장벽의 밥이 되는 낙산도 넉넉히 만들어 줄 수 있고요.

 

혹시 내 장 속 세균들이 벌이는 이 발효를 ‘부패’라고 여기신다면, 그건 완전히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대장에 마치 숙변이 껴 있고 세균에 의해 그것이 썩어 간다는 식의 생각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과연 좋은 ‘발효’일까, 아니면 끔찍한 ‘부패’일까? 이 흥미로운 주제는 나중에 뉴스레터에서 따로 다루도록 할게요.

 

드디어 등장하는 미생물의 밥, ‘맥(MAC)’

 

스탠퍼드대 저스틴 소낸버그 교수와 그의 연구 파트너이자 부인인 에리카 소낸버그 박사는, 2014년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한 총설에서 ‘MAC’이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Sonnenburg & Sonnenburg, 2014).

 

MAC은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의 약자예요. 직역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접근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고, 제가 앞에서 설명해 드린 개념으로 풀면 ‘사람은 소화하지 못해서, 대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먹이로 사용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말합니다. 식이섬유(dietary fiber)나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MAC에는 ‘반드시 마이크로바이옴이 이용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스탠포드 마이크로바이옴 석학인 소낸버그 부부와 자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대중의 건강 증진에 연결하는데 진심인 부부다.
스탠포드 마이크로바이옴 석학인 소낸버그 부부와 자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대중의 건강 증진에 연결하는데 진심인 부부다.

 

소낸버그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건, 현대인이 MAC을 점점 더 적게 먹기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이 망가지는 ‘디스바이오시스(dysbiosis)’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일부 학자들은 좋은 미생물이 모두 멸종하기 전에 노아의 방주 같은 ‘은행’을 만들어 장내 세균을 영구 보존하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대장의 미생물이 좋은 발효를 할 수 있도록, 우리는 MAC을 충분히 먹어야 합니다. MAC‘만’ 드시라는 게 아니에요. MAC‘도’ 좀 챙겨 먹자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MAC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 후에는 슬슬 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매 같은 질병으로 이야기를 넓혀 가 볼게요. 구독해 두시면 이메일로 놓치지 않고, 내 몸과 내 몸의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를 편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본 뉴스레터와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마이크로바이옴 클라스’는 조회수 및 광고에 의한 수익 창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 Sonnenburg, Erica D., & Justin L. Sonnenburg. “Starving Our Microbial Self: The Deleterious Consequences of a Diet Deficient in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 Cell Metabolism 20, 5 (2014): 779–86. https://doi.org/10.1016/j.cmet.2014.07.003.
  • Sonnenburg, Erica D., Samuel A. Smits, Mikhail Tikhonov, Steven K. Higginbottom, Ned S. Wingreen, & Justin L. Sonnenburg. “Diet-Induced Extinctions in the Gut Microbiota Compound over Generations.” Nature 529, 7585 (2016): 212–15. https://doi.org/10.1038/nature1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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