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여기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0년 이상 심리 상담을 해온 케이티 모턴 박사가 얘기한 '행복 공포증(Cherophobia)'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Q. 행복 공포증이란?
행복을 두려워한다는 게 조금 낯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나나요?
제가 상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학교에 합격했다거나, 힘들게 했던 친구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거나, 원하던 일이 잘 풀렸을 때처럼 좋은 일이 생기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는 거예요.
꿈꾸던 직장을 얻었을 때처럼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는데 오히려 불안한 거죠. 우리는 이것을 '행복 공포증(Cherophobia)'이라고 부릅니다.
그러게요. 박사님. 최근에 이런 걸 느꼈어요. 작년 가을, 제주에 왔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제주도에 왔는데, 왠지 막 불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Q. 행복 공포증의 발생 원인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행복이라는 감정 자체가 낯설기 때문입니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계속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행복은 매우 불편한 감정일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인거죠.
둘째, 행복할 때 우리는 취약해질 수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정말 친한 친구 또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 등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안전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불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잘 지내다가 이 사람이 또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등 방심하면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셋째, '다음에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까' 하는 예기 불안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패턴을 찾아내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일 다음에는 항상 나쁜 일이 왔다'는 믿음이 형성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Q. 박사님의 경험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네, 저도 이런 경향이 있어요. 제가 책 두 권을 썼어요. 그런데 가족이나 친구들이 축하할 때마다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나중에 다들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것도 행복 공포증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죠.
Q. 행복 공포증 극복 방법
어떻게 하면 행복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행복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게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다는 걸 먼저 인정해 보세요. 그리고 점진적으로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거죠.
제 경우에는 칭찬을 들을 때 즉각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우선 듣습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시도들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꼭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인식만으로도 그동안 내가 쌓아온 불안감을 만드는 패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행복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행복을 두려워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경험입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고, 비록 지금은 불편하고 두렵더라도 천천히 그 감정을 받아들이다 보면 분명 변화가 찾아올 거예요.
오늘은 '행복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저도 이번 뉴스레터를 쓰면서 그동안 '좋았던, 행복했던 순간'에 두려움과 불안한 감정의 원인을 알 수 있게 되었는데요.
박사님 말처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에 조금 위안이 됩니다. 앞으로 이런 불안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온전하게 행복한 순간을 만끽해 봐야겠어요.
신치의 뉴스레터 구독자분들께도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한 발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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