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파느니 태워버리지’, 기후악당 의류회사 막을 방법은?

미션33🚩의류 재고 폐기를 막아라

2023.10.23 | 조회 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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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100

한국 사회, 100가지만 바뀌어도 살 맛 날 걸요?🥳 지금 필요한 100가지 제도 변화를 이야기하는 미션100레터. 매주 월요일, 무겁고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 전해드려요.

폭염으로 뒤덮였던 여름이 가고 추운 계절이 돌아왔어요. 부쩍 차가워진 바람에따뜻한 옷 없나하고 옷장을 뒤적이게 되는 요즘이죠. 새 옷을 찾기 쉬운 환절기, 미션100새 옷 쓰레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멀쩡한 새 옷을 왜 버려?

팔리지 않은 새 옷이라면 싼값에 판매하면 될 텐데, 왜 쓰레기가 되는 걸까요? 의류 브랜드 입장에선 세일가에 재고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이에요. 안 팔린 옷들을 보관하지 않고 버리면 재고를 관리하는 운영비가 들지 않아요. 폐기된 재고는 회계상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세금까지 줄어들죠. 명품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새 옷을 폐기하기도 해요. 영국의 한 고급 의류 브랜드는 재고 상품이 헐값에 팔려 엉뚱한 사람들에게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5년간 1억 달러 어치의 제품을 소각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럴 거면 나한테 싸게 팔지…’하는 사람들에게 명품을 판매할 바엔 그냥 불태워 없애겠다는 거죠.

 

의류를 소각 중인 장면.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캡처.
의류를 소각 중인 장면.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캡처.

 

플라스틱 덩어리를 묻고, 불태우고

팔리지 않은 새 옷을 버릴 땐 매립하거나, 소각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인데요, 환경에는 상당히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방식이에요. 대부분의 의류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플라스틱 덩어리들을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고 있는 겁니다. 땅에 묻힌 새 옷들은 오랜 기간 잘 분해되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을 마구 뿜어내요. 소각할 땐 유해물질이 나와 대기를 오염시키죠. 지구의 땅과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건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럽혀진 땅과 공기는 결국 우리 몸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있으니까요.

 

오늘날 대부분의 의류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KBS 환경스페셜 캡처.
오늘날 대부분의 의류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KBS 환경스페셜 캡처.

 

1초 마다 2.6톤의 옷이 소각·매립되는 중

기업들이 이윤을 더 챙기려고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의류산업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악명이 높아요. 섬유패션산업은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으로,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어요. 1초 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인 2.6톤의 옷이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기후악당으로 꼽히는 게 이해가 갑니다. 버려지는 의류로 인한 수질오염, 토양오염,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에요.

 

MBC 뉴스데스크 [
MBC 뉴스데스크 ["싸게 파느니 태워버려"…가격 올리고 안 팔리면 소각] 캡처.

 

 

한국 의류회사도 마찬가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을 화형식으로 처리하는 건 해외 기업들만 하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2018년 한 명품 의류브랜드의 재고 소각이 논란이 되었을 때, 언론에서 국내 의류 대기업 6곳을 취재한 결과 1곳을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팔리지 않은 상품을 소각하고 있다고 전해졌어요. 환경 파괴 기업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까 쉬쉬하고 있지만, 요즘도 업계 내부에선 의류 소각이 공공연하게 이뤄진다고 해요. 팔리지 않은 상품이 싼 가격으로 시장에 돌아다니도록 두지 않고 모두 폐기 처분하는 업체가 오히려 재고 관리에 신경 쓰는 회사로 통한다고 하죠.

 

 

재고율 높은 의류 업계, 얼마나 버리는 지 알 수도 없다

의류 업체들은 다른 제조업보다 재고율이 항상 높기 때문에 버려지는 새 옷의 양이 엄청날 것이라 추측되고 있어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의류 업체의 재고율은 약 20~30%에 이른다고 해요. 그러나 우리나라 패션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재고를 폐기하고 있는지,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처리하고 있진 않은 지 현황 파악 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출처: 장혜영 의원
출처: 장혜영 의원

 

 

프랑스에선 새 옷 폐기 금지법 등장

반면 해외에서는 의류 재고의 폐기를 금지하는 국가가 등장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2020년 판매되지 않은 의류의 소각과 매립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어요. 이 법을 어기면 과징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의류 재고를 기부해야 하죠. 럽연합도 미판매 또는 환불된 의류의 폐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의류재고를 폐기할 때 그 양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제를 만들었고요.

 

출처: 다시입다연구소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재고폐기금지방안 토론회 자료집)
출처: 다시입다연구소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재고폐기금지방안 토론회 자료집)

 

 

과잉생산·대량폐기의 악순환을 끊자

청바지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 무려 7000리터의 물이 들어가고, 32.5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해요. 이렇게 환경을 해치면서 만든 옷인데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히 비윤리적입니다. 한국에도 멀쩡한 새 옷을 쉽게 버리지 못하도록 만들어줄 제도가 필요해요. 의류 재고 폐기에 대한 현황을 정확히 보고하게 하고, 폐기물에 높은 부담금을 책정하는 방법 또는 아예 금지하게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거예요. 이런 규제가 생긴다면 처음부터 과도하게 많은 양을 생산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참고문헌 중앙일보. 18-07-20. ["싸게 팔 바엔 버린다"…버버리, 5년간 1억불어치 소각]. 아시아경제. 18-09-13. [남은 옷 소각, 버버리만?…국내 업체들도 태운다]. MBC 뉴스데스크. 21-05-04. ["싸게 파느니 태워버려"…가격 올리고 안 팔리면 소각 ]. KBS 환경스페셜. 21-07-01.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한국일보. 23-08-18. [수년간 안 팔린 새 옷 '화형식' 언제 끝날까]. 헤럴드경제. 23-10-10. [“이게 안 팔린 ‘새옷’ 쓰레기?” 티셔츠 하나 10만원…할인이나 ‘팍팍’ 해주지]. 정주연. 2023. 순환경제사회 전환을 위한 패션재고 폐기 금지 방안 토론회 자료집. 다시입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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