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드디어 ‘약자복지’ 하나 싶었는데

미션65🚩상병수당을 도입하라

2024.06.03 | 조회 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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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100

한국 사회, 100가지만 바뀌어도 살 맛 날 걸요?🥳 지금 필요한 100가지 제도 변화를 이야기하는 미션100레터. 매주 월요일, 무겁고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 전해드려요.

아프면 일단 2~3일 집에서 쉬기.’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전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권고했던 내용인데요, 공허한 주문으로 들리셨던 분들 많으실 거예요. 몸이 아픈데도 생업을 두고 쉴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한국 사회는 아플 때 쉴 수 있는 계층아파도 쉴 수 없는 계층으로 나뉜다는 걸 코로나 시기에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 같아요.

 

1년에 2일만 아픈 한국인, 유독 건강한 체질 덕분?

벨기에의 노동자들은 1년 중 12.3일을, 독일의 노동자들은 11.7일을 아파서 쉬는데요,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겨우 2일 쉬어요. 1년에 2일만 아플 정도로 한국인이 유독 건강한 걸까요? 아파서 쉰다고 했을 때 대체 인력이 없고, 소득을 보전해 줄 제도도 없기 때문에 아픈 걸 견디면서 일 한다고 해요. 한국에선 아파도 일단 참고 일하는 태도가 기본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해외를 보면 이런 문화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보건복지부. 2022.
보건복지부. 2022.

 

김경선. 2023.
김경선. 2023.

 

 

유급병가·상병수당 없기도 참 힘든데… 우리가 그러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업이 유급 병가제도를 운영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거나, 아파서 일할 수 없을 때 소득의 일정부분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법정 유급 병가와 상병급여가 모두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정도로 아픈 노동자에 대한 소득 안전망이 부족한 나라가 참 드물어요. OECD 36개국 중 한국과 미국의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급 병가제도나 상병수당 제도를 갖추고 있어요. 우리나라보다 1인당 GDP가 낮은 153개국의 나라에서도 유급병가나 상병수당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 

 

 

보건복지부. 2022.
보건복지부. 2022.

 

 

수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병수당 제도를 우리나라라고 못 할 이유가 없겠죠. 코로나19를 계기로 아플 때의 소득 안전망이 열악하다는 문제가 떠오르면서 문재인 정부가 상병수당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상병수당의 제도화를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꼽으면서 2022 7월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尹정부 시범사업 시작했지만, ‘짠 맛’으로 논란

하지만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시작부터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어요. 가장 큰 문제는 급여가 너무 적다는 거예요. 시범사업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하지 못한 기간에 지급되는 급여를 최저임금의 60%로 설정했어요. 반면 상병수당을 도입한 다른 국가들은 보통 최저임금이 아니라 아프기 전 소득의 60~70%를 지급하고, 국제노동기구도 근로능력 상실 전 소득의 60%이상을 보장하라고 권고해요. 또 시범사업은 보장기간을 90~120일로 설정했는데, 해외에선 180일 이상 보장하는 국가가 대부분이에요.

상병수당의 지원 대상이 너무 협소한 것도 문제예요.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비정규직이나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일부 노동자가 대상에서 제외됐고, 2단계 시범사업에선 소득 하위 50%만을 지원 대상으로 좁혔어요. 까다로운 기준 탓인지 지난해 책정된 시범사업 예산의 절반이 남았다고 해요.

 

 

보건복지부. 2022.
보건복지부. 2022.

 

은근슬쩍 다음 정부로 넘기나

시범사업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상병수당 제도화 의지마저 꺾인 모습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원래 상병수당 제도를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어요. 그러나 얼마전 이 계획이 슬그머니 미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상병수당의 보편적 도입을 2027년에나 검토할 거라고 해요. 시민들은 사실상 이 정부에서 상병수당을 제도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어요.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 막아야

국제노동기구는 상병급여를 사회적 건강 보장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 노동자들의 상황이 정부에겐 급박하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정부가 꾸물거릴수록 몸이 회복되지 못한 채 일터로 나가 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아예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보건복지부. 2022.
보건복지부. 2022.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일수록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일수록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플 때 쉬어야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상식적인 일이잖아요. ‘아파도 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상병수당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 2022. 상병수당 시범사업 기본방향. 김수진 외. 2020. 누가 아파도 쉬지 못할까: 우리나라의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경선. 2023. 상병수당 제도 도입 필요성과 민영보험의 역할. 보험연구원. 한겨레21. 24-05-22. '아프면 쉴 권리’ 상병수당 도입 2년 뒤로 밀렸다. 경향신문. 24-02-04. 아프면 쉬라고 도입하는 ‘상병수당’…신청하다 더 아플 지경. 건강세상네트워크. 24-04-30. [공동성명] 상병수당 도입 유보 의도, 교묘히 드러내는 복지부장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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