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외칩니다. "국민 여러분의 지출액을 줄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오늘의 미션100은 ‘부담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01년 정부가 제정한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선 부담금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특정의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나 일부를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부담하게 하기 위해 매기는 금액’. 공익사업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예컨대 국민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도로 정비 사업,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 개선 사업, 난개발을 방지하는 농지보전 사업 등이 공익사업에 해당합니다.
부담금 왜 걷는 걸까
갖가지 공익사업을 추진하려면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국가 재정만으론 사업비를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할 누군가가 필요하고요. 정부는 한가지 묘안을 떠올립니다. “이런 공익사업을 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를 찾아 사업비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자.”
정부가 교통 혼란을 초래하는 시설물의 소유자에게 대중교통 개선 사업비(교통유발부담금)를 걷고, 상대적으로 더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경유차에 환경 정화 비용(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농사 이외의 목적으로 농지를 개발하려는 이들에게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있죠. 부담금에는 사회 구성원 누구나 공공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연대 의식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정부 “부담금 손 좀 볼게”
부담금은 그 종류만 91가지나 되는데요, 최근 정부가 현행 부담금 체계를 대폭 손질하겠다며 나섰습니다. 전체 부담금 중 18개 부담금은 아예 없애버리고, 14개 부담금은 부과액을 감면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엔 전기요금에 붙는 전력기금 부담금, 항공요금에 붙는 출국납부금, 영화 티켓값에 반영한 영화진흥기금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간 (부담금) 납부 사실을 잘 모르고 있거나, 요금 인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항목을 정비해서 국민 개개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
국민 “체감효과 미미해” 기업 “아주 나이스”
정부의 부담금 축소 정책, 언뜻 봐선 환영할 만한 일 같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지갑에서 나가는 돈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정책에는 짚어봐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이 숨어 있습니다.
우선, 전문가들은 부담금 개편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가령, 전기요금에 합산하는 전력기금 부담금의 경우 1년간 두 차례에 걸쳐 요율을 인하(3.2%→2.7%)하는데요. 이로써 실제 가계가 아낄 수 있는 전기요금은 월 667원(연간 8000원)에 그칩니다. 영화관 입장권에 붙는 영화진흥기금을 폐지해도 푯값은 500원 줄어들 뿐, 관객들은 여전히 적지 않은 부담을 지니고 영화관을 찾아야 하죠.
부담금 개편이 사실상 기업을 위한 ‘감세 정책’에 가깝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례로 정부는 토지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개발부담금’을 감면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대놓고 건설 업계의 택지개발 이익을 챙겨주는 꼴”이란 비판이 흘러나옵니다. 농지보전부담금 감면을 두고도 "민간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고요.
공익사업 위축되는 거 아니야?
무엇보다 부담금 경감 효과에 견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부담금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돈입니다. 부담금 규모를 축소하면 공익사업의 재원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공익사업이 위축된다면, 그 폐해는 결국 전체 사회가 짊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력기금 부담금은 ▲재생에너지 개발 ▲도서•벽지 전력공급 지원 ▲전기안전 점검 사업에 사용합니다. 부담금 축소로 이 사업들에 차질이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력은 후퇴하고, 사회 안전망도 부족해지겠죠.
정책 ‘보완할 결심’ 필요해
이런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선 부담금을 대신할 새로운 재원을 확보해야 합니다만, 아직 정부의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정부의 세밀하지 못한 정책이 되레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부담금 축소로 구멍이 난 재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시다시피 정부의 부담금 개편 정책에는 빈틈이 여럿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선 오는 7월 1일부터 부담금 감면을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부디 정부가 정책 수행을 명분으로 국민들에게 또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건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새겨듣고, 계획을 보완해 나가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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