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10년 전 외침
10년 전 이맘 때, 경남 밀양의 산속에서 쇠사슬을 몸에 감은 할머니들이 경찰에게 들려 나왔어요. 할머니들이 새벽부터 산에 올라 쇠사슬로 움막과 몸을 이었던 이유는 마을에 초고압 송전탑이 세워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맨몸으로 나섰던 할머니들은 2천명의 경찰이 투입된 행정대집행을 막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밀양 전역에 69기의 송전탑이 들어서게 됐죠.
주민들은 분신·음독까지… 경찰은 포상받고 승진
100m 높이의 초고압 송전탑은 매일같이 소음과 빛을 내뿜고 있어요. 송전탑 근처 과수원은 나무가 바짝 마른 채 버려졌고, 마을 주민들의 삶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밀양에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면서 휘발유를 뒤집어쓰고 분신한 주민도 있었고요, 제초제를 먹고 세상을 떠난 주민도 있었어요. 음독한 주민의 자녀는 한전과 보상 문제로 소송을 하다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마을에 한국전력은 악의적인 소문을 내고 주민들을 갈라놓기까지 했어요. 주민들은 10년째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밀양 행정대집행을 지휘했던 경찰은 지금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높은 자리에 올랐어요.
돼지를 키우고, 농사를 짓던 밀양 땅에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탑을 억지로 세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설비가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는 도시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전기를 발전하고, 초고압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공급합니다. 발전소나 송전탑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병에 걸리지만 지방의 눈물을 타고 흘러온 전기를 도시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쓰죠.
발전소·송전탑 마을 주민의 삶, 알고 계신가요?
충남 당진에는 528기의 송전탑이 있어요. 상댱량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죠.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충남에선 국내 전체 전력량의 22%가 생산됐는데, 60% 가까이가 타지역으로 송전됐어요. 당진 시민들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가루를 들이마시며 살고 있어요. 배추를 심으면 이파리에 석탄가루가 껴서 먹지 못하고, 빨래도 바깥에 널 수 없어요.
尹정부 원전 확대, 또다른 밀양 만들 것
수도권의 에너지 수요를 위해 지방을 착취하고 있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요. 지난 5월 말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최대 3기의 대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임을 시사했어요. 대형 원전은 어디에 짓게 될까요? 정부는 수도권에 들어서는 반도체 단지와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라고 하는데요, 수도권에 대형 원전을 지으려고 할까요? 아마 지방에 원전을 짓고, 송전탑을 세우려고 할 겁니다. 수도권의 발전을 위해서 또 지방을 착취하게 되겠죠.
희생 최소화한 전력망 구축 노력 없다면…국가폭력의 반복
급증하는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대규모 발전소에 송전선로까지 지방이 떠안아야 한다는 건, 지방을 식민지로 보는 겁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에 지난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수요지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장거리 송전을 줄이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어요. 정부는 무책임하게 지방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게 아니라, 전력 수요 자체를 줄일 방법과 지역별로 전력원을 분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국가폭력을 반복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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