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국내 기업, 원인은 재생에너지?
BMW, 볼보 등 유럽의 유명 자동차 기업이 우리나라 부품 제조사와의 계약을 취소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고 합니다. BMW와 볼보로부터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해 납품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여건이 부족한 국내 부품 제조사는 BMW와 볼보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막바지 단계였던 계약이 무산됐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다수의 국내 기업이 이처럼 유럽의 유명 기업들과 계약을 취소당해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 기업들이 위기에 빠진 배경과 그 돌파구가 무엇인지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RE100” 알아요? 대선 토론에도 등장한 RE100
치열했던 작년 대통령 선거, “RE100”이라는 단어가 대선 토론에서 거론되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어보며 시작된 것인데요. RE100의 개념을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후보는 RE100이 무엇이냐고 되물어 이재명 후보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RE100은 대선 토론에 등장한 이후에도 국내외 언론에 지속적으로 언급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 SK, 카카오 등의 대기업이 RE100 가입을 선언하며, “이제 국내에도 RE100을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전문가 의견이 대다수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RE100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화제가 된 것일까요?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어로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입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가 대량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이를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로 바꾸어야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RE100은 세계적으로 대량의 전력(연간 100GWh)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Fortune지 선정 1000대 기업 등 영향력 있는 기업이 참여 대상이며,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 390여 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중 애플, BMW,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은 이미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목표치를 달성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갈 길 먼 국내 기업들의 RE100, 고립된 대한민국
전 세계 유명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라는 목표치를 향해 뛰어가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후발주자로 상당히 뒤처져 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파트너들과 계약이 무산되고, 비관세 장벽을 맞아 고립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애플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하도록 권고를 받았습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RE100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수출로 외화를 벌어 주던 반도체 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많은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들의 RE100 요구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열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높은 재생에너지 비용(LCOE)과 토지임대료, 민원, 인허가비 등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재생에너지 공급은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이는 볼보에 납품하던 부품 기업의 최종 계약이 무산되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국내 태양광 비용은 미국 대비 1.3배, 풍력 비용은 1.7배 높습니다. 높은 비용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동기를 떨어뜨립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은 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투자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인 상황입니다. 국제적인 흐름에 맞추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지만, 비용이 비싸 공급이 불가능한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목표를 하향 조정해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했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2030년까지 30.2%까지 확대) 목표를 21.6%로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원자력 발전까지 포함한 무탄소에너지 100% (Carbon Free 100, CF100)를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CF100 역시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이 원자력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내려갔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은 각계에서 논란이 있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입니다.
환경∙에너지 기본권을 지키는 RE100, 반드시 실현되어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상위인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으로 불리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비교적 작은 영토의 대한민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수많은 선진국들을 뛰어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은 전력과 산업 부분에서 나옵니다.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RE100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할 중요한 수단입니다. 또한 국민들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기본권’을 활성화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몇몇 선진국에서는 이미 각 가구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개개인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본권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유가 시기를 재생에너지 기본권이라는 개념으로 이겨내기 위함입니다. RE100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높여 인프라를 발전시키고,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환경과 에너지 기본권을 만드는 RE100,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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