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시험능력평가의 킬러문항을 ‘사교육의 원흉’으로 꼽으면서, 교육부는 향후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오답률 90% 이상의 ‘틀리라고 내는’ 초고난도 문제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고, 고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일부 수험생들만 킬러 문항을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거든요. 정부와 여당은 그간 교육 당국이 초고난도 문항으로 손쉽게 수능 변별력을 확보하고, 사교육 업체는 킬러 족집게 강의로 부를 축적하는 일종의 ‘공생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킬러 문항 사라지면 ‘공정 수능’ 되나요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윤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 수능’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일각에선 기존의 킬러 문항이 사라진 새로운 유형의 수능이 등장하면 사교육 업계가 가장 발빠르게 족집게 콘텐츠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해요. 고등학교 교과과정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문항을 출제하지 않도록 하는 건 옳은 방향이지만 입시경쟁이 그대로라면 사교육 수요는 여전히 뜨거울 것이고,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을 이용해 수능을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교육에 막대한 돈을 쓰게 되는 원인을 정부는 ‘수능의 난이도’에서만 찾고 있는 것 같은데요, 수능 문제가 쉽든 어렵든 입시경쟁에서 남들보다 단 한발이라도 앞서기 위해 사교육 시장이 과열된 거잖아요. 그래서 미션100은 소위 명문대라 불리는 몇 개의 학교를 두고 험난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시경쟁 근본 원인은 ‘학교별 교육 격차’
메가스터디의 설립자 중 한 명인 교육평론가 이범은 과도한 입시경쟁이 벌어지는 원인이 한국의 대학 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대학에 입학하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너도나도 명문대 입학에 매달리게 된다는 거예요. 대학교육을 운동선수를 키우는 시스템에 비유하자면, 1등은 태릉선수촌에 입촌시키고 2등은 구립훈련장에, 3등은 동네체육관에 등록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입시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명문대 서열 만드는 건 ‘돈’이다
대학별로 크게 벌어진 교육 격차의 원인은 대학별 재정투입 격차에서 찾을 수 있어요. 서울대 학생들에겐 1인당 연간 5300만원 가량이 투입되지만, 연세대는 3600만원, 성균관대는 2700만원, 중앙대 학생의 경우 1인당 1600만원이 투입되고 있어요. 학생 1인당 투입비용이 큰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순위가 나타나죠. 대학 서열은 사실상 ‘돈’이 결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포항공대가 처음 생겼을 때 졸업생 인맥도 없고 학교가 서울과 먼 지방에 위치해 있어서 명성이 낮았는데요, 엄청난 교육비 투입을 통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단시간 내에 최상위 서열의 학교가 되었어요. 현재 포항공대의 1인당 교육비는 연간 1억원에 이릅니다. 교육예산이 클수록 실력 있는 교수진을 꾸릴 수 있고, 학생들에게 좋은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데다가 장학금도 많이 줄 수 있으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데려올 수 있어요. 그러니 대학 서열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한국은 소수 학생만 양질의 대학교육 받을 수 있는 나라
학생들에게 충분한 재정을 투입할 수 있는 대학이 많다면 좋겠지만 소수예요.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소수에게만 주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게다가 대학별로 재정투입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서열화’의 문제도 있어요. 선진적인 대학교육을 제공한다고 알려진 해외의 국가들을 보면, 대학별 순위는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격차가 크진 않아요. 교육의 질이 상향평준화 되어있기 때문에 서열이 있더라도 질적 편차가 적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교육의 질이 낮아요. OECD는 한국이 OECD국가 평균에 비해 대학교육의 수준과 효용이 낮다고 지적한 바 있어요.
'태릉선수촌' 갔던 학생과 '동네체육관' 등록했던 학생의 임금격차는?
대학교육의 질적 격차는 졸업 이후 임금 격차로 나타날 수 있어요. 남들보다 훨씬 많은 교육비를 투자받고 질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게 당연하잖아요. 한국의 4년제 대학을 5개 그룹으로 나누어 대학 서열별 임금격차를 조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최상위권 대학 졸업자와 최하위권 대학 졸업자는 취업시기에 14%의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40대 초반이되면 46.5%까지 격차가 확대된다고 해요.
‘서울대만큼 학생에게 돈 쓰는 학교’ 많아져야 입시 경쟁 해소된다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일부에게만 제공되는 한국 대학교육시스템의 특성상, 명문대 입시가 ‘전쟁’이 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에요. 윤 대통령은 최근 수능 킬러 문항을 두고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갖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고등학교 시절 약간의 성적 격차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박탈되는 현재의 시스템이 근본적인 불공정 구조가 아닐까요? 미션100은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투자하는 대학의 숫자가 늘어나야 입시 지옥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대학교육의 질을 상향평준화해서 계단식으로 격차가 벌어져 있는 현재 구조를 바꾸는 게 방법이죠. ‘서울대도 좋지만, 다른 학교도 그만큼 좋다’라는 인식이 가능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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