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업 워킹맘의 죽음, 그리고 나’.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워킹맘들의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글이에요. 작성자는 대기업에 다니며 워라밸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자부하지만, 일과 가정에 치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글을 본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작성자에게 ‘10살이면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보라’며 응원하거나, ‘대기업도 이 정도인데 다른 곳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애 키우기 겁이 난다’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동시에 일을 하는 부모들에게 블라인드의 워킹맘 스토리는 곧 자신의 과거이자 미래이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부모들 대부분이 양쪽에 치어 피로함을 호소하곤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가정의 달 마지막 주를 맞아 미션100은 우리나라의 워킹맘, 워킹대디의 현실과 이들을 위해 제도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정말 가능할까? 양자택일 강요받는 워킹맘들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일과 가정, 둘 중 하나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내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것과 동시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자아를 실현시켜 주는 인생의 중요한 원동력이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들 특히 워킹맘들은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어요.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거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최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육아 관련 조사에 의하면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들(45.2%)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더라도 이후 업무 배치와 승진, 또는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이 3분의 2를 넘었어요. 대기업에 다닐수록 육아휴직 사용률과 근속연수가 높아지긴 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동료 혹은 상사의 눈초리와 회사의 문화로 인해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요. 최근에는 워킹맘 변호사도 육아휴직 후 다니고 있던 로펌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죠. 대기업 또는 전문직조차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아버지들의 육아 상황 역시 녹록지 않아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지만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기업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도 하고, 신청한다고 해도 따가운 눈초리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다반사거든요. 이에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중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도 엄청난 개선이 있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남성 직장인들을 위한 육아 관련 제도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맞아요. 실제로 2016년 10%에도 못 미쳤던 남성 비율이 지난해에 30% 가까이 올라갔거든요. 정부는 이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OECD 회원국 중 중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통계를 자세히 보면,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은 대기업에 몰려 있어요. 중견기업 혹은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아버지들의 상황은 워킹맘들과 다르지 않아 보여요. 중견기업에 다니며 딸 아이의 질병을 보살피기 위해 육아휴직을 내고 돌아왔지만 회사가 자신의 책상을 빼거나, 대기발령 상태로 만들고, 없는 사람처럼 만들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이야기한 남성 직장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에 대한 문화가 아직도 정착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요.
사용하면 부담 덩어리인 육아휴직, 심지어 가구소득 감소 가능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가구소득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도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어요.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1년 동안, 통상임금의 100분의 80(상한액: 월 150만원, 하한액: 월 70만원)이 육아휴직 급여액으로 지급되요. 같은 자녀에 대해 아내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다가 남편이 이어받아 사용할 경우 남편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까지(월 상한 250만원, 3개월 이후에는 월 상한액 120만원, 통상임금의 50%) 지원하는 ‘아빠의 달’ 제도도 있어요. 아빠의 달 제도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라고 하고요. 정부는 현재 육아휴직 급여액이 지급되는 기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통해 더 많은 기간 부모의 아이 돌봄을 장려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육아휴직 급여액이 너무 적다는 데에 있어요. 국책연구기관 KDI는 2021년 12월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이 333만원이라고 발표했어요. 통계대로라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지급되는 월 상한액 150만원은 333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쳐요. 심지어 육아휴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급여액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기도 하죠. 아이를 돌보는 데에 들어가는 양육비용이 해를 거듭하며 높아져 부담은 커지는데, 전체 가구소득은 감소하게 되는 거예요. 1년이라는 적은 기간도 문제지만, 받을 수 있는 급여액이 적다는 것도 육아휴직을 망설이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수많은 법안들… 하나라도 실행된다면
정치권은 부모들의 육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실현된 것은 많지 않아요. 통계에 따르면 올해 2~3월 국회에서 발의된 육아휴직 관련 개정안은 25건에 달한다고 해요. 회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 신청을 의무화하는 양기대·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 육아휴직 신청 후 14~30일 이내 사용자가 허용을 통지하지 않을 시 육아휴직을 개시한 것으로 이해하는 최종윤·고민정·이상헌·윤후덕 등 의원의 법안, 육아휴직 월별 급여 상한액을 상향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평등한 육아를 실현하기 위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 다양한 법안들이 나왔죠. 그러나 이러한 법안들은 정부가 재정 상황을 이유로 거부 중이예요. 세계 최하위 출생률에 각종 육아 제도 역시 OECD 중하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가 육아 제도 개선에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부모들의 육아 환경 개선을 포기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하나의 몸 두 개의 신분, 워킹맘&워킹대디를 지켜라
몸은 하나지만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워킹맘과 워킹대디들. 이들은 직장을 잃을 두려움과 육아의 어려움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힘든 데도 일터와 가정 모든 곳에서 눈치를 보고, 직장 동료 또는 자식에게 항상 미안해하며 생활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기본권과 적어도 자신의 경제 상황을 유지하며 제대로 된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할 기본권을 희생하며 사회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제 이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워킹맘과 워킹대디를 보호해야 할 차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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