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혼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한다. 작은 말소리, 숨소리, 빛, 무엇이든 나를 자극하는 것들에 공포를 느꼈다. 이대로 이 공간이 끝없이 줄어들어서 작은 상자 안에 갇히고 싶었다. 아무도 열지 못하게 리본 끈을 꽉 동여매고 구석에 놓여 아무도 찾지 않도록. 몇 분이나 지났지. 15분은 아직 안 된 것 같아. 곤두선 신경이 가라앉지 않아 시간을 어림짐작했다. 약효가 돌지 않았다. 최소 15분에서 20분. 아직 멀었을까. 귀를 틀어막은 채 생각했다. 문을 잠글 걸 그랬어. 아니, 여행을 오는 게 아니었을지도. 불안정한 모습을 들켰잖아. 한심했다. 그러다보면 점차 고요해지는 감각에 슬쩍 힘을 빼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늘어지는 몸뚱이를 일으킬 힘이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지금 이대로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모든 게 귀찮았다. 내뱉는 숨 한 톨마저도. 살아있는 게 참, 힘들어. 씨발, 속으로 작게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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