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는 불안을 담배연기로 몰아내며

2023.11.13 | 조회 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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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기록

우울과 공황을 안고 살아가기

나는 야금야금 망가져 갔다. 불안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면 처방받은 알약을 찾았다. 그마저도 없을 때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숨과 함께 폐를 달구는 담배 연기가 머리까지 몽롱하게 만들었다. 잠시 불안을 잊을 수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는 것 같은 착각.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혹은 외딴 세상에 도착해버린 기분이었다. 몇 분 간 그런 낯 선 현실을 걷고 나면 담배 연기에 밀려났던 불안이 다시금 머릿속을 점령해 나갔다. 짧아지는 흡연 주기에 멈춰야 한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당장 나를 제어할 수단이 여의치 않았다. 라이터에 불을 켜고, 다시 켜고, 또 다시 켜고. 줄어드는 담배 개피를 바라보면 마음까지 텅 비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불을 붙인 지 얼마 안되는 담배를 물고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밤바다는 시꺼멓다. 무엇이든 삼킬 수 있을 것처럼. 난간이 너무 낮다는 생각과 함께 밀려오는 파도에 모든 걸 맡기고 싶다는 상념에 몇 번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바닥에 떨구었다. 신발 밑창으로 문대어 담배 불씨를 끄고는 뒤돌아섰다. 일행을 뒤로 하고 춥다는 핑계로 다시 차에 오르며 머릿속으로는 바다만을 생각했다. 시꺼멓고 잠잠한 물 한가운데 침잠해가는 나를 그려보았다. 꺼져가는 몸뚱이와 함께 바스러져가는 불안감. 썩 나쁘지 않았다. 그 몇 번 새 몸에 밴 담배 냄새가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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